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살해당할까
구스다 교스케 지음, 김명순 옮김 / 톰캣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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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당뇨로 입원한 '쓰노다'의 병실은 사연이 많다. 병원에는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 '4호실'에, 팔천만 엔을 횡령하고 동반자살한 두 사람이 입원했던 병실이기도 하다.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고, 유령을 목격한 후 자살한 환자도 있고, 간호사들조차 이 병실을 꺼리는 듯하다. 무엇보다 쓰노다 역시 유령을 목격했기에 이를 단순한 소문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결국 그는 입원해 있는 동안 사라진 팔천만 엔과 4호실의 유령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되는데...



[언제 살해당할까]는 묘한 부조화의 조화(?)가 시작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일단 '언제 살해당할까'라는 기묘하면서도 무서운(?)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표지가 그렇고, 분명 아주 오래전에 쓴 책인데 초반부터 시대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가볍고 일견 유쾌하게 느껴지는 전개가 그렇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시대감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그게 오래전에 쓰여진 책이라 느껴지는 시대감이 아니라 요즘 작가가 과거를 배경으로 쓴 책 같다고나 할까? 케케묵은 느낌보다는 의외로 명랑하고 재기 발랄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 시대에 대한 구구절절한 묘사보다는 등장인물의 대화를 중심으로 한 전개가 그렇고, 이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점점 무거워지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만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점이 그렇다. 애초에 이 사건이 유령과 사라진 팔천만 엔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다는 것도 한몫을 해서 읽는 동안은 나보다 한참 나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가벼운 호기심에서 시작한 조사였지만 뜻밖에 쓰노다, 그리고 그의 조사를 역시나 장난삼아 도와준 친구이자 경감인 '이시게'에게 시시각각 위기가 닥치며 단순한 호기심 그 이상이 되었고, 조사를 거듭할수록 사건의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 그야말로 '언제 살해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쓰노다는 머리로, 이시게 경감은 발로 뛰며 현재의, 그리고 과거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다. 당연하지만 최신 과학 기술은 고사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 심지어는 연락 한 번 주고받는 것도 쉽지 않은 시대의 원거리(?) 수사는 요즘 수사와는 전혀 다른 맛이 있다. 현대인이 보기에는 한없이 느린 전개일 수도 있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미친 속도(?)인 듯한 조사 과정이 묘하게 매력적이고, 이시게 경감의 느린 발과 빠르게 돌아가는 쓰노다의 머리가 정확히 한 지점에서 딸깍! 하고 맞물릴 때의 쾌감도 예사롭지 않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은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생각이고, 그 시대니까 가능한 발상, 그 시대니까 가능한 추적, 그 시대니까 가능한 트릭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게 인상적이다. 그 시대의 발상으로 한참 미래의 독자마저 속이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 돋보이고, 사실 그때라서 가능했던 이야기가 지금도 통한다!라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않나 싶다.



'마지막 한 줄로 그동안의 전개를 뒤집으며 독자의 뒤통수를 친다!'라는 카피 라이트의 반전 소설도 물론 좋아하지만, [언제 살해당할까]는 이런 류의 책은 아니다. 우직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그 과정에서 하나씩 하나씩 밝혀지고, 그렇게 밝혀진 모든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추리를 하고, 그동안 은근히 숨겨놓았던 복선들이 추리 사이사이의 빈틈을 채워주며 논리를 완성한다. 아날로그의 극치인데 그게 시대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사실 그 시대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겠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소 우연에 기댄 부분이 있는 건 아쉽지만, 나름대로 치밀한 설계를 하고, 과정에 정말 많은 공을 들여서 정교하게 짜 맞춘 덕분에 아쉬움보다는 만족감이 크게 상회한다. 요즘의 수사와는 다른, 그야말로 발로 뛰는 그 시대의 수사를 느긋하게 즐겨볼 수 있는 소설 [언제 살해당할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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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이 너는 괴물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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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최초의 사건>

아니, 단편 설정에 이렇게 공을 들인다구요!? 도대체 어디까지 철저할 생각인지... 얼핏 읽으면 나름대로 특수설정을 살린 미스터리 소설처럼 느껴지는데 다 읽고 보면 꽤나 본격적인 미스터리였구나! 로 감상이 바뀐다. 뭔가 은근 블랙 유머 느낌도 있고, 이 작가님 책 치고는 꽤나 퓨어했던 것 같은..??


