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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평점 :
대학생인 '기세'는 몇 년 만에 만난 전 가정교사 '마카베'가 결혼을 앞두고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에 대한 조사를 탐정 사무소에 의뢰하고자 한다. 그리고 '기타미'라는 익숙한 이름에 끌려 찾아간 탐정 사무소에서 만난 것은 학창 시절, 친척 형의 학교 폭력을 해결해 주었던 선배 '기타미 리카'였다.
마카베의 결혼을 반대하는 듯한 협박장의 내용으로 보아, 협박범은 마카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주변을 조사하던 기타미는 뜻밖에 마카베가 과거 '어떤 사건'으로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을 믿기 어려웠던 기세는 기타미를 도와 함께 조사를 해나가게 되는데...
늘 그렇지만 '100퍼센트 속게 되는 걸작 미스터리!'와 같은 강렬한 홍보 문구는 양날의 검이 된다.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지만 '반전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반전을 알아채버리는 눈치 빠른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저런 문구만 보면 '나에게 도전장을 던졌군! 무조건 맞춰주겠다!'고 덤벼드는 스타일이고, 보통 이런 유의 책은 안팎으로(?) 반전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 안타깝게도(?) 꽤 이른 시점에 반전을 예상할 수 있었다.(예상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반전을 예상하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설마 정말 그걸까..'라는 의문을 끝내 떨쳐내지 못한 덕분에(?)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반전이 늘 그렇듯 -이 반전은 더더군다나...- 호불호가 있을 수 있고, 원래 반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만나야 진짜 재미있으니 나처럼 눈에 불을 켜고 반전에 집착하기보다는 조사를 해나가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걸 추천한다. 전직 변호사 작가답게 세세한 부분까지 현실을 살린 설정과 친절한 묘사가 마치 내가 함께 조사를 해나가는 것 같은 생생함을 안겨주는 것 역시 이 책의 큰 재미 포인트니 말이다.
[꽃다발은 독]은 반전 미스터리 소설의 입문작 혹은 본격적으로 빠져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무래도 라이트 한 책을 주로 쓰던 작가님이라서 그런지 이 책 역시 360페이지 정도로 분량도 가뿐하고, 그 분량을 더 가뿐하게 느낄 만큼 가독성도 좋고, 일단 손에 들면 내려놓기 어려울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확실히 책을 읽다 보면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 사이사이에 피어오르는 믿음에 대한 의문과 그에 수반되는 미세한 섬뜩함을 느낄 수 있다. 반전을 위해 너무 복잡하게 설정하는 대신 조사 과정 자체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하고, 그 사이에 조금씩 밝혀지는 정보로 엮어내는 반전 역시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설명도 친절하다. 마치 '이 책으로 반전에 입문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책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손에 들어보면 어떨까? 일단 몇 페이지 넘겨보면 아마도 나처럼 순식간에 마지막 페이지를 만나게 될 지도...?? 이제부터는 작가님이 라이트 한 책 대신 매번 더더 진지하게 미스터리 소설을 써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봐야겠다.
"한 번 피해자 쪽에 서 보는 게 좋지 않겠어?
그런 타입은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자신이 상처 입힌 상대방의 마음은 평생 모를 거야."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