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의 섬 - 사와무라 이치

예언의 섬 ㅣ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희대의 예언가 '우쓰기 유코'는 사망하기 두 시간 전, 마지막 예언을 남겼다. 자신이 사망하고 20년 후, 섬에서 여섯 영혼이 명부에 떨어질 거라는 예언을.

'준', '하루오', '소사쿠' 세 친구는 기분 전환을 겸해서 '무쿠이 섬'으로 여행을 간다. 어린 시절 우쓰기 유코에 빠져들었었던 그들은 여흥으로 그녀의 예언이 가리키는 섬에 가서 예언이 맞는지 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섬에 사는 사람들의 행동은 기이하기만 하고, 그들의 마음도 조금씩 무거워 진다. 그리고 결국 누군가의 시신이 바다에서 떠오르는데...

"예언이 '맞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알아요? '현실의 사건에 잘 갖다 붙인다'는 뜻이에요. 추리 소설이 작가가 교묘하게 유도한 픽션이라면, 예언은 상대를 절묘하게 유도하는 암호죠. 상대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든 해석할 수 있으니까요."

소설은 사실 '히가 자매 시리즈'를 비롯한 호러소설에 특화된 작가 '사와무라 이치'의 첫 본격 미스터리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그의 작품 중에서도 손꼽히게 호러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는데, 일단 예언으로부터 시작되는 것도 그렇고 종종 등장하는 '원령', '저주' 등의 단어들도 그렇다. 하지만 발이 묶이기 쉬운, 외부와는 단절된 '섬'이라는 공간적 배경이라든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외부인에 대한 눈에 띄는 경계와 폐쇄적인 성향을 보면 뭔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이 떠오르는데 -실제로 역자후기에 의하면 이 작품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옥문도]에 대한 오마주라고 한다- ,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몇 편 읽다 포기한 나인데도 [예언의 섬]은 초반부터 한 번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몰입이 강했다. 어느 한 구간도 '지루하다'거나 '늘어진다'는 느낌이 없이 점점 쌓여가는 의문들에 페이지를 넘기기 바빴다.

먼저 고백합니다. 이 책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반전이 있다는 사실조차 스포당하고 싶지 않았다고요?

절대 알아챌 수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출판사의 [예언의 섬] 북샘플러 모집글 중에서..

이쯤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반전, 출판사에서 당당히 절대 알아챌 수 없을 거라고 장담했던 그 반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실 나는 완전하게는 아니더라도 그 반전을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는데, 그래서 너무 궁금하다. 정말 이 반전을 눈치채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것. 진짜 진심으로 '아야츠지 유키토'의 추천사의 '악마적 문제작'이라는 말이 이 책의 핵심을 제대로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놀라운 것은 반전 그 자체만이 아니라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섬세하게 심어둔 복선이다. 그야말로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복선들. 이 책의 진가는 2회차 독서 때에야 비로소 드러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이 책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다른 사람들의 감상도 너무 궁금하고 읽고 듣고 싶어질 만큼, 정말 '대단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만큼 대단한 작품이었던 [예언의 섬]. 사와무라 이치의 첫 본격 미스터리 도전인데도 '그 사와무라 이치가 이런 책을!?' 하는 생각이 아니라 '그 사와무라 이치니까 이런 책을...' 하게 되는 게 그동안 쌓아온 이 작가의 진정한 저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간 읽었던 그의 작품들에서 보여준 논리적인 부분들을 보며 '이 작가가 맘 먹고 추리소설을 쓰면 장난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 내가 읽은 [예언의 섬]이 바로 그 장난 아닌 작품이었다. 별다른 감상이 더 필요할까? 이 책은 그냥 읽고 놀랄 수밖에 없다.(이 책 안 읽은 뇌 삽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