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이제껏 최선을 다해 키워온 걸까?’라는 이 책 엄마의 말이 아직도 아프게 다가온다. 자립이 힘든 자폐 아이를 가진 엄마의 심정이 한 문장으로 오롯이 전달된다.
나는 대학교 시절 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언어치료실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화장실에서 아이를 붙들고 울던 엄마가 생각났다. 아이는 7세 정도로 보였다. 아이는 옷에다 실수하였고 그 아이의 엄마는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오줌을 못 가리냐?”라고 야단치다가 결국 그 엄마는 울었다. 흐느끼면서 엄마의 마지막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나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 했던 엄마의 절망적인 아픔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근무하는 시설 가족들과 그들의 부모님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사는 훈이는 행운 아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시설에 입소하는 이유는 3가지다. 첫 번째는 보호자가 보살필 여력이 안 될 때 두 번째는 이 책의 주인공처럼 어린 시절 희망을 품고 이곳, 저곳 재활센터를 열심히 다니다가 성인이 된 후 취업이 안 되거나 갈 곳이 없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부모가 죽은 후 보살펴 줄 곳이 필요해서 미리 입소하는 경우다. 그들의 공통된 말은 ‘결국 시설뿐인가?’라는 신세 한탄 섞인 말이다.
희망을 품어도, 희망을 일찍 포기해도 결국 장애인은 거주 시설이나 그룹홈으로 간다. 물론 요즘은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활동 보조인의 도움으로 살 수는 있지만 아직은 보편적이지는 않다. 나는 시설에서 종사하는 사람이지만 어떠한 이유라도 입소하게 되는 그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나는 그들의 인생의 종착지가 시설 입소가 될지언정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최대한 보내고 왔으면 좋겠다. 적어도 그들은 ‘가족의 사랑’, ‘온기’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으니 시설 입소는 최대한 천천히 하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자폐장애임을 이해의 폭을 넓혀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시설 장애인 가족들의 특징들이 보였고 미쳐 ‘그들의 행동이 왜 그런지?’도 알게 되었다. 일본과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의 제도나 사람들의 인식이 비슷하다는 생각하였다. 아마도 우리가 일본의 영향을 받은 이유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장애인을 접해보지 않아서 장애인 특성으로 단정 짓고 바라보겠지만 같이 부대끼고 살다 보면 장애의 특성이기보다는 그 사람의 특징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런 시각으로 유연하게 바라봐주길 기대한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P. 46
하지만 엄마가 때려도 훈이는 울지 않는다. 엄마가 화가 났다는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울지 않는 훈이를 보면 엄마는 점점 더 감정이 격해져서 더욱 심하게 때린다. (중략) 드디어 훈이가 소리를 지르며 닭똥 같은 눈물을 보이면 그제야 엄마의 흥분된 감정이 가라앉는다.
‘이건 그야말로 학대가 아닌가.’
P. 60
엄마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곳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시부야였다. 번화가답게 도로는 인파로 넘쳐났다. (중략)
그때 한 가지 먹구름처럼 마음속으로 퍼졌다.
‘이대로 찾지 못하면 좋겠어…….’
P. 184
“우리 애는 열여덟 살까지 학교라는 보호 환경 속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하지만 졸업 후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작업소에서 나사를 비닐봉투에 담는 작업을 해요.
“우리 애는 한여름에도 매일같이 공원 화장실을 청소해요. 이 아이의 인생은 이걸로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중략)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의 충격, 필사적으로 다닌 치료교육, 부모회에서 알게 된 엄마들과의 이야기
‘무엇을 위해 이제껏 최선을 다해 키워온 걸까?’
<이 책은 몽실북클럽에서 지원해 주신 책으로 솔직한 리뷰를 남김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