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명성아파트
무경 지음 / 래빗홀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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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단으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1939년 7월의 어느 날, '명성아파트'에서는 영화 촬영이 한창이다. 301호 '최연자'의 집에 식모로 함께 살고 있는 '입분'을 비롯한 아파트 사람들에게 촬영은 신기한 일이었다. 하지만 촬영 도중,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로 한 아파트 관리인 '우에다'가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현장에서 붉은 글씨로 쓰여진 '불온한' 메시지가 발견되며 아파트는 혼란과 공포에 휩싸인다. 경찰은 입주민들을 의심하고, 수사를 해나갈수록 여러 가지 수상한 정황이 드러나는데..



일단 이 책은 배경부터 지나칠 정도로(?) 흥미롭다. 1939년이면 일제강점기인데, 의외로 배경이 '아파트'이다. 그리고 이 아파트에는 조선인과 일본인이 두루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지극히 평범한 이웃사촌으로 보일 뿐, 우리가 생각하는 적개심 같은 건 -실상은 어떤지 차치하더라도- 일단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후, 그리고 그 사건 현장에 남겨진 메시지로 인해 이들 사이에도 어딘지 모를 미묘한 공기가 감돈다. 뭔가 '인 듯 아닌 듯'한 아슬아슬함이 주는 흥미로움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등장인물 역시 배경 못지않게 흥미롭다. 일단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열두 살에 불과한 조선인 소녀 '입분'이다. 기존에 일하던 집에서 쫓겨나 겨우겨우 최연자의 집에 식모로 들어가 살고 있는 소녀지만 눈치도 빠르고 관찰력도 뛰어나다. 그리고 그런 입분이 모시는 마님 연자 역시 평범하지 않다. '셜록 홈즈'나 쓸 법한 모자를 쓰고, 수상한 사람들이 그녀의 집을 드나들고, 무엇보다 뛰어난 통찰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마님과 식모지만 한편으로는 탐정과 조수 같기도 한 이들의 기묘한(?) 관계 역시 책에 큰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기존 작가님 책 속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입체적이고 매력적이었는데, 이번 책은 그와는 어딘가 다를 묘한 매력이라고 해야 할지...?? 이들 외에도 명성아파트의 입주민들은 평범한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건과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모를 이들을 보면서 책장 넘기는 것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푹 빠져서 읽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 명성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의 에피소드만 봐도 '와, 미쳤다.. 너무 재미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는데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현장에 기묘한 메시지까지 등장하며 이보다 더 재미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시대 상황을 잘 살린, '이때라서 가능했다!' 싶은 발상부터 촘촘하게 심어 놓은 복선, 예상을 하든 못 하든 놀라울 수밖에 없는 결말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점이 없었다. 추리소설로 봐도 재미있고, 시대소설로 봐도 흥미진진하고, 드라마로 봐도 몰입도가 높다. 아, 앞의 감상은 취소, 이 책에 유일하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다음 권이 없다는 거죠...ㅠ



나는 무경 작가님 책을 정말 좋아하지만, 기존 작가님의 책이 술술 잘 읽히는 편인가.. 하면 마냥 고개를 끄덕이기는 쉽지 않다. 내용이 복잡해서.. 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시대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는 것과 다소 많은 인물이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 보니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1939년 명성아파트]는 정말 읽기 쉽다. 이 정도면 아이들이 읽어도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싶을 정도로 읽기 쉽다. 아무래도 시대 배경의 소설은 시대 상황을 잘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렵고, 특히 당시 시대를 살지 않은 우리가 그들의 행동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허들을 아주 쉽게 넘어선 것 같다. 그러면서도 시대 배경 소설이 지닌 매력을 너무 잘 드러나서 '와, 이 소설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경 작가님 작품을 좋아한다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작품이고, 아직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 보지 않았다면 입문작으로도 강추하고 싶은 책이었다.



"사람은 다른 이의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길 뿐, 본질이 어떤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겉이 그럴듯하게 보이면 속도 그럴듯하다고 여기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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