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소녀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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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릇푸릇한 녹색 잎에 아름다운 여성이 있는 감성적인 표지, 갱년기와 소녀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두 단어의 조합이지만 여성은 나이를 먹어도 소녀라는 말이 있으니 이 또한 참 감성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기분 좋게 집어들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 책의 저자가 '마리 유키코'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너무도 유명한 그 단어 '이야미스'의 선두주자,, 과연 이번에는 또 어떻게 나의 멘탈을 흔들어놓을 것인가,,,

 


1970년대, 수많은 소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순정만화 '푸른 눈동자의 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이 만화의 굳건한 팬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푸른 6인회'는 정기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가짐과 동시에 회지를 발행하며 팬클럽 활동을 이어나간다. 겉보기에는 화기애애하기만 하던 이들 사이는 개개인의 속사정이 드러남과 동시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멤버들에게 연달아 사건이 발생하며 점차 비극을 향해 치닫게 된다.


 

 

갱년기 소녀는 말 그대로 나이는 갱년기에 접어들었지만 마음만은 소녀인, 아니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푸른 6인회를 통해 모임에서 보내는 시간만큼은 아직도 소녀로 살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 저마다 '현실'이라는 두터운 벽이 있고, 푸른 6인회의 모임이 즐거울 수록, 혹은 다른 멤버들이 즐거워 보일 수록 나의 '현실'이 무겁게 다가온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비싼 레스토랑에서 우아한 한끼를 즐기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만화의 이야기를 하며, 마치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자유를 만끽하고난 후 돌아오면 딸로, 아내로, 엄마로 각각의 역할이 있고, 온전한 '나'로의 시간조차도 사치가 되는 '현실'이 눈앞에 놓여있다. 그 시간이 힘들 수록 모임은 더욱 달콤하기만 하고, 여기에서 비롯된 질투는 파국을 불러들이게 된다.

마리 유키코의 책은 [여자친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국내에 출간된 작품에 비해 읽은 책이 적은데, 사실 '이야미스'를 이겨낼 만큼 멘탈이 탄탄하지 못해서이다. 잔인한 묘사는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는데, 그보다는 현실적인 어두움이 훨씬 더 강력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선뜻 손에 들지 못하게 된다. 특히 마리 유키코는 [여자친구]에서도 그랬지만 여자들간의 미묘한 신경전이랄까, 심리적인 부분을 굉장히 극적으로 다루는 작가인 듯 하다. 이번에는 거기에 추가로 '여자이기때문에' 더 강하게 겪는 사회적 문제들까지 담고 있는데, 이 부분은 굉장히 극단적으로 그려내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멘탈을 추스를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등장인물 중 '미레유' 부분을 읽을 때는 더 이상 책을 읽을 자신이 없어 독서를 중단하기도 했다. 책은 빙빙 돌리는 곳 없이 쭉쭉 직선으로 뻗어나가는데,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읽어나가기가 힘들었다.(실제로 다 읽고난 후에도 여전히 미레유 부분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순정만화 '푸른 눈동자의 잔'에 얽힌 진실을 통해 미스터리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사실 그 부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의외로(?) 사회파적인 면이 있는데, 그 부분을 너무 극단적으로 그렸음에도 현실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제대로 '이야미스'였다. 진짜 이 작가의 책은 두 권은 연달아 못 읽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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