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FACE
요코야마 히데오 외 지음 / 더픽션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미즈호의 성장 서사, 그리고..."


<마녀사냥>


J 신문이 특종 보도를 독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 번째 이야기부터 의표를 찌른다. 소재 자체는 일본 경찰 소설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특히 기자 출신 작가인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이라 더더욱 익숙하기도 한데 그게 [얼굴 FACE] 속 단편이고, [얼굴 FACE] 속 첫 번째 이야기라 조금 더 특별하다. 가만히 곱씹어 보면 사회파 미스터리 느낌도 나면서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있는데 이렇게 잘 어우러질 수 있나 싶다.


​

<결별의 봄>


연쇄 방화 사건이 벌어지는 도중, 미즈호가 담당하는 '무엇이든 상담 전화'에 걸려온 전화 한 통. '또, 집에 불이 난다'는 여성의 목소리. 이야기도 흥미롭고 복선이 꽤 섬세한 게 그 이상으로 놀랍다. 무엇보다 '어떤 사건'으로 얼굴 그림에서 멀어진 미즈호에게 일종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는 단편이었다.


​

<의혹의 데생>


그러니까 말입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이야기에는 그런 게 있어요.. '어, 나 이거 알 것 같은데!?' 하고 읽다 보면 그게 영.. 틀린 건 아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그게 늘 이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거나 '인상 깊다'는 감상으로 이끄는 것 같다. <의혹의 데생> 역시 그런 이야기였는데, '오래된 우물을 들여다보는 여자' 그림에 얽힌 '마음'은, 이번에는 정말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의미를 알았을 때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란..


​

<공범자>


​소설 속 미즈호는 원래 얼굴 그림을 그렸다 보니 눈썰미가 좋고 기억력, 특히 얼굴이나 인상과 관련된 기억력이 좋은 편인데 [얼굴 FACE]에서는 좌천이나 다름없는 인사에 좌절하면서도 얼굴 그림이 아닌 쪽에서도 자신의 특기를 살리며 조금씩 일어서고 성장하는 미즈호를 보는 재미가 있다. 일견 평범한 듯 보이는데, 의외의 눈썰미가 빛을 발하며 번뜩일 때 묘하게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


<마음의 총구>


​다른 단편의 두 배쯤 되는 분량의 마지막 이야기. [얼굴 FACE] 전체가 미즈호의 '성장 서사'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면, 마지막 이야기는 그런 성장 서사에 요코야마 히데오 표 경찰 소설의 매력이 한 스푼 가미된 것처럼 흥미로웠다. 다시 한번 다양한 감정이 뒤섞이고, 그 이면에 도사린 '진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과정이 [얼굴 FACE]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잘 어울렸다. '이대로 끝내긴 좀 아쉬운가..' 싶을 때 나온 '에필로그'까지 좋았다.


​


"다소 일그러진 감정은 묘한 여운을 남기고.."



일본에서 [얼굴 FACE]가 출간된 것은 2002년으로 책 속의 미즈호를 포함한 여경의 상황을 생각하면 여경이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고, 차별도 많았던 때로 짐작할 수 있다.(굳이 이 때로 한정하기도 뭐한 게 그 이후로 출간된 책에서도 여경에 대한 차별은 공공연한 소재가 되곤 했다) 사실 2002년이면 생각보다 오랜 과거도 아닌데 이 정도로 차별이 심했을까.. 싶을 정도인데, 그래서 지금 이 책을 읽는다면 다소 시대상에 뒤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어쩔 수 없이 받게 되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20년도 더 전이고, 아무리 일본이라지만 여성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일 수 있다고!? 하는 의문이 들 수는 있겠지만, 그 부분은 어느 정도 감안하고 읽기를 권하고 싶다. 대신 초점을 여경에 대한 차별보다는 그 안에 담긴 '드라마'에 맞추면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소설 속 미즈호는 얼굴 그림,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몽타주'를 전문으로 그렸지만 현재는 다른 업무를 하고 있고, 그럼에도 언젠가 다시 감식과로 돌아가 얼굴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얼굴 그림을 그리면서 가지게 된 관찰력과 통찰력 등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훌륭하게 발휘되어서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다른 이면까지 파헤치게 된다.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 장에서는 각기 다른 사건을 다루고 있고, 전체적으로 보면 좌천된 여경 미즈호가 점차 과거 사건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한 사람의 경찰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과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무래도 경찰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여경의 역할을 한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고, 그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을 미즈호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감정적인 부분까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


나는 이번에 [얼굴 FACE]가 재독이었는데, 처음 읽었을 때는 '이야기가 좀 심심한가..' 싶은 생각이 있었다. 뭔가 그때까지 읽어온 요코야마 히데오의 '경찰 소설'에 비해 사건도 좀 가볍고, 이야기도 좀 가볍고.. 전반적으로 도파민이 좀 부족한 것 같다!는 감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늘의 계절]에서 미즈호의 '사정'을 접한 뒤이기도 했고, 이번에는 어느 정도 알고 읽다 보니 보이는 것들이 더 많았다. 소소한 듯 보이는 이야기지만 경찰 소설의 대가답게 경찰 내의 알력, 경찰과 기자 간의 알력, 여기에 더해서 '여경'이라는 제한된 입지에 처한 이들의 고군분투까지 더해진, 제법 스펙타클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사실 스펙타클..이라는 건 반쯤 농담이지만 어느 정도 치열함이 있고, 무엇보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깊게 다가오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작가님의 소설은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늘 그 묘하게.. 뭐랄까 다소 일그러진 감정이 여운이 되지 않나 싶다.


​


"의외의 재미와 공감이 있는 책"



[그늘의 계절]에 이어서 [얼굴 FACE]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책은 이미 한차례 출간되었다 대부분 절판이 되기도 했고, 일단 술술 읽히는 요즘 스타일의 책은 분명 아니라서. 특히 [얼굴 FACE]는 [그늘의 계절]에 비해서도 허들이 좀 있는데, 이 케케묵은 성차별을 지금의 '우리'가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읽은 [얼굴 FACE]은 오히려 처음 읽을 때보다 더 좋았다. 사고방식은 고리타분하지만, 그래서 더 다가오기도 하고, 그 표면에 도사린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한층 들어내고 보면 의외의 재미와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감'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얼굴 FACE]가 선사하는 묘한 여운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라보며.


​




헤어지기 싫은 것들과는 계속 헤어지고, 헤어져 버리고 싶은 것들과는 결별하지 못하고 끝났다.


범죄란 이런 것이다. 직접적인 피해자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불행의 파문을 던져 수많은 소중한 것들을 짓밟는다. 사람을 울리고, 상처를 입히고, 사람의 일생을 망친다. 범인은 모른다. 평생 자신이 뿌린 독이나 가시에 대해 모른 채 태연자약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