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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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대 추리소설가라는 쯔진천의 [동트기 힘든 긴 밤]이 찬호께이의 [13.67]을 출판했던 한스미디어에서 출판되었다. 요즘 굵직한 일본 미스터리를 만나기 조금 힘들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런 때인지라 이렇게 중국이라는 색다른 나라의 미스터리 출판이 매우 반가워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소설은 시작부터 상당한 임패트를 준다. 지하철의 보안검색대에서 장차오라는 남자가 수상한 행동으로 눈길을 끈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캐리어에서 시체가 발견되며 이 사건은 장시를 떠들썩하게 만든다. 그리고 장차오가 잘 나가는 변호사라는 것, 그리고 피해자 장양이 그의 제자이자 전 검찰관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더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게된다.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인정하던 그는 법정에서 돌연 진술을 번복한다.

"제가 왜 이 자리에 서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살인을 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을 돌려 약 10여년 전, 허우구이핑이라는 교사가 첫 부임을 한 곳으로 가게 된다. 조용한 시골마을, 순수한 학생들. 사건과는 전혀 무관할 것 같은 곳이지만 심상치 않은 소문이 도는 기묘한 곳이다. 그 와중에 허우구이핑은 웡메이샹이라는 여학생이 하교를 하지 않고 머뭇머뭇 자신과 함께 저녁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자 흔쾌히 수락한다. 하지만 그녀의 사촌오빠가 찾아와 웡메이샹과 놀러가겠다고 하자 내켜하지 않는 그녀에게 잘 다녀오라며 설득한다. 그리고  그는그녀가 차에 타며 자신을 바라보던, 그 한오라기 실처럼 간신히 붙어있던 눈빛을 영원히 잊지 못하게 된다.
 
[동트기 힘든 긴 밤]은 모든 사건이 발생한 현재와 그 사건의 시발점이자 현재의 상황까지 이르게 한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과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완벽한 '사실'로 보이던 것들이 하나 하나 무너지면서 드러나는 '진실'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또한 이미 책의 시작에서 주요등장인물의 '결말'이 밝혀진 채 전개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마치 '기사 등을 통해 결말은 알지만 어쩌다 그렇게까지 되었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사건'을 보는 듯한 안타까운 기분이 들어서 몹시 우울해졌다.

일개 검찰관이, 법의관이, 형사가 '감히' 건드릴 수도 없을 정도의 거대한 권력에 맞서기 위해 버린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닌 무게와 현재의 사건간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는 순간 안타까움을 가득 담은 탄식이 절로 나오게 된다. 정말 여태 읽었던 그 어떤 책보다도 안타까웠다. 이 책은 초반부터 결말까지 어디 하나 안타깝지 않은 곳이 없어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참 힘들었는데, 어떻게 그런 결말까지 가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것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 더 힘들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고,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군부투하는 이들에게 드리우는 어두운 권력의 그늘이 주는 무게와 그 공포, 그 아픔이 너무 절절해서 정말 너무너무 마음이 아팠다.   

[동트기 힘든 긴 밤]은 정말이지 내가 좋아할 법한 요소들을 전부 갖춘 책이다. 사회파 미스터리면서 가독성까지 갖추고, 다 읽고 난 후에 다른 책을 손에 잡기 힘들 정도의 여운까지 주는,, 아무래도 한동안은 어떤 책을 읽어도 이 책과 비교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궁금해져서 다시 앞으로 돌아오게 될 '그' 페이지의 사진을 남기며 리뷰를 마무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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