<큰 손의 악마>

와.. 이 정도는 해야 작가가 될 수 있는 건가!? 이건 뭐.. 설정도 심상치 않은데 전개는 더더욱 심상치 않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서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감도 안 왔던..시종일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대단했다. 숨도 못 쉬고 읽는다..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음!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

이 단편.. 배경이 유곽이라서 수위가 좀 있음.. 근데 읽어 보니 상황이 뒤집히고 또 뒤집히는 유쾌한(?) 느낌이 있어서 '오, 그 시라이 도모유키 작가님이 이런 분위기의 단편을!?'하고 감탄했단 말이죠..?? 근데 더 읽어 보면 이거 정말 진짜 찐으로 본격적인 탐정소설이라서 너무 재미있었다. 와, 이건 진짜 미친 거 아닌가 싶은 철저한 전개와 결말, 그리고 또........ 여기까지 읽었을 때만 해도 '와, 이 책에서는 무조건 이게 베스트다!!' 했을 정도였다.


<모틸리언의 손목>

학창 시절에 역사 과목을 배우다 보면, 유적지나 유물, 화석 등의 해석(?)을 보면 '실제로 그랬을까? 혹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을 했다. 그런 상상이 시라이 도모유키라는 미친 작가님을 거치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싶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거 아닙니다...(?)


<천사와 괴물>

책을 다 읽은 후 '와, 이 책의 베스트는 이거였네..'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마지막 단편 <천사와 괴물>. 분량을 봐도 다른 이야기의 두 배쯤 되는데, 진짜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후다닥 읽어나갔다. 보통 이 작가님의 책을 읽다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짜여진 철저함에 감탄할 때가 많은데, 이 이야기는 철저함을 넘어선 서사에 감탄했어요.. 단편 분량으로 이 정도 이야기를 만든다고? 이게 가능해??? 말도 안 된다 진짜..



[나는 괴이 너는 괴물]은 표제작이 없는데, 각기 다른 배경과 소재의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이 제목은 이 모든 이야기를 멋지게 아우르며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주는 절묘함이 있다. 그리고 이 책 속 단편들이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진짜 철저하고, 허투루 쓴 게 하나도 없다는 거? 읽다 보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를 수도 있는데, 분명 각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그 물음표는 느낌표로 모습을 바꾸며 뇌리에 강하게 박힐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작가는 미쳤구나 진짜..'라는 감탄(?)과 너무 재미있다는 탄성을 반복해서 내뱉을 수밖에 없었던 책 [나는 괴이 너는 괴물]. 이 작가님의 철저함은 단편에서도 장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빛을 발하고 있으니, 수위 높은 기존 책들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면 이 책으로 작가에 입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이 작가님의 책을 좋아한다면 무조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이니 얼른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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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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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쇼세이'라는 인간 수컷 개체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에 힘을 보태지 않습니다. 그저 가만히 손가락만 대고, 자신이 힘을 주고 있지 않음을 들키지 않으려 할 뿐입니다.


그런 쇼세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나'는 누구냐구요?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들으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주인공..을 누구라고 해야 할지..부터 쉽지 않다. 쇼세이를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런 쇼세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나'를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들(?)을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정체불명의, 그것도 전혀, 조금도, 단 1%도 생각하지 못했던 화자와 마주하며 생각 이상으로 당황했다는 걸 고백한다. 설마하니 이런 화자가 등장하는 책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그런데 그 화자의 설정이 참으로 절묘하다. 이 책은 묵직한 볼륨으로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려웠던 [정욕]보다 어떻게 보면 훨씬 더 무거운 혹은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화자 덕분에 무겁다거나 어려운 느낌이 거의 없다. 오히려 가볍고, 발랄하고(?), 유쾌한 느낌마저 있다. [생식기]라는 다소 과감한 제목이 줄 수도 있는 거부감이 이 화자 덕분에 책을 몇 페이지 넘기다 보면 금세 사라지는 게 신기하다. 내용이 무거워지더라도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는 게 책을 쉽게 읽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내용은 시작부터.. 뭐랄까.. 책에 대한 감상으로는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이 책과는 잘 어울릴 것 같은 단어로 표현하자면 '난감'하다. 고작 체중계 하나를 사러 가서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아니, 스스로 결정할 생각도 없이 그저 함께 간 사람이 선택해 주기를 기다리는 쇼세이. 그런데 그게 또 체중계가 꼭 필요해서도 아니고 그저 일요일을 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게 뭔가 당황스럽다. [생식기]라는 제목과 조금도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이 내용이 어디로 갈 것인지, 그리고 꽤나 이상한 서술(?)로 말하는 '나'는 또 누구인지, 당황스러운데 페이지는 또 잘 넘어간다. 그런데 이런 난감함과 당황스러움을 가진 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이 책의 도입부가 의미하는 것, 기묘한 서술이 의미하는 것, 그리고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와닿으면서 감탄하게 된다. [생식기]에도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혹은 막연하게 '안다'라고 생각하면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평범하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평범함을 '의태'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몇 번 고개를 갸웃하고, 몇 번 고개를 끄덕였는지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였다.




