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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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추리소설은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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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2024 노벨경제학상 수상작가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최완규 옮김, 장경덕 감수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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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한번쯤 왜 이렇게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사는데도 나라마다 부의 차이가 많이 나는 지 그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어떤 국가의 국민들이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다른 국가의 국민들은 한 끼 식사 걱정을 하며 살고 있다. 이런 세계 여러 국가들의 재정적 차이와 양극화는 경제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한 사안일 것이다. 마흔 살 전의 탁월한 경제학자에게 주어지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대런 애쓰모글루와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의 정치․경제 전문가인 제임스 로빈슨 교수가 함께 쓴 이 책 역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압도적인 두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순히 피상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저자들이 여러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명의 저자들은 15여 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안에서 여러 국가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이론을 추출해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저자들이 소개하고 있는 지역은 담장 하나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노갈레스 시이다. 담벼락을 기준으로 북쪽을 바라보면 미국 샌타크루스 카운티에 있는 애리조나 주 노갈레스 시가 있다. 이 지역의 연평균 가계 수입은 3만 달러 정도로,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학교에 다니며 대부분의 성인들이 고등학교 졸업장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국가로부터 다양한 서비스를 받으며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반면에, 몇 걸음 되지 않는 담벼락 남쪽의 지역은 멕시코의 소노라 주의 노갈레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북쪽 지역 주민들의 3분의 1수준의 가계 수입을 벌며,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공공서비스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평균 수명은 북쪽 주민들에 비해 짧다. 이렇게 단 몇 걸음 차이 나지 않는 두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이렇게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이유를 저자들은 제도의 차이에서 찾고 있다. 북쪽 노갈레스 지역은 미국에 속한 지역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의 경제 제도에 의해서 움직인다. 민주주의 과정으로 지역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관리자들이 뽑히며, 주민들을 위한 여러 복지 제도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바로 미국이 가진 제도의 힘인 것이다. 이런 미국과 멕시코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생활수준 차이는 일곱 배 정도 난다고 하는데, 이는 다른 국가들과에 비해서 양호한 편이다. 페루나 중앙아메리카 지역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지역의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 차이는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를 저자들은 우리가 쉽게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정치 및 경제 제도의 차이라고 답하고 있다. 모든 사회는 국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며 집행하는 정치 및 경제적 규율에 따라 제 기능을 수행한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속해 있는 국가의 정치와 경제 시스템이 국가와 그 국가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삶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살펴 본 바에 의하면 저자들이 내놓은 세계 불평등 이론의 핵심은 결국 제도의 결정권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세계 불평등이 해소되지 못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이기도 할 것이다. 저자들은 일단 어느 한 사회가 특정한 방식으로 조직된 이후에는 그런 경향이 지속되는 관성을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사회주의나 독재 정권이라는 정치적 제도를 도입해서 만들어진 한 사회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다른 제도나 시스템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경향이 지속되는 관성 때문에 더욱더 그런 제도적 특성을 강화하게 될 것이고 정치나 경제는 물론 사회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순히 그런 정치 및 경제 시스템에 불신이나 반대가 그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이런 점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 시스템으로 이득을 보는 계층이 시스템의 상위에 위치해 있다면 이런 관성은 더더욱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시스템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운영자가 필요할 것이고 그런 운영자가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면 시스템 변화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것이다.

