[ 아마존을 수놓은 책물결 ] 어디서 삶의 지식이나 지혜를 얻으며 사는가? 책을 제일 먼저 떠올리지만 요즘은 영상으로 배우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하지만 역시 급할 때는 주변의 살아본 분들께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다. 문자화가 덜된 시절일수록, 문명과 좀 떨어져 사는 곳일수록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 책에는 도시의 한 교사가 밀림 지대로 아이들을 가르치러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시의 편안함을 두고 오지로 떠나는 것이지만 선생님은 자신이 준비한 책으로 밀림의 아이들을 가르칠 생각에 설레며 32시간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지나 아이들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32시간이라니. 9만9천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을 가진 한반도 남쪽만을 생각한다면 국내에서 32시간 이동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우리나라도 고속철도와 다리가 놓이기 전엔 섬에 있는 학교에 가려면 20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다는 걸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상상할 수 있을까? 다른 나라 책을 본다는 건 이렇게 우리를 새로운 시간과 공간 개념 속으로 이끈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렇게 먼 거리에도 제자들을 위해 애지중지 가져간 책들을 잘 활용하셨을까? 그래서 책 제목 속에 책물결이 들어갔을까? 시작 부분만 봐도 궁금한 게 많이 생기는 책이다. 이 책은 표지에서 오래 머물러도 좋겠다. 책 제목이 '아마존을 수놓은 책물결'이니 브라질이나 브라질 부근 나라의 이야기라는 건 알 수 있다. 그런데 표지에 색실들이 제목이나 표지 그림과 이어져 있고 표지 그림 속 칠판에는 구름과 비가 그려져있다. 과학 시간을 묘사한 걸까? 이 실들은 어디와 연결되어 있는 걸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책 내용을 먼저 예상해 본 뒤 책을 다 읽고 처음 생각과 비교해 보면 이 책이 훨씬 흥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나니 정말 소중한데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들이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특히 무릎을 치게 만드는 적확한 비유적 표현들과 각 지방의 방언들이 떠올랐다. 그런 다양한 말과 문화를 알면 알수록 표준어란 말이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준이란 말은 나머지 것들을 다 비정상적이거나 규격에 맞지 않은 불량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하는 문화가 무엇이고 표준어를 다르게 부를 말은 없는지도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마침 국립중앙박물관과 마주보고 있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맛깔스런 우리나라 각 지역 방언을 소개하는 전시를 10월까지 하고 있으니 전시를 보며 그런 말들이 생긴 유래와 뜻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인간의 문화는 글이 생기기 전에 말과 그림이 먼저였다. 동굴 벽화나 고분 벽화들이 지금도 남아 우리에게 그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염원했고 그 그림이 그려진 환경이 어땠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많은 지혜들이 신화와 민담, 그리고 전설 등으로 구전되어 지금까지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어떤 이야기는 허황되다 생각되었는데 현실로 증명되는 것도 있고, 어떤 이야기는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내포된 상징성이 더 중요하다는 걸 후대 사람들이 나중에 깨닫기도 한다. 과연 책과 인터넷 검색에만 의존해서 우리가 지혜로워질 수 있을까?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고 있진 않을까? 옛날부터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아마존을 수놓은 책물결이 어떤 의미이고 그런 삶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 경험이 되길 바란다. #초그신서평단 #아마존을수놓은책물결 #이레네바스코글 #후안팔로미노그림 #김정하번역 #봄볕출판사 #문화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