[생식기] 속 모든 문장은 의미심장하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정말 많은 고민 끝에 나온 듯,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고, 때로는 촌철살인처럼 아프다. 모든 문장이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계속 곱씹어 생각하게 만든다. '평범'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내내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 평범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인간 개체가 평범함을 의태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밟힌다. 그런 한편으로 나라고 뭐가 다를까.. 라는 생각도 든다. 살다 보면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다시 말하면 도태되고 싶지 않아서 쉬지 못하고 내내 발을 굴러가며 자전거를 멈추지 못한 채 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생식기]는 평범하지 못해서 고민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도태된 인간 개체(?)를 위한 책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3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가벼운 볼륨이지만 금세 읽어나갈 수 없었던, 밀도 있는 책 [생식기]. 나와는 '다름'에서 나와 '같음'을 느낄 수 있었던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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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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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기자인 '로'는 호화 크루즈의 취재라는 절호의 기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강도 사건, 오랜 기간 먹어온 약과 최근 더욱더 마시게 된 술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진 상태로 '오로라호'에 탑승하게 된다. 그리고 오로라호에서의 어느 밤, 로는 자신의 옆방, 그러니까 10호실에서 무언가, 마치 사람처럼 무거운 '것'이 바다로 빠지는 소리를 듣는다. 급하게 승무원을 호출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10호실은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어요."



이 책의 장점은 놀라운 가독성이다. 고작(?) 한 건, 그것도 실제로 벌어졌는지 아닌지도 모를 사건 하나로 400페이지가 넘는 볼륨을 채우고 있는데 의외로 불필요한 묘사가 많지 않고, 어느 정도 긴장감을 잘 유지하고 있어서인지 늘어진다는 느낌도 크게 들지 않았다. 10호실에 있었을 지도 모를 '여성'의 존재는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은근 전개와 결말이 나쁘지'는' 않았다. 비교적 흥미로운 부분도 있고, 뭐랄까.. 요즘 시대에 좀 더 먹힐 만한 전개와 결말이었달까?



문제는 단점인데.. 일단 가장 먼저 와닿는 단점은 주인공이다. 영미 스릴러가 여성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경우 대부분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데, 상처 혹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자신을 늘 피해자의 입장에 두고, 예민하고 주변을 상처 입히지만 늘 자신이 상처 입은 것처럼 행동해서 몰입과 공감을 박살 내는 여주인공.. 그 전형적인 여주인공의 모습을 로 역시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누군가 사라졌다는 건 불확실한 것이고, 그 사건에 확실함을 더해줄 수 있는 주인공이 자신의 임무를 내팽개친 채 술에 취해 헛소리를 하고 있는 -혹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그러면서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주변을 탓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사실 이런 주인공은 어차피 영미 스릴러에서 드물지 않으니 그렇다 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은근 나쁘지 않은 전개와 결말을 이어줄 '무언가'가 꽤 많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초중반의 빌드 업은 나름대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느낌이 있는데, 후반, 그것도 가장 중요해야 할 부분은 '에엥??? 이게 이걸로 이렇게 된다고??' 하는 의문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꽤 중요한 요소들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우연'에 기댄 것도 모자라 가장 중요하게 작용해야 할 감정 변화를 순식간에 끝내버린 게(?) 이 책을 '재미있다'라고 말하기 어렵게 만든 건 아닐지...



