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
미스터 펫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아직은 국내에서는 조금은 낯선 작가 '미스터 펫'. 그러나 읽은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 -모두라고 하지 않는 건 내가 모르는 혹평이 있을 수도 있으니,^^;;- 호평을 아끼지 않는 [13.67]의 작가 찬호께이와 공동 집필한 [스텝]이 국내에 출간되면서 처음 이 작가를 알게 되었다. 워낙 [13.67]이 대작이었고, 읽는 내내 감탄했던 터라 처음에 이 공동 집필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그' 찬호께이와 공저? 찬호께이가 쓴 부분만 재미있는 거 아냐?? 하며 읽기 시작한 나는 어느새 누가 뭘 썼는지는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스텝]에도 푹 빠졌었다. 사실 찬호께이가 [기억나지 않음, 형사로 수상한 시마다 소지상 -찬호께이는 2회 수상자- 의 1회 수상자가 바로 이 미스터 펫이다. 그리고 그 수상작품이 [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이다. (도입부가 이렇게 길어서야,,,ㅠ_ㅠ)


[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의 메인 소재는 VR(가상현실)이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개념이지만 소설 속에서 다루는 VR은 훨씬 본격적이다. 배경이 되는 곳은 2020년의 타이완으로, 과거 유명한 상업지구였으나 지진으로 무너진 시먼딩 거리를 VR로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가상현실 속에는 과거 번화했던 시먼딩 거리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고, 이 곳에서 쇼핑을 하면 집으로 배송까지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과거와 미래의 기술이 만난 완벽한 시먼딩 거리. 그러나 그 프로젝트 도중 가상현실 공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며 모든 상황은 뒤집힌다. 아무도 없는 가상의 공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누가, 어떻게, 왜 그를 죽였을까?


얼마 전에 [클라인의 항아리](오카지마 후타리 저)를 읽었다. 이 책 역시 VR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VR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읽어서인지, [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책 속에서 묘사하는 VR이라는 것 자체가 소리, 냄새, 감촉 등 모든 것을 현실과 동일하게 설정해놓아서 가상의 세계에 있으면서도 이것이 정말로 가상인가, 현실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다. 나비의 꿈을 꾸고 내가 나비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가 라는 생각을 이미 오래 전에 했던 장자의 이야기가 이제는 이렇게 바뀌어야 할 듯 하다. 가상이 현실인지, 현실이 가상인지,, VR이 일반화가 되고, 그 속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좀 더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예를 들면 사랑이라든지- 힘겨운 현실에 집중할 것인가, 행복한 VR에 집중할 것인가,,에 생각이 미치면 더욱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가상현실'은 더이상 단순한 '가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또 잡설이 길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렇게 가상현실 공간 속에서 생긴 인연은 가상현실이기 때문에 '가짜'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


미스터 펫은 가상현실이라는 공간에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감정'을 믹스함으로써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해나간다. 똑똑하게 그의 의도를 파악하며 읽었다고 생각해도 어느새 속아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가상현실의 세계가 뒤집히듯 반전하는 스토리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또 책장을 덮으며 보이는 제목과 표지에도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책에 써있지 않은 마지막 문장을 떠올리면, 어떻게 이런 전개, 이런 소재에서 이런 감정을 이끌어낼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다른 여러 가지 감상을 쓰고 싶어도 스포일러가 두려워(ㅠ_ㅠ) 쓸 수가 없어 장광설만 길어진다. 다만 확실한 것은 [13.67]이 정말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었던 것처럼 [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 역시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장르가 SF와 결합된 미스터리라서 조금 더 읽기 힘들 수는 있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면 정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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