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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 -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카메라 없는 핸드메이드 여행일기
이다 지음 / 미술문화 / 2024년 7월
평점 :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다님의 '내 손으로 여행일기' 시리즈를 최신작인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읽어보게 되었다.
발리, 교토, 치앙마이도 있는데 어째서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눈에 들어왔을까?
요즘처럼 살인적인 더운 날씨에 겨울 나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보니 마침 시베리아 글자에 눈 쌓인 표지가 눈에 확 들어온 게 아닐까 싶다.
<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유명해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님의 여행일기로 정말이지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심지어 표지와 띠지까지! 이다님의 손으로 그린 그림과 글로 이루어져있다.
솔직히 안에 글들은 인쇄된 글자겠지, 사진 대신 그림으로 하지 않았을까? 했던 내 생각이 무색해졌다.
또, 책이 사철제본으로 되어있어 첫 장부터 180도로 펼쳐져 이다님의 그림을 놓치는 부분 없이 전부 볼 수 있다!
이다님은 풍경과 건물 뿐만 아니라, 인상 깊었던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렸다.
심지어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담아 온 쇼핑백과, 초콜릿을 먹고 난 뒤 포장지까지 실려있어서 놀라운 마음이 가득했다.
그런 거는 무심코 정리하면서 버리기 쉬운 데 말이다.
책은 이다님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세 명의 멤버가 한 달에 2만원씩 돈을 모아 예산에 맞는 곳으로 여행을 가리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그곳이 러시아가 된 것이다.
숙박비도 그렇고 물가가 싼 해외여행이라니, 솔깃해진 그들은 바로 러시아를 목적지로 정한다.
이다님은 아무래도 미술에 관심이 있다보니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이란 존재를 알고나니 그 곳은 무조건 가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렇게 7박 8일의 기차여행과 러시아행이 확정된다.
솔직히 이 다음에 이어지는 러시아의 역사요약 파트는...
'초간단'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꽤 길어서 처음에는 흥미롭게 읽어나가다가 중반부터 그냥 넘겨버렸다는 건 안비밀...
하지만 어느 정도 읽다가 생각나서 다시 앞으로 넘겨 읽어보면 재미났다.
내용은 평소에 사용하는 듯한 말투 그대로 글로 쓴 듯하다.
가끔 분노에 가득찬 비속어도 연달아 적혀 있는 걸 보면 날 것 그대로 표현하려고 한 듯한데 이 부분이 특히 재미있어서 이대로 실었겠지?
초반에는 세 멤버 모두가 블라디보스톡에서 여행을 한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데 거기에 올라온 사진과 실제 모습은 사뭇 달랐던 데다, 표현하기 힘든 지독한 냄새도 있었다고.
한 명의 멤버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이제부터는 둘이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기차여행을 시작한다.
러시아의 기차역은 한국과 다르게 플랫폼 표시도 없는데 선로도 많고 기차도 많다.
게다가 글자 대부분이 러시아어라 읽기도 힘들어서 현지인의 도움이 무조건 필요한 듯하다.
가까스로 기차에 탑승하고 짐 정리 후 침대에 누워 자려고 하는데, 불편해서 잠들기 힘들 것 같다던 생각도 잊은 채 꿀잠을 자는 두 사람.
침대가 아주 아늑한 듯해서 두 사람의 꿈나라에 간 그림을 보는데 도대체 얼마나 편하길래 움직이는 기차에서 꿀잠을 잘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중간중간 기차에서 내려 일반 호텔에서 숙박을 하며 여행하는 이야기도 꿀잼이었다.
읽다보면 홀린듯이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게 되는데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면서 여행기도 끝이 보이니 절로 아쉬움이 몰려왔다.
책 한 권을 손으로 쓰고, 여행하면서 그린 그림으로 가득 채웠는데도 그 그림들 중에 골라서 책에 실었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눈으로 본 걸 손으로 그릴 수 있다는 건 정말 부러운 재능이다.
나는 그런 재능이 전혀 없기에 그림 대신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벌써 몇 년 전인지 이제 기억도 안 난다.
이다님의 여행은 '살아있는 한' 계속된다고 한다.
다음 여행기는 또 어떤 지역으로 나올지 기대된다.
아, 띠지는 무심하게 넘기려고 했는데 띠지에 그려진 그림을 잘라 책갈피로 쓰라고 친절하게 적힌 글을 발견했다.
그러니 띠지도 버리지 말 것!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