흥미로운 설정과 괜찮은 빌드업, 따로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전개와 결말..인데 다 읽으면 묘하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 '우먼 인 캐빈 10'. 그래도 영미 스릴러, 그것도 주인공이 이렇게나 답답하고 공감이 안 가는 영미 스릴러인데도 금세 뚝딱뚝딱 읽을 정도로 가독성만큼은 인정입니다! 올해 7월에 후속작이 출간되었다고 하니, 후속작이 국내에 나오면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는 되었다..라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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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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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은퇴한 CIA 요원 '매기'를 비롯한 다섯 명, 일명 '마티니 클럽' 멤버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해변 마을 '퓨리티'. 책과 술을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도 잠시, 이 마을에 찾아온 '여름 손님들' 중 한 명인 소녀가 실종되며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힌다. 매기의 이웃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며 마티니 클럽 멤버들은 또 한 번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고, 수사 도중 호수에서 발견된 '여성의 시체'는 이 사건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는데...




[여름 손님들]의 시작은 강렬하다. 시기는 1972년, 한 남자가 차로 여러 사람을 치어 사망케 하고, 이를 저지하려던 경찰의 총을 빼앗아 그 경찰마저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을 보여준다. 한참 전에 벌어진 사건, 그 사건의 잔혹성,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해당 사건의 마지막 두 문장까지.. 이는 곧 이어지는 마티니 클럽의 여유로운 한때, 그리고 수잔 가족의 -누군가의 장례를 위한 방문이긴 하지만- 평화로운 한때와 대비를 이루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1972년이라는 머나먼 과거의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10대 소녀의 실종이라는 이 소설의 '메인 사건'이 발생하며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이어질지 도무지 상상하지 못한 채 책을 읽어나가게 만든다. 또 전작에서 위기에 처한 매기에게 도움을 주었던 이웃 '루터'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그의 알리바이에 모순이 발견되고, 심지어 그의 차량에서 유력한 물증이 발견되며 매기뿐만 아니라 독자마저 혼란스러워진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를 상황에서 마티니 클럽 멤버들은 자신들의 특기를 살려 경찰보다 한발 앞선 추리를 통해 수사의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 끝에서 나타난 것은 이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여름 손님들]의 비교적 잔잔한 일상 같은 시작과 크게 진전이 없는 소녀의 실종 사건 수색은 이 책의 초반을 다소 늘어지는데.. 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호수 밑바닥에서 시체가 발견된 이후 이 책은 전작만큼의 위기 상황이 닥치지 않음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부유하고 우아한 삶을 사는 '문뷰'의 가족들에게 던져진 '소녀의 실종'이라는 돌이 만들어 내는 파문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진실로 이어진다. 반전도 반전이지만, 이 지독한 '설계'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사실 소설의 흐름만 놓고 보면 '이게 가능할까...' 싶은 부분이 없지 않고, 분명 더 '그럴싸한' 전개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굳이 이 방향의 전개를 택한 작가에게서 어떤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서 오히려 좋았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초반에는 '전작에 비해 스케일이 좀 아쉬운가..' 싶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이상의 스케일이 되어 있었고, 어느 시점을 넘기면서부터는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결말까지 달리게 만들었던 책 [여름 손님들]. 무려 1972년이라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사건이라는 것도 흥미진진했지만 이번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자칫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극한 상황 설정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 더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지독히도 현실적인 이들의 삶이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들'은 소설 속의 정말 다양한 인물들을 가리키고 있지만,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한 단면만 적어보자면.. 전직 CIA 요원으로 아직도 현역 못지않은 -혹은 그 이상의- 두뇌 회전을 보여주는 마티니 클럽이지만 노쇠한 신체는 이들의 두뇌 회전을 뒷받침해주기 어려울 때가 있다. 또 경찰보다 더 날카롭게 사건을 바라보고 수사해 나가는 이들이지만 늘 옳은 선택, 옳은 결정만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들이 무적의 전직 CIA 요원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시리즈가 매력적이고, 그래서 또 다음 책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다. [여름 손님들]을 읽고 나니 또 한 번, 시리즈 다음 권에 대한 기대가 솟구치는데 [The Shadow Friends]라는 제목부터 흥미로운 마티니 클럽 시리즈 3권 출간이 무려 2026년 8월로 예정되어 있는 것 같다. 그때까지 매력적인 요원들을 잊지 않고, 또 한 번 출간을 손꼽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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