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나방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퇴원 후, 엄마가 달라졌다"


1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 골절 및 뇌손상을 입고 여태까지 병원 생활을 하고 있는 '소영'.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소영은 기억을 잃고 인지 능력도 다섯 살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했다. 그리고 그런 소영의 옆에는 항상 '엄마'가 있었다.

​

하지만 소영이 퇴원하고 집에 오면서부터, 소영이 상상한 것과 전혀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신이 마비된 채 휠체어 생활을 하는 아빠, 생활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집, 그리고 급격하게 변해버린 엄마까지.. 사고 전, 소영의 삶은 원래 이랬던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 소영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있을 것이다.

​



"스릴감, 위기감, 긴장감...이 책을 가득 채운다!"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깨어난 딸과 그런 딸을 성심껏 간호한 엄마. 그리고 1년의 병원 생활 끝에 퇴원을 하게 되고, 함께 집으로 간다. 여기까지 써놓고 보면 참 흐뭇하고 따뜻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단 한 번도 '따뜻함'이나 '흐뭇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이 책을 감싼 공기는 단어로 굳이 적자면 뭐랄까.. 알 수 없는 긴장감, 원인 모를 불편함, 그리고 분명 빗나가지 않을 것 같은 '쎄함'이었다. 딸에게는 한없는 믿음의 대상이어야 할 엄마와 엄마에게는 한없는 모성애의 대상이어야 할 딸이라는 관계..지만 그 한없는 믿음과 한없는 모성애가 정말 당연한 걸까? 믿는다면 무슨 일을 해도 되고, 사랑한다면 또 무슨 일을 해도 되는 걸까? 애초에 '모성애'라는 건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생겨야만 하는 감정인 것일까..? 그리고 그 모성애를, 받아들이는 쪽에서 '사랑'이라고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보통 동양인, 그중에서도 한국인에게 '모성애'는 유독 각별한 감정인 것 같은데, 그래서 책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도 심심치 않게 소재로 다뤄지는 것 같다.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은 당연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당연함의 형태도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

[누에나방]은 보통의 추리소설처럼 일단 누가 죽으면서 시작한다든지..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사실 세상 다정한(?) 모녀의 모습으로 시작하는데도 시종일관 마음을 놓지 못한 채 읽게 된다. 우리 가족만이 함께 하고 있는 집이 배경일 때도 그 어떤 스릴러 영화보다도 더 스릴 넘친다. 단순히 '엄마가 잠시 집을 비운다'라는 상황인데, 소영은 현관 앞에서 엄마가 정말 나가는 건지 확인하려 하고, 엄마는 소영이 얌전히 집에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 이렇게 글로 써놓으면 '아픈 딸이었으니까 뭐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싶겠지만, 이 상황을 책 속에서 마주하면 아마 '그럴 수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을 것이다. 뭐랄까.. 그런 일이 벌어질 일은 없겠..지..만.. 싶은 한편으로 '얌전히 있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것만 같은' 위기감이 이 책을 감싸고 있다. 엄마와 딸인데 이럴 수 있는 걸까.. 싶다가도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엄마와 딸이니까 이럴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함도 있다. 엄마는 왜 소영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그리고 때때로 보여주는 엄마의 기이한 행동이나 말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 의문을 명쾌하게 풀어줄 결말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인지.. 그래서 후반부 전개와 마주했을 때 정말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모든 의문을 풀어줄 답은 분명 있었다. 물론 그 답이 이해할 수 없는 등장인물의 행동을 이해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이 책에는 읽는 독자뿐만 아니라 그 등장인물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게 존재하니까. 그렇지만 적어도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했고, 왜 그런 말을 해야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유는 있다. 이유는 있지만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게 딱 이 책에 대한, 그리고 이 책 속 모녀에 대한 비교적 적확한 감상이 아닐지..라는 생각이 든다.


​


"아무래도 조만간 [습기]를 손에 들게 될 듯.."



보통 설정이 흥미로우면 전개와 결말이 설정 이상으로 흥미롭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누에나방]은 흥미로운 설정 이상으로 전개가 흥미로웠다. 사실 전개가 워낙 흥미진진했던 탓에 결말은 살짝 심심한가.. 싶기도 했는데, 이 소설에는 그런 다소 심심한 듯한 결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런 결말이 심심하게 보인다는 건, 뭔가 이 책이 주는 심심치 않은(?) 전개에 그만큼 절여졌다는 뜻일 테니까.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고, 이 책이 주는 묘한 찜찜함을 느끼면서도 페이지 넘기는 것을 멈추지 못했던, 그야말로 '재미있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들었던 책 [누에나방]. 한 편의 스릴러 영화, 그것도 진짜 제대로 된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인데 진짜 영화로 나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과연 소설 이상의 스릴을 줄 수 있을지 벌써 궁금..한데 반대로 말하면 텍스트로 이만큼의 스릴을 줄 수 있다는 자체가 놀랍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작가의 말'을 보며 왜 이 책이 '누에나방'이라는 제목이었는지 확인하고, 그 의미를 스스로 생각하며 여운에 잠겨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아무래도 조만간 [습기]를 손에 들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며.


​



우울은 혈액형 같은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고 노력한다고 바꿀 수도 없다.


엄마가 딸에게 가하는 학대라는 것은 잠시 동안만 유지되는 몸의 상처나 굶주림보다 훨씬 길게 이어진다. 그래서 곧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나는 죄를 지었다. 엄마를 사랑할 수 없는 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