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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카멜레온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한동안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이 국내에 출판되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지난 1월에만 세 권의 책이 그야말로 쏟아져나왔다. 미치오 슈스케라면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이 가장 유명할 듯 싶은데,,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흔히 초기작이라고 말하는 미스터리가 가미된 작품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도 그렇겠지만,,- 으로, 그 중에서도 [술래의 발소리]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한동안은 다소 달라진 작풍에 많이 읽지는 않았었는데 [투명 카멜레온]은 아야츠지 유키토가 추천평까지 썼다는 말에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는 멋진 목소리와 그와 상반된 평범한, 그렇지만 목소리와 지나치게 비교가되어 평가절하되는 외모를 가진 라디오 DJ '기리하타 교타로'이다. 매일 방송 후에 단골 바인 'if'를 찾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라디오의 소재를 찾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 어느 날 전혀 평범하지 않은 일이 발생한다. 갑작스레 'if'에 들어와 '죽였다...'라고 말한 '미카지 케이'를 기리하라가 다분히 의도적으로 속이게 되고, 이를 빌미로 기리하라뿐만 아니라 그의 친구들까지 그녀의 일을 돕게 된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녀의 행동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악화되는 상황에서 그들은 좌충우돌하게 되는데,,,
줄거리만 보자면 코미디 단편 드라마를 연상시킬 수 있고 실제로도 소설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볍고 유쾌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그 속의 사건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사실 소설을 읽으며 막무가내인 미카지 케이의 행동이 과히 긍정적으로 보이지만은 않았고, 그런 그녀에게 단순히 그녀를 약간 속였다고는 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는 기리하타 및 그의 친구들 -심지어 그녀를 속이는데 크게 관여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적극적으로 돕는다- 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만 총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에서 초중반 장들의 마지막에 나오는 기리하타가 방송하는 라디오의 사연이 유쾌하면서도 즐겁고, 그 사연과 등장인물들을 연결시켜 생각하면 그들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아 마치 잘 아는 이웃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묘한 매력이 있다는 것, 그리고 소설 전반을 이끌어가는 '미카지 케이가 품고 있는 미스터리가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책을 읽어나갔다. 중반을 넘어 거의 3/4 지점에 달하기까지도 '소설이 다소 개연성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매우 사소한 선택과 짧은 말 몇 마디였을 뿐인데."
그래도 세상은 크게 변하고 말았다.
책을 덮으며, 기리하타를 포함한 등장인물의 행동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었다... 라고 적고 그 이유를 대략적으로라도 적을까,,를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사실 이 책은 정말이지 출판사의 책 소개가 너무 많이 담고 있다. 되도록 책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읽으면 가장 좋을 듯 한데, 가장 좋은 정도라면 책의 뒷표지에 적힌 줄거리 정도? 아마도 책을 읽은 후라면 왜 그런지 이해할 것 같아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고자 한다.
책 제목인 '투명 카멜레온'의 의미는 상당히 초반에 알 수 있지만, 그것이 주는 또 다른 의미, 좀 더 큰 울림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야 깨닳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난 후 내가 받은 느낌은 이 책은 초기의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보는 듯 했다는 것이다.(사족이지만 특히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을 읽은 후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많은 복선과 후반부의 깔끔한 회수, 모든 복선이 회수된 후 소설로부터 받는 느낌 자체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 그리고 내가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시피- 이사카 고타로의 초기 작품을 매우 좋아했던 것처럼 - 이 책이 주는 여러 가지 감정에도 불구하고- 이 책도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한 그들이지만 가슴 속에 '투명 카멜레온'을 품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하다. 내가 즐겨 읽었던 초기 작풍과도 다르고,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이라고 미리 알고 읽지 않았으면 그의 책인 줄도 몰랐을 것만 같은 이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다른 재미가 있었던, 참 매력적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