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야마 시치리의 책을 아주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읽은 소설을 기준으로 본다면 패턴이 꽤 비슷하다. 다소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관계 및 살해동기가 밝혀지고, 책 전체를 아우르는 사회적인 이슈를 던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반전이,,, 이번 책 역시 그 패턴을 벗어나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이 책이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그 묘사가 아주,, 사실적이면서도 잔혹하기 때문이다. 묘사가 다소 잔인해서 읽다 잠시 중단한 그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보다도 한층 더,,, 충격적이다.
사실 이 책은 범인도 쉽게 짐작할 수 있고, 피해자의 사망원인 및 직업 등을 토대로 생각할 때 살해동기 역시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다른 책들에 비해 범인의 정체 및 살해 동기, 그것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의 반전보다 충격적인 것이 바로 한 인간이 가난과 굶주림으로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나는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작가가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이 책을 썼다고 해도 믿을 것 같을 정도로 그 묘사가,, 눈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처절하다. 한 권의 책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서너 시간 남짓,, 그 사이에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던 한 사람이 빠르게 죽음에 이르는 모습에 몇 번이나 읽기를 중단하고 싶어졌다. '고독사'라든지 '아사'는 최근에는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기사로 접하게 된다. 물론 기사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왜 그런 죽음을 맞이했을까,,라는 생각도 하지만 그 몇 줄의 기사로 볼 때와 이렇게 책으로 세세하게 볼 때 받는 감정은 정말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주 오랜만에 책을 읽고 펑펑 울고 말았다.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들 이야기는 다른 소설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으니 접어두고,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과정을 잠시 보면 '부정수급을 막으려는 자'와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자'의 대립 -사실 대립이라고 하기에는 파워의 차이가 너무 크지만- 이 있다. 대지진이라는 큰 자연재해 이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많지만 예산은 줄어가는 현실에서 부정수급을 막아보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아닌 '서류'에 돈을 주고 주지 않는 자들로 인해 누군가가 힘든 시간을 보내다 사망했다면,, 그리고 그런 사람을 정말 소중히 여긴 사람이 있다면,, 어떤 책을 읽었을 때보다 마음이 복잡했다. 소설이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그럼에도 정말 실제로 이런 상황이라면,,, 그래도 역시 결론은 그런 것 같다. 99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하던가,, 99명의 부정수급자에게 돈을 내주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면 안 되는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실제로 내가 그 상황, 그 위치에 있었다면 얼굴에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아무래도 나도 사회복지사라서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책을 읽은 것 같다.ㅠ_ㅠ)
[동트기 힘든 긴 밤]이후로 정말 묵직하다 못해 그냥 무거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 만큼 생각이 많아지는 책을 또 만났구나 싶었다. 사건의 구성이나 책 속에 담긴 작가의 생각, 책을 덮은 후에 길게 남겨지는 생각들까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음에도 꽤 수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은 후 한 1주일쯤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이 책의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아 꽤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