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벅 ㅣ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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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참 청소년기를 재미없게 보냈던 것 같다.
공부에도 흥미가 별로 없었고 무엇 하나 재미를 느끼거나 관심도 가지지 않은 채, 그저 모든 것을 귀찮게만 여겼었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그렇게도 외로웠는지, 이 세상에서 날 알아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음을 슬퍼하곤 하였다. 부모님께는 공부한다는 명목으로 독서실을 끊어서 가방만 던져 놓은 채, 돌아다니고 이성 교재를 하고…. 그렇게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런 방황 속에서 나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었던 것은 바로 책과 영화였다.
책은 어린 시절부터 서점에 데려가 책을 많이 사주셨던 부모님 덕분에 여러 문학 작품들을 접하게 되었고, 그 기억들이 사춘기가 된 나에게도 책을 멀리하지 않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영화의 경우도 부모님께서 우리 자매가 어릴 적부터 방학마다 극장에 데리고 가서 영화를 보여주신 덕분에 보았던 명작 영화들과 주말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해주었던 '토요명화', '주말의 명화' 등이 내겐 많은 마음의 위안이 되어주었다. 결정적으로 내가 영화나 문학 비평에 대한 꿈을 갖도록 해주었던 것은 고3때 집에서 구입했던 비디오를 통해 보았던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였다. 그 영화를 보고 무척 큰 감동을 받았던 나는 영화 속에서 나왔던 인물들과 여러 의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화의 의미에 대해서 나름 연구하면서 큰 즐거움을 느꼈던 나는 그 속에서 뭔가 나의 길이 보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계기가 되어 나에게는 영화 비평이라는 꿈이 생기게 되었다.

  

 배유안의 장편 소설 『스프링 벅』은 성숙하지 못하기에 아파하고 방황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아픔을 극복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첫 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의과대학에 들어간 모범생 형과 자상하고 적극적인 부모님 밑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동준. 형처럼 공부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연극부 생활을 하며 즐겁게 지내던 그에게 어느 날 형 성준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부모님의 자랑이면서 동준에게도 여러 가지로 힘이 되어주었던 착한 형의 자살에 대해 동준은 커다란 의문을 가진다. 풀리지 않는 의문 속에서 우연히 학교 축제 연극의 주인공을 맡게 된 동준은 연극을 준비하면서 슬프고 아픈 형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되고, 성숙하지 못하지만 순수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아픔을 치유해간다.

 

 이야기는 형의 자살 사건으로 인해서 피폐해져가는 집안에서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어 방황하는 동준의 모습과 동준이 준비하는 연극 속의 인물이 오버랩 되며 전개된다. 형의 자살의 원인이 어머니의 욕심으로 인해 대리시험으로 부정합격을 한 형의 죄책감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동준은 심각한 심리적인 갈등을 겪게 된다. 형을 죽음으로까지 내몬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주체할 수 없게 된 동준의 갈등은, 연극 속에서 춤추는 것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심한 대립을 겪는 주인공의 모습과 겹쳐진다. 아이들의 꿈을 방해하고 모든 것을 자신들의 뜻으로만 이끌려고 하는 어른들의 모습. 그리고 그로 인해 상처 받고 아파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가슴시리도록 절절하게 표현되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끝내 무언가 부족하고 아쉬운 느낌을 받았던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지금의 우리 교육 환경이나 청소년들의 모습과 너무 동떨어진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구태의연한 이야기 구조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솔직히 요즘 아이들 같지 않다. 요즘 아이들이 이 소설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순수한 열정과 풋풋함을 지니고 있을까? 물론 그런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매스미디어의 발달과 인터넷 등의 발달로 인해, 아이들의 정서나 문화도 옛날과 달리 많이 앞서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아이들 무섭다.'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꿈을 잃고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메마른 정서를 가진 아이들로 자라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함께 등장하는 학교 선생님들의 모습도 매우 비현실적이다. 특히 아이들의 방황을 이해하고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을 용서하라'고 하는 손장하 선생님의 모습은 어느 영화에나 나올법한, 지금 우리 사회에는 흔치 않는 모습의 선생님이다.
 동준을 심리적 갈등을 겪게 만드는 형의 자살, 그리고 그 자살 사건의 진실, 동준과 함께 각자 자신들의 고민으로 방황하는 친구들, 그리고 연극이라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 모든 방황의 해결책을 찾아내고 성숙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라는 이야기 구조 방식은 이제까지 우리가 많이 봐왔던 성장소설의 구태의연한 이야기 구조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게 계속 떠올랐던 영화가 있다. 이 소설에서도 잠깐 언급되었던 영화인 '죽은 시인의 사회'이다. 이야기 구조나 등장인물들의 성격, 이러한 모든 것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키팅 선생님의 모습을 보는 듯 한 손장하 선생님, 닐의 모습과 비슷한 동준과 성준, 반항아 찰스의 모습과 겹쳐지던 창제 등의 모습은 우리가 이제까지 많이 보았던 성장 소설이나 청소년 문학, 영화 등의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서 무척 아쉬움이 많았던 부분이다. 
 

 청소년 시절 그렇게 큰 사건이나 갈등이 없이 평범하게 보냈던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의 어른이 되어 있는 것일까? 내가 원했던 영화 비평가의 꿈을 이루진 못했음이 어떨 때는 무척 아쉽고 안타깝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덧 내가 이 소설에 나오는 것 같은 성숙되지 못한 인격을 지닌 어른이 된 것 같아 부끄러울 적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자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3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자라고 있다니, 남들이 들으면 뭔 헛소리인가 하겠지만 나에게는 이제 새롭게 생긴 내 미래에 대한 꿈과 비전이 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는 아직 노력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 그렇기에 나는 아직 자라고 있다. 앞으로의 모든 것이 내가 진정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함의 밑바탕이 되어 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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