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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 아를르캥과 어릿광대 ㅣ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평점 :
'도쿄중앙은행'의 오사카 서부 지점에 융자과장으로 부임한지 이제 고작 한 달 된 '한자와 나오키'. 은행은 최근 'M&A'에 열을 올리고 있고, 신흥기업인 '자칼'이 오사카 서부 지점의 거래처이자 소규모 출판사인 '센바공예사'를 매수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센바공예사의 '도모유키' 사장은 M&A 제의를 거절하지만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아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 은행은 대출을 거절하는 것으로 압박을 가한다. 도모유키는 경영개혁안을 마련하고, 한자와는 담보가 될 만한 것을 찾는 과정에서 센바공예사의 사장실에 걸린 그림 '아를르캥'의 화가이자 현대미술의 거장 '니시나 조'의 불가사의한 자살에 얽힌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6년을 기다린 일본 독자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워낙에 '한자와 나오키'와 '변두리 로켓' 시리즈가 연이어 출간된 덕분에 굉장히 오래 기다린 끝에 손에 잡은 듯한 [한자와 나오키 : 아를르캥과 어릿광대]. 의외로 이 책은 시리즈의 프리퀄로 1권보다 이전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더군다나 오사카 서부 지점에 갓 부임하자마자 상사와의 마찰, 은행의 독단적인 지시 등에 고군분투하는 한자와의 모습은 지난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와 유사하지만 센바공예사라는 소규모 기업이 보다 거대한 기업의 M&A 제안을 거절하고 스스로 회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 애쓰는 모습에서는 '변두리 로켓' 시리즈가 연상되었고, 불가사의한 자살을 선택한 화가의 비밀에 이르면 아예 다른, 그야말로 추리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주인공을 한자와로 설정하고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한자와 나오키', '변두리 로켓', 그리고 또 다른 이케이도 준의 스탠드 얼론이 만나는 어느 한 지점의 작품처럼 내게 다가왔다.
일은 상사가 저지르고 한자와가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상사는 모든 책임을 한자와에게 뒤집어씌운 채 몰아내기 위한 암약을 하는 것은 기존 시리즈와 다를 바가 없지만, 이번 책에서 크게 다른 것은 이미 내가 이 싸움의 결과(?)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1권을 읽었으니까..) 그런데도 도대체 어떻게 이 흐름에서 그렇게 이어질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원래도 이 작가의 책은 가독성이 좋고, 답답함보다는 통쾌함이 커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데 이번 책은 그 위에 미스터리를 한 스푼 얹은 덕분인지 훨씬 더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갔다. 잘 나가던 기존 시리즈를 그대로 답습하기만 해도 충성독자들이 있어 불만이 없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신선하면서도 너무 흥미진진했다. 한자와가 크게 한 방을 날리는 통쾌함에 미스터리가 해결되는 통쾌함의 조합이라니, 이 정도면 반칙 아닌가요..!!??
"이상론만 말하면 분명히 실적이 따르지 않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상이 없는 일에 멋진 현실은 없습니다."
[한자와 나오키 :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는 기존 시리즈에서 직장인의 울분을 풀어주는 듯한 통쾌함은 그대로 살리면서 색다른 매력을 주기 위한 작가의 고심이 묻어나고, 그게 아주 좋은 방향으로 작용해서 완성도를 높인 것 같다.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는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보다 더 애정하는 '변두리 로켓' 시리즈의 신작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조금은 달랠 수 있어 -이 책에 [변두리 로켓]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ㅎ- 더더욱 좋았다.(물론 [변두리 로켓] 신작도 내주면 더 감사합니다 작가님..ㅠ) 무거운 현실의 답답함을 통쾌하게 날려주는 '한자와 나오키'활극의 시작!! [한자와 나오키 :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는 내게 너무 반갑고 그 이상으로 만족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 그 자체였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