 어쩌면 이런 제도에서 오는 국가 경제의 흥망의 예는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남한과 그리고 저 삼팔선 넘어 자리잡고 있는 북한이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저자들 또한 잘 알고 있으며 이 책 3장인 <번영과 빈곤의 기원>에서 남한과 북한의 차이를 서술하고 있다. 1950년 6.25전쟁 이후 반세기가 채 지나지 않아서 남한과 북한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 남한은 성장을 계속하고 북한은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겨우 반세기 만에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두 나라의 소득 격차는 무려 열 배까지 벌어졌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런 차이가 일어난 이유는 문화나 지리적 요인이 아닌 바로 '제도'에 있다. 저자들은 나라마다 경제적 성패가 갈리는 이유가 제도와 경제 운용에 영향을 주는 규칙,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인센티브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앞서 저자가 성공적인 성장을 이룬 국가의 예로 든 미국과 우리나라는 일반 대중이 경제활동에 참여해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며 개개인이 원하는 바를 선택할 수 있는 포용적 경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포용적 경제 제도란 사유재산이 확고하게 보장되고, 법체제가 공평무사하게 시행되며, 누구나 교환 및 계약이 가능한 공평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우리가 원하는 자금을 출자해서 사기업을 만들고 그로 인한 이익을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바로 이런 제도를 사용하는 것이다. 반면에 한 계층의 소득과 부를 착취해 다른 계층의 배를 불리기 위해 고안된 제도를 착취적 경제 제도라고 부른다고 한다. 결국 국가가 어떤 제도를 선택하는가에 따라서 국가의 흥망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이런 제도적 개선과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소수의 계층이 자신들의 영구적인 이익을 위해서 나머지 다수를 희생시키고 착취하는 한 절대로 그 국가는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너무 당연한 소리를 당연하게 하고 있다고 말할 지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 당연하다고 정의되는 명제들 또한 오랜 시간 연구의 결과 끝에 증명되어온 것들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저자들의 이런 노력은 마땅히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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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 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고 사랑했을 이야기
강세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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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쁘게 돌아가는 이 사회에서 어른이라는 위치는 절대 뒤쳐져서도 안 되고, 상처 받은 티를 내서도 안 되고, 아픈 마음을 들켜서는 안 된다. 초경쟁 사회에서 친구나 동료라는 말 대신 경쟁자라는 말이 더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라디오 작가 출신의 저자가 쓴 이 에세이의 제목은 제목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밥 먹는 것, 길을 걷는 것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조금씩 남들보다 느렸다는 저자의 고백은 더이상 느리다는 것이 자랑이나 미덕이 아닌 요즘같은 세상에서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본인이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다만 조금 느릴 뿐'이라는 저자의 귀여운 고백은 앞으로 펼쳐 질 이 에세이가 무척 마음에 들 것 같다는 예고장이나 마찬가지였다.

 

  모 아이돌 가수의 팬이 되어버린 친한 선배 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는 유별난 팬이 아닌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한 평범한 사람이 보였다는 이야기, 단체 여행을 통해서 여럿이 있으면 혼자가 그립고 혼자 있으면 여럿이 그립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자신과 주변에서 일어났던 경험들을 그저 담담하게 풀어놓는 저자의 글들은 마치 딴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내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저자의 에세이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가라는 생각이 든다.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잘나가는 전문직 종사자도 아니고 티비 출연을 밥먹듯이 하는 유명 인사도 아니지만 그의 에세이에는 평범한 나와 같은 사람들도 누구나 느꼈을 그런 공감대가 존재하고 있었다.

  요즘처럼 남을 이기기 위해 자신에게 실망을 줄 수 있는 일도 서슴치 않고 하는 무서운 사회에서 어른의 책임감은 의무 그 이상의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어른이 되고 싶어서 어른이 된 것이 아닌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되어버린 청춘들에게 강세형 작가의 글들은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에세이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자의 지인들이 아닌 우리의 지인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익숙하고 정겹다. 저자와 저자의 지인들도 우리처럼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각자의 성장통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아준다. 조금 느려도, 조금 흔들려도, 조금 망설여도 그걸로 또 괜찮다는 저자의 말에는 진심이라는 것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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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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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인 출신 작가가 쓴 매력적인 범죄 스릴러

 

 에드거상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이 작품의 저자 브루스 디실바는 사실 4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한 언론인이라고 한다. 뒤늦게 범죄 스릴러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놀랍게도 ‘87분서 시리즈로 유명한 경찰소설의 대가 에드 맥베인의 권유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책의 서문격인 헌정에는 에드 맥베인의 본명 에반 헌터의 이름으로 붙여진 편지가 삽입되어 있었다. 범죄소설의 거장에게 작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는데도 데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엄청나게 바빴던 직장과 가정생활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떠나보낸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그는 유수의 장르문학 관련 상을 수상했고,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사실 잡지에서 범죄 소설을 평가하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지라도 언론인인 그가 이렇게 훌륭한 데뷔작을 완수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을 언론인으로서 살았던 그가 기자를 첫 작품의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의 직업뿐만이 아니라 작품의 배경도 그가 기자 생활을 했던 미국의 가장 작은 주, 로드아일랜드로 삼았다. 저자에게 매우 익숙한 곳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 책에 등장하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묘사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 매우 구체적이다.

 

 

