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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살인
카라 헌터 지음, 장선하 옮김 / 청미래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20년 동안 미제로 남은 사건의 해결 과정이 전 세계로 스트리밍 된다!"
영화감독 '가이'는 스스로 '인퍼머스'라는 스트리밍 프로그램의 감독이 되어서 20년 전 자신의 새아버지가 살해당한 사건을 다루고자 한다. 변호사, 전직 경찰, 법정 심리학자, 법의학 수사관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을 선발하고, 직접 사건을 조사하고 토론하며 당시 경찰이 밝혀내지 못한 진범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인퍼머스'의 회차가 거듭될수록 놀라운 사실들을 연이어 밝혀내고 '이대로 가면 범인을 잡는 것도 가능하겠다!'라는 기대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실들이 하나둘 밝혀지며 이들은 점점 혼란스러워지는데...
"미친 거 아닌가..."
책을 손에 들기 전까지는 몰랐던 거죠.. 이 책이 무려 600페이지 가까운 볼륨이라는걸.. 집에서 시작하는 건 무리다!(?) 하고 카페에 들고 나갔는데 앉은 자리에서 300페이지 순삭 실화인가요!? 내가 특별히 책을 빨리 읽어서!는 아니고, 그만큼 초반 몰입 및 가독성이 좋다는 게 첫 번째 이유, 그리고 책의 본문 구성이 두 번째 이유다. 대부분 방송 극본 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대화체 중심이기도 하고, 줄바꿈도 많고(?), 무려 20년 동안 미제로 남은 사건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새롭게 파헤친다!라는 컨셉이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은 흥미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입이 떡!! 벌어질 만한 보다 더 흥미로운 요소들도 있지만, 그 부분은 책 속에서 직접 만나며 입이 떡! 벌어지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일단은 운만 띄워놓고 넘어가야겠다.
책을 읽으며 두 번, 정말 입이 떡 벌어지게 놀랐다. 한 번은 중반부에 생각지도 못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였고, 다른 한 번은 소름 끼치도록 현실적인 '그래프'를 마주했을 때였다. [가족 살인]은 일단 포맷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데, 시작부터 '인포머스'에 캐스팅(?) 된 등장인물들의 각기 다른 양식의 이력서를 보여 주며 단숨에 기대와 몰입감을 올려놓는다. 또 챕터의 시작 역시 마치 내가 TV 프로그램의 극본을 엿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있어서 한층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여기에 대화 중심의 내용이, 분명 나는 텍스트를 읽고 있는데 마치 TV 화면을 보는 것 같은 생생함이 놀라울 정도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이 책의 진정한 매력에 비하면 모두 부차적인 요소..라고 해야 할까.. [가족 살인]의 가장 놀라운 점은 '좋아요', '하트', '구독', 기타 여러 가지 단어로 대변할 수 있는 '화제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들의 앞면과 뒷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극대화되어서 나타난 게 바로 앞서 언급한 '그래프'라서, 그 그래프를 보는 순간 정말 '미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던...
이렇게 쓰고 보면 단순히 포맷이 좋고, 그 포맷을 잘 살린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가족 살인] 속 사건은 포맷과 분리해서 생각해도, 그러니까 '평범한' 방식으로 전개되었어도 충분히 흥미진진했을 이야기이다. 20년 전 미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을 지지부진한 조사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밝혀진 사실 위주로 빠르게 전개된다. 그리고 한 가지, 한 가지가 밝혀질 때마다 상황이 뒤집히며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무엇이 진실인가..'에 독자를 쉽게 다다르게 만들지 않는다. 거의 최종, 최최종, 진짜 최종.. 수준으로 끌고 가는데(?) 내 기준에서는 진짜 최종 딱 직전에 멈췄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진짜 최종은 살짝 너무 간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던 게 유일한 아쉬움이랄까...
"600페이지 정도는 가볍게 순삭 되는 재미!"
[가족 살인]은 여타의 영미 스릴러가 그랬던 것처럼 심리 묘사가 풍부한 책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족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사족이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그 사족이 단순히 분량을 늘리기 위한 게 아니라, 딱 그곳에 있음으로써 흥미를 배가시키는 사족이라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데 결정적인 장면에서 1화가 끝나고, 막상 2화가 시작되면 1화의 그 장면은 뭐 적당히 지나가는 것 같으면서도 또 결정적인 장면에서 2화가 끝나고 3화를 기다리게 되는.. 딱 그게 이 책에 있다. '인포머스' 한 회차의 마지막에 던져진 폭탄의 행방(?)이 궁금해서 페이지 넘기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그 궁금증이 풀리려고 할 때쯤 다른 폭탄이 던져져서 또 페이지 넘기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TV 혹은 영보다 재미있는 책!이라고 하면 단순한 비유인 줄 알았는데 -물론 저는 실제로 TV보다 책이 더 재미있습니다만..-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이 내용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긴다고 해도 이보다 더 재미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어그로가 과하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조차 섬뜩하리만치 현실적이어서 더 흥미로웠던 책 [가족 살인]. 600페이지 정도는 가볍게 순삭 되는 재미를 직접 경험해 보시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