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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계획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2월
평점 :

"한줄평 : 응?? 재미있잖아!?"
연전연승의 천재 스키점프 선수 '니레이'가 연습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독극물에 의한 살인으로 추정한 경찰은 용의자를 찾으려 하지만 수많은 관계자들 사이에서 니레이에게 살의를 품을 만한 사람을 특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범인을 지목하는 익명의 제보로 인해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되지만 살해의 방법과 동기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한편 범인에게도 누군가로부터 '니레이 아키라를 죽인 사람은 너다. 자수해라'라고 적힌 편지가 도착한다. 계획도 완벽했고 실행도 완벽했는데, 과연 누가 어떻게 나의 범행 사실을 알게된 것일까? 경찰에 체포된 이후에도 편지를 보낸 자에 대한 범인의 추리는 계속되는데...
리뷰의 시작을 다소 의문스럽다는 듯이 '재미있다'는 한줄평으로 시작한 것은 이 책이 일본에서 무려 1989년, 지금으로부터 30년도 더 전에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책이라면 어느 출판사에서든 출간이 되었어도 벌써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은근히 하고 있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니 가독성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최근에 출간된 어떤 책을 읽어도 '아, 다 알 것 같은데..' 했던 나였는데, 무려 30년도 더 전에 출간된 책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진실'을 만났다는 것이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의외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결말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소설은 전개되는 동안 시점을 상당히 여러 차례 변경하는데, 물론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와 범인이다. 재미있게도 형사와 범인 모두 익명의 제보(?)를 받은 덕분에 똑같이 그 편지를 보낸 사람을 고민하고 있다. 초반부터 범인이 특정된 상황임에도 독자는 형사가 언제, 어떻게 범인의 정체를 알게될 것인지, 혹시 범인이 먼저 편지를 보낸 자를 알아내는 것은 아닌지, 편지를 보낸 사람은 대체 누구인지 등 다양한 궁금증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궁금증이 많아지니 책이 복잡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 결국 이 모든 궁금증은 하나의 거대한 궁금증으로 모아지기 때문이다. 책의 가장 처음에 등장한 1987년의 스키점프 경기 중 발생한 사고와 니레이 살인사건을 잇는 바로 그 '조인계획'은 무엇인가 하는 것으로.
[조인계획]은 전체적으로 보면 감정에 대한 묘사는 그다지 많지 않고, 거의 스포츠와 과학 기술에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무기질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앞서 언급한 두 명의 화자 외 제 3의 화자인 스키점프 선수 '사와무라'의 공이 큰데, 자신의 힘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2인자밖에 되지 못하는 사와무라의 감정이 모두가 승자일 수 없는 현실을 나름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자를 여러 명으로 설정하교 교차시점으로 소설을 전개하는 것으로 상당히 여러 가지 효과를 내고 있는데, 이 작가는 초기부터 이렇게 영리하게 설정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해보았다.
초기작품인데도.. 아니, 어쩌면 초기라서 더 이런 작품을 써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인계획]은 여러 가지로 인상 깊은 책이었다. 뭔가 아주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이면서 동시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것을!?!? 하는 느낌이랄까. 스포일러가 될 법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스포츠와 과학이라는 큰 줄기 아래 여러 가지를 녹여냈는데도 이쪽 저쪽의 균형을 상당히 잘 잡아서 전개도 매끄럽고 특유의 가독성도 여전하다. 스포츠에 문외한인 내가 갑자기 스키점프가 궁금해질 정도이니, 히가시노 게이고는처음부터 히가시노 게이고였구나! 하고 감탄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는 걸로.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