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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평점 :
5년 전 딸 '라일라'가 실종된 후 잘나가는 신경정신과 의사에서 노숙자가 된 '마크'는 아내 '니콜'로부터 놀라운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라일라가 살아 있어!'라는.
5년 만에 딸을 만난 마크, 대부호의 딸이자 스캔들 메이커인 '앨리슨', 엄마를 죽인 남자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는 소녀 '에비'. 전혀 연관이 없는 삶을 살던 세 사람은 그들의 운명을 바꿔놓을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사랑하기 때문에]를 읽기 전에 눈에 들어온 두 가지 키워드가 제목에도 들어간 '사랑'과 시놉시스에 있는 '치유'였다. 참 좋은 두 단어인데..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는 편독러인 나에게는 인연이 없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래서 '잔잔한 힐링 소설이겠지..'라는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책을 펼쳤는데 웬걸..?? 시작부터 의아함이 넘친다. 5년 전에 실종되었던 딸이 갑자기 돌아왔는데 엄마인 니콜은 함께 딸을 만나러 갈 수 없다고 하고, 딸은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비행기 탑승을 위해 거치는 보안검사에서 분명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딸에게 경보음이 울리기도 한다. 도대체 지난 5년 동안 라일라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으며, 왜 니콜은 딸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 걸까? 이러한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궁금증을 더해간다.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것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교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도 소설은 조금도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고, 엄청난 가독성을 자랑한다. 추리소설도 아닌데 이렇게 술술 읽다니, 이건 반칙 아닌가!? 싶었다.
소설은 초반부터 5년 전에 실종된 딸의 귀환과 어딘가 수상한 아내의 행동이라는 거대한 미스터리를 던지고, 소설이 전개되는 동안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몇몇 상황들이 발생하며 이를 어떻게 개연성 있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이 책에서 중요한 건 그들의 아물지 않는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이고, 이를 보여주는 과정을 최대한으로 흥미롭게 연출(?) 하기 위해 가볍게나마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그것도 나름대로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다른 장르에는 거의 눈길도 주지 않는 추리/미스터리 편독러도 꽤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으니까. 다만 흔히 말하는 떡밥, 조금 더 정제된 표현으로는 복선의 회수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너무 뿌리기만 한 느낌이 없지 않았던...
소설에 등장하는 마크와 앨리슨, 에비 등은 각자에게 큰 상처가 된 사건을 경험했고, 그 상처가 도무지 아물 방법이 없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올바른 길'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우연히' 한곳에서 만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은 참 놀라운 부분이 있다. 소설 속에서 조금씩 이들이 겪은 일들을 서로에게 이야기할 때, 만약 내가 그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었다면 나는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가 정말 막막했기 때문이다. 당장 내 상처가 버거운데 다른 사람의 상처에 손을 내밀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있었고. 하지만 나의 어려움에도 상대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고, 그 과정에 나의 상처도 치유되는 걸 보면 -사실 팍팍한 추리소설 마니아에게는 오글거리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조금 뭉클한 부분도 분명 있었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들을 이런 식으로 연출하고 엮어내는 자체가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한 방에 각인시켜 주었달까? 왜 이 작가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은지 알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취향이 아닐 것 같은 책을 의외로 재미있게 읽은 덕분에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가는데, 다음에는 조금 더 미스터리 느낌이 많이 나는 책도 읽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