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워진 세계
아사쿠라 히로카게 지음, 이구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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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결벽증을 가진 남자 vs. 쓰레기를 주워오는 여자"



청결을 강조하는 아버지로 인해 늘 청소만 하고 계신 듯했던 어머니. 그래서 마치 무균실과도 같은 집에서 살다 독립한 '아사히'. 뜻밖에도 그는 청소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아사히의 집은 독립 전과 마찬가지로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아사히의 옆집에 사는 '도모에'는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심지어는 쓰레기를 끊임없이 주워오는 여성이다. 서로 정반대에,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결핍이 쌓아 올린 견고한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우리가 주워진 세계]의 설정은 꽤 독특하다. 극도의 결벽증을 가진 아버지로 인해 이를 싫어하면서도 마찬가지로 결벽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사히는 그에 대한 반작용처럼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 어머니와 단둘이 흔히 말하는 '쓰레기집'에서 살다 구출된 도모에는 여전히 자신의 집을 쓰레기로 채우고 있다. 그게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오랜 시간 쌓아 올려진 일종의 '습성'은 쉽게 버릴 수 없다. '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랬던 두 사람이 아사히의 직장 동료 '민토'를 매개체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아서 더 안쓰럽고 한편으로는 마치 블랙 코미디처럼 웃프다. 


아사히는 옆집의 '참상'을 보고 칠색 팔색 하며 방충제를 뿌리다가도 막상 도모에의 사정 이야기를 들으니 안쓰럽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한편으로는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다가도 또 막상 자기는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다. 도모에 역시 자신의 삶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그 습성으로 인해 여태 겪어온 일들도 있어서 달라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집을 채운 '쓰레기'를 버릴 수 없다. 너무 극단적인 두 사람, 너무나도 대칭점에 있는 듯한 두 사람이라 그 거리가 좁혀지기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두 사람은 의외로 쉽게 서로에게 다가간다. 방식은 다르지만 가정 환경에서 비롯된 다소 '기울어진' 습성을 가지고 있고,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이들의 이런 행동이 일종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니 서로가 다가가는 만큼 조금씩 채워지는 결핍이 아마도 이들의 사이를 보다 쉽게 가까워지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다. 자신의 습성으로 인해 누구와도 가까워질 수 없던 삶을 살던 이들이 자신과 비슷한 결핍을 가진 사람을 만나 서툴지만 조금씩 가까워지고, 그래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애틋하면서도 응원해 주고 싶게 만들었다. 스스로 쌓아 올린 견고한 벽이 조금씩 허물어가는 과정이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단순히 두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세계의 벽도 조금씩 허물어지고, 각자의 결핍 역시 조금씩 채워지는 게 참 따뜻했다. 뭔가 청춘소설 같으면서 한편으로는 성장소설 같고, 나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내 이야기 같은 그런 이야기였다.



"따뜻하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은 현실"



참 묘한 책이다. 설정이 다소 무거운 편이라 읽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술술 잘 읽힌다. 다소 극단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다 보니 공감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은근히 점점 마음이 움직인다. 가끔은 우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희한하게 그럴 때 뭔가 묘하게 뭉클하기도 하다. 아직 생각이 깊지 않다.. 기보다는 깊기 어려운 어린 주인공들인데, 이들이 하는 말은 의외로 깊이가 있다. 책 속에서 툭 던져지는 말이 마음 깊은 곳에 와닿으며,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몇 번이고 버려지고, 녹아내리고, 다시 태어나는 순환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자원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줄어든다.

(중략)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그러니 마지막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마.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를 격려한다. 아마도 그것은 아직 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몰랐다.

몇 번이고 재활용되는 자원처럼 사람도 실패하고 버려졌다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은 조금씩 닳고 깎여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절망의 늪에 빠진 사와키 씨 같은 사람에게는,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조차 잔인하게 들릴 수 있다.


위로의 말을 건네는 건 간단하지만, 그 말이 정말로 '위로'가 될까..는 또 다른 말인 것 같다. 책 속 아사히와 도모에,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 역시 마냥 서로에게 위로가 되거나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함께라서 더 힘들기도 하고, 건네지는 위로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도 있다. [우리가 주워진 세계]는 따뜻하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은 현실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마음이 간다. 이들의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기를 바라는 한편, 내 주변도 조금 더 따뜻하기를 바라게 된다. 흔한 힐링물과는 조금 다른 묵직함이 있지만, 그마저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책이었다.



소설 속 문장들


"쓰레기집, 하면 고독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잖아. 결국 너무 외롭다 보니 물건들 사이에 파묻혀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살 수 없는 거 아닐까?"


쓰레기집은 고독이다. 그럼 텅 빈 청결한 집에 사는 나는 고독하지 않은 걸까.


"도모에가 자기 자신을 버린다고 해도 내가 몇 번이든 도모에를 주워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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