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의 ≪재현≫은 피가 다 빠진 시체들에 관련된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이야기이다. 마치 흡혈귀를 연상시키기도 하여서 신선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명섭의 ≪진시황의 바다≫는 진시황과 SF소설을 어떻게 매치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 읽었다. 달의 선주민과 이주민, 그리고 로봇 안드로이드가 나온다.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달에 물체가 살게 된다면 사람이 아니라 다른 물체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중심의 관점이 아니라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최지혜의 ≪예약 손님≫은 지구인이 외계인과 소통을 하게 된다면 이런 상황이 연출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외계인과 공존하는 세상에서 누가 지배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매 중 둘째의 시선에서 첫째와 둘째를 바라보는 시선과 자신이 둘째이기 때문에 겪는 심리를 잘 그려낸 것 같다.
우리가 어릴 적 ‘빽 투더 퓨쳐’등 미래 이야기들이 지금은 현실이 된 것들도 있다. 어쩜 이 소설 속 이야기들이 머나먼 미래에는 현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P. 139
“모든 음식을 통째로 삼키지는 말아요. 맛을 즐기는 법도 알아야지요.”
P. 243
셋째는 보는 눈이나 개념이 다르고, 첫째도 오랫동안 외동으로 자라서 세상 무서운 게 없고 뭐든지 자기가 해결하려고 드니까 둘째 네가 잘해야 한다고, 신중하게 재고 말려야 한다고 했었다. 그게 둘째의 사명 같은 것이었다. 어떤 사람이 되든 무엇을 좋아하든 상관없이 해야 할 일.
P. 267
그리고 난 그걸 지금 처음 알았어.(중략)
‘언니도 무서워한다는 걸,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언니가 어렸다는 걸 왜 한 번도 생각 못 했을까? 항상 언니가 강하게 보였으니까? 그런 모습은 보인 적 없으니까? 나하고 셋째 앞에서 약한 모습 보여서 불안하게 하지 않으려고 한 것도 모르고.’
P. 281
“그러니까 이번에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너였던 거야.” 길지 않은 생, 사실 굉장히 오래 살아온 듯한 생을 살아오면서 처음 듣는 말 같았다. 너무 황홀한 나머지 눈에 반짝였던 모양이다. 린은 둘째를 안으로 크게 웃었다.
“너 지인짜 기쁘구나?”
“당연하죠! 이런 말 처음 들어요! 나여야 한다는 말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