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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유성처럼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운명이었다
미나토 쇼 지음, 황누리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7월
평점 :
"백 번의 식사를 하면 죽는 여자"
스노보드 경기 도중 낙상 사고로 인해 크게 다치고, 트라우마로 인해 보드를 탈 수 없게 된 '토우야'. 앞으로 백 끼를 먹으면 죽는 희귀병 '여명백식'에 걸린 '리이'. 우연한 계기로 만난 두 사람은 리이의 남은 백 끼를 위한 맛집 여행을 함께 떠나기로 하는데...
"과거의 죽음과 미래의 죽음이 얽혀있는 시간"
사실 어느 모로 보나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건 "죽을 때를 기다리는 너와 죽을 때를 놓친 나. 이 두 운명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영영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라는 책의 소개글 덕분이었다. 시놉시스를 보면 죽을 때를 기다리는 건 딱 100번의 식사를 마치면 죽는 희귀병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지만, '죽을 때를 놓쳤다'는 건 대체 어떤 의미일까..가 궁금했다. 보드 경기 중 사고로 크게 다치고, 트라우마로 더는 보드를 탈 수 없게 된 스노보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길로 더는 가지 못하게 된 -혹은 그렇게 믿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긴 했다. 그래도 이 카피를 쓰신 분께 보너스라도 주셔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찌 보면 과하게- 멋지게 표현했구나.. 라는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원래 라이트노벨, 그것도 청춘, 로맨스를 주로 쓰는 작가답게 책은 읽기 쉽고, 풋풋하고 간질간질한 연애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도 마냥 가벼운 연애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한 쪽은 과거에, 한 쪽은 미래에 죽음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경험할 뻔한 사람과 정해진 죽음을 앞둔 두 사람이기에 이들의 하루, 이들의 한 끼는 더 소중하고 애틋하다. 고작 100끼, 고작 한 달밖에 안 되는 시간이지만 이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했을 시간이 설렘으로, 갈등으로, 행복으로, 그리고 슬픔으로 채워지는 게 보는 사람마저 설레고, 즐겁고, 안타깝게 만들어주었다.
"한 번쯤은 이런 힐링도..."
사실 나는 700페이지짜리 추리 소설보다 200페이지짜리 연애 소설이 더 읽기 어려운 편독러이다. 요즘 서점 매대를 가득 채운, 미쳐버린 판매지수의 힐링 도서들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추리/미스터리 소설' 코너로 달려가는 게 일상이다. 그치만 [네가 유성처럼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운명이었다]를 읽으니 이런 류의 소설에 열광하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읽다 보면 오글거리고 약간 항마력이 부족하게 느껴지는데(카페에서 책 읽다 오글거리는 부분에 내상(?)을 입고 '크헙...'하고 육성으로 소리를 내버린 1인), 그 풋풋함이, 잊고 있던 설렘이 은근히 싫지 않은...?? 이왕 죽음을 소재로 다룰 거면 조금 더 묵직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의외로 설정이 디테일한 부분들이 있어서 약간 감탄하기도 했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당연한 '밥을 먹는다'는 행위가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뻔한 듯하지만 뻔하지 않은 결말과 함께 살짜쿵 여운까지 남겨주는.. 한 번쯤은 이런 힐링도 괜찮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그렇게 멀리 가지 마. 내가 하프파이프에서 날아올라도 닿을 수가 없잖아.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