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얼굴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최고은 옮김 / 반타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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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얼굴이 훼손되고 양손이 절단된 채 발견된 시신"


도로에서 멀지 않은 계곡에서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얼굴이 짓뭉개지고, 양손이 절단된 상태의 시신은 신원 확인부터 쉽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경찰 '히노'의 머리를 스친다. 하지만 뜻밖에 얼마 후 발생한 다른 살인 사건으로 인해 이 시신의 신원이 생각보다 빠르게 좁혀진다. 하지만 두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가 좀처럼 밝혀지지 않고 사건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한편, 경찰서에는 한 소년이 찾아와 첫 번째 사건의 시신이 10년 전 실종된 자신의 아버지가 아닌지 확인하고 싶다는 요청을 하는데...




"서서히 스며들어오는..."


[매미 돌아오다]가 참 재미있었다. 뭔가 일상 미스터리 같으면서도 마냥 가볍지 않고, 잔잔한 것 같은데 여운이 긴.. 한 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이런 게 이 작가님의 스타일이구나!'라는 느낌이 빡! 하고 왔던 터라 [잃어버린 얼굴]은 아무런 정보 없이 '무조건 읽는다!' 싶었는데 초반 설정부터 당황스러웠다. 주..인공이 경찰이라구요..?? 그.. 시신이 발견되었다구요..?? 그러니까 그.. '잃어버린 얼굴'이 어떤 근사한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얼굴이 없는 시신을 말하는 거였다구요..?? 근데 이 책이 다른 작가님의 책이 아니고 사쿠라다 도모야 작가님 책이 맞다는 거죠..?? 너무도 다른 스타일에 당황스러웠던 것도 잠시, 아니 잠시보다는 조금 길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어느새 이 책에 푹 빠져서 읽고 있는 내가 있었다.


여타의 경찰소설이 그렇듯, [잃어버린 얼굴] 역시 주인공인 경찰이 발로 뛰며 단서를 찾아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그 단서라는 게 쉽게 잡혀줄 리 없으니 한 발 나아가는가.. 싶으면 제자리걸음이고, 또 한 발 나아가는가.. 싶으면 헛발질인 과정이 없지 않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이 궁금하니 여기에 집중하면 좋겠는데 소설 속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사건이 하나가 아니니 실제보다 더 진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묘하게 지루할 틈이 없다. 사건 자체가 자극적인 덕분(?)도 있겠지만, 소설 속 전형적인 것 같으면서도 마냥 그렇지 않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소 늘어질 수 있는 수사 과정을 오히려 즐겁게 -수사 과정을 즐겁다..라고 표현해도 될지 미묘하지만..- 읽도록 만들어 준다. 그리고 지나고 보면 그 과정의 어느 하나도 허투루 쓴 게 없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치밀하게 짜여진 '판'이라 그 판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는 자체가 흥미롭다. 보통의 경찰소설이라면 수사 과정이 주를 이뤄 다소 드라이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잃어버린 얼굴]은 수사 과정조차 '감정'이 빠지지 않는다.(이런 면에서는 확실히 [매미 돌아오다]의 작가님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데 그게 신파라든지, 억지 감동 혹은 공감을 유도하는 감정이 아니라 서서히 등장인물들이 스며들어와 자연스레 누구에게든 공감하게 되는 감정이라는 게 좋았다. 이 소설의 결말은 치밀한 복선 덕분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분명 있지만, 많지 않은 분량에도 충분히 이끌어 낸 공감이 훨씬 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앞으로 기다릴 시리즈가 늘어난 것 같다"



추리소설, 그중에서도 일본 경찰소설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굵직한 작가들이 있고, 워낙 무게감 있는 작품들을 써낸 탓에(?) 적은 분량과 다소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경찰소설에 쉽게 만족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뭔가 '재미있다'고 말하기에는 눈이 너무 높아졌다고 해야 할까? [잃어버린 얼굴]은 그런 경찰소설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무게감 있는 작품을 써내는 대신 적당히 무겁지만 그 안에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의 복선을 심어두고, 그에 버금갈 정도의 '감정'을 담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다'는 감상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으며 중반까지도 '사실은 내가 '야쿠마루 가쿠'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내가 야쿠마루 가쿠 작가님을 꽤 좋아한다는 걸 감안하면 사쿠라다 도모야 작가님의 경찰소설 역시 기존 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라는 방증이 될 것 같다. 심지어 이 작품이 작가님이 쓴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첫 장편소설부터 이 정도 퀄리티라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매미 돌아오다]를 읽고 그 전후 시리즈가 궁금해졌는데, [잃어버린 얼굴]을 읽고 나니 '이 책 역시 무조건 시리즈여야 한다!' 싶었다. 이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이 정도로 재미있는(?) 판에 배치했으면 더 써먹으셔야죠!? 아무래도 앞으로 기다릴 시리즈가 하나 늘어난 것 같다.



"차오르기만 하는 인생은 없고, 잃기만 하는 인생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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