 악당들의 섬, 로드아일랜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자 집합지라고 할 수 있는 뉴욕, 전통과 현대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런던, 수많은 가면이 존재하는 도쿄 이렇게 도시는 범죄 소설에서 언제나 매력적인 배경으로 재탄생했다.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의 배경인 오슬로와 베르겐이 그랬고, 제임스 페터슨의 [우먼스 머더 클럽]시리즈에서는 샌프란시스코가 그랬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거닐 거리를 위해 닌교초 거리를 몇 번이고 왕래했던 것도 공간이 가지고 있는 힘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의 분신이자 이 책의 주인공인 리엄 멀리건의 눈으로 묘사되는 마운트 호프는 우리나라 지방의 작은 소도시 수준의 동네이다. 사람이 살기에 최악의 동네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곳은 절대 아니었다. 멀리건이 사건의 중심에 본격적으로 서게 되는 소설 중반부까지 저자는 주로 마운트 호프의 모습과 그 곳이 어떻게 굴러가는 동네인지를 알려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멀리건과 그의 주변인물들이 모두 촘촘한 씨줄과 날줄로 연결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집 건너 친구 또는 지인인 그런 곳이다. 이런 작은 동네에 어느 날부터인가 범인을 알 수 없는 연쇄 방화 사건이 터지고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한 사망자들까지 나오게 된다. 이런 와중에 이 동네로 이사 온 주인 부부를 다시 찾아온 개나 취재하라는 편집장의 독촉을 피해 멀리건은 사건의 흔적을 추적한다. 그리고 사건의 핵심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이 곳 토박이인 멀리건은 로드아일랜드의 어원이 왜 로그아일랜드인지 실감하게 된다.

 

 

로드아일랜드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 알아, 베로니카?”

아니요, 하지만 당신이 말해주겠죠, .”

................(중략)...................

그중에 하나가 이거야. 식민지 시대에 이단자, 밀수업자, 살인자들이 내러갠싯 만에 정착하자, 매사추세츠의 독실한 농부들이 그곳을 로그아일랜드(악당들의 섬)라고 불렀대. 그리고 로그아일랜드는 로그아일랜드의 변형이라는 거야.”

                                                                                                                                                  - p.313

 

 

 

 리엄 멀리건, 그가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지금까지 수많은 추리/스릴러 장르 문학을 읽었지만 언론인이 사건 수사에 중심에 선 작품은 매우 드물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국내외 팬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낸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정도가 지금 생각나는 작품이다. 범죄 스릴러 장르의 주인공들은 주로 처음부터 사건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형사, 탐정, 퇴역군인, 검시관, 사건의 피해자나 목격자들이었다. 하지만 브루스 디실바는 끔찍한 음모와 계략, 그리고 부패로 뒤덮인 진실을 찾기 위해 자신의 커리어까지 내걸고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정말 멋지게 탄생시켰다. 자신이 가장 잘 그려낼 수 있는 기자라는 직업을 주인공의 직업을 선택한 것은 작품의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는 동시에 색다른 범죄 누아르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더이상 진정한 언론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조하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멀리건과 같은 사람이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몇년 째 이혼 결정을 질질 끌고 있고 그 와중에 한창 나이 어린 여기자와 불륜을 하고 있는 그이지만 오히려 그런 허술한 부분이 이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이 가진 또 하나의 큰 특징은 기존 스릴러 장르에서 옵션처럼 내걸었던 충격적인 반전이나 연쇄범죄의 트릭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잔재주에 공을 들이는 노력 대신에 진중하게 정공법을 선택한다.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노련하게 저자가 그려내는 사건의 추적 과정에 독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돈과 사람이 오가는 대도시나 마운트 호프같은 작은 동네나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그 곳에서 부정과 부패의 싹이 틀 수 있다는 교훈을 이 작품을 통해 배웠다.

 

 

 사족: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로드아일랜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훨씬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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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 MIT 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빈곤의 비밀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이순희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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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삶이란 무엇인가?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원칙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가?

 최근 경제 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인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이었다.

개발경제학 분야의 전문가들인 MIT 교수들이 쓴 이 책은 한마디로 빈곤경제학을

다루고 있는 책이었다. 저자들은 수집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왜 이 지구상의 가난한

이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지를 나름 과학적이고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책의 첫 부분에서 찾아낸 사례는 정말 흥미로웠다.

밥 먹을 돈이 없어 온종일 굶는 가난한 가정들에게 식량을 살 돈을 주고 그들의 소비패턴을

연구한 결과, 놀랍게도 그들은 식량을 살 돈이 생겼다고 해서 무조건 값이 싸고 양이 많은

식량을 사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반적인 사고로 생각해보면,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 돈이 생긴 순간 식량을 최대한 많이 사서 비축해 둘 것이라고 예상했겠지만 말이다.

가난한 이들에게도 맛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들은 값이 비싸도 맛이 좋으면 선뜻 나는

그런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선진국 정부들과 원조 단체들이 의료 지원을 하더라도 무료예방접종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주사 한 방, 알약 한알이면 살 수 있는데도

이들은 정보 부족으로 인해서 무료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들이 찾아낸 빈곤한 이들의 생활양식은 그동안 우리가 그럴 것이라고

추측한 것들과 상당히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들의 이런 연구가 중요한 것은 이런 가난한 이들의 생활 양식을 바탕으로 조금 더 효율적인

복지 제도나 정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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