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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전화
야쿠마루 가쿠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20년 3월
평점 :
야쿠마루 가쿠는 대표적인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이고, <돌이킬 수 없는 약속>으로 국내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작가인데 이 작가의 책은 만족도에 편차가 좀 있는 편이다. 데뷔작인 <천사의 나이프>나 작년에 읽은 일본 미스터리 중 최고로 꼽았던 <우죄>처럼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이 있는가 하면 '굳이 이런 무리한 설정과 전개를,,,' 하는 아쉬운 책들도 있었다. 이번에 읽은 <익명의 전화>는 과연 어느 쪽에 속하는 책이 될지 일단은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아사쿠라'는 원래 형사였지만 3년 전에 어떤 혐의를 받게 되어 경찰을 그만 두고 아내와도 이혼한 채 홀로 지내왔다. 어느 날 이혼 후 연락조차 하지 않던 딸로부터 전화가 와서 의아했던 아사쿠라는 전처인 '나오미'에게 딸의 행방을 묻게 되고 그 과정에서 딸인 '아즈사'가 누군가로부터 유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도 전직 경찰이면서 아버지 역시 경찰의 고위 간부였던 나오미는 경찰에 알리자고 하지만 왜인지 아사쿠라는 경찰에 절대 알리지 말라고 하고 스스로 유괴범을 잡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시간이 흐를 수록 아즈사의 유괴의 배경에는 3년 전의 사건이 연관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아사쿠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소설은 전반적으로 아사쿠라가 과거 경찰이던 시절 관계했던 전과자인 '키시타니'의 힘을 빌려 자신의 딸을 납치한 범인의 요구를 수행함과 동시에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부투하는 모습으로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3년 전에 있었던, 마약 중독자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7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이 관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아사쿠라가 그 때 비리 경찰이라는 누명을 쓰면서까지 숨겼던 '어떤 사실'이 딸이 납치된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네타 아님)
"난 그 일로 모든 것을 잃었어.
소중한 가족도, 긍지를 가지고 있던 직업도 전부 다 말이야.
하지만 내 행동에 후회하지는 않아."
일단 전개를 보면 범인이 3년 전의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어서 아사쿠라의 딸을 납치하면서까지 아사쿠라를 움직이게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기 때문에 중반까지 제법 속도감 있게 넘어가는데 중반이 넘어가면 반복되는 전개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 답답함이 늘어서 그런지 오히려 늘어지는 전개에 속도감이 떨어지는 감이 있다. 또 각각의 인물의 행동에 개연성이 부족해서 '아니,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소설 속에서 밝혀진 그 이유가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 사실 좀 아쉬운 느낌이 있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기까지 과연 이런 결말을 맞이하기까지 독자들에게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했는지, 복선이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도 아주 긍정적인 평을 내리기 어렵다. 물론 의외의 범인, 의외의 사연이 놀라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밝혀졌을 때 복선들이 맞아떨어지면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면 정말 만족스러운 놀라움을 주는 것에 비해 그런 것이 없이 그저 너무도 의외의 결말이라면 타당성이나 개연성에서 많은 아쉬움을 주는 것 같다. 야쿠마루 가쿠의 <기다렸던 복수의 밤>을 읽었을 때 받았던 '굳이,,,?' 하는 느낌을 이번에도 받아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웠다.
야쿠마루 가쿠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것은 <우죄>처럼 사람의 심리를 깊이 다루는 책, 거기에 소년법과 같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소재와 함께라면 그 무게감이 배가 되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익명의 전화>는 전직 경찰과 전과자가각자가 가진 지식과 기술을 총동원해서 생동감 있게 범인을 추적한다는 것, 즉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야쿠마루 가쿠라는 작가에 대한 기대치로 생각한다면 많이 아쉬움을 남긴 책이었다. 그래도 워낙 좋아하는 작가이고 한 방이 있는 작가이기 때문에 차기작은 더 좋은 작품으로 출간될 거라고 또 기대를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