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 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고 사랑했을 이야기
강세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바쁘게 돌아가는 이 사회에서 어른이라는 위치는 절대 뒤쳐져서도 안 되고, 상처 받은 티를 내서도 안 되고, 아픈 마음을 들켜서는 안 된다. 초경쟁 사회에서 친구나 동료라는 말 대신 경쟁자라는 말이 더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라디오 작가 출신의 저자가 쓴 이 에세이의 제목은 제목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밥 먹는 것, 길을 걷는 것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조금씩 남들보다 느렸다는 저자의 고백은 더이상 느리다는 것이 자랑이나 미덕이 아닌 요즘같은 세상에서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본인이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다만 조금 느릴 뿐'이라는 저자의 귀여운 고백은 앞으로 펼쳐 질 이 에세이가 무척 마음에 들 것 같다는 예고장이나 마찬가지였다.

 

  모 아이돌 가수의 팬이 되어버린 친한 선배 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는 유별난 팬이 아닌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한 평범한 사람이 보였다는 이야기, 단체 여행을 통해서 여럿이 있으면 혼자가 그립고 혼자 있으면 여럿이 그립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자신과 주변에서 일어났던 경험들을 그저 담담하게 풀어놓는 저자의 글들은 마치 딴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내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저자의 에세이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가라는 생각이 든다.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잘나가는 전문직 종사자도 아니고 티비 출연을 밥먹듯이 하는 유명 인사도 아니지만 그의 에세이에는 평범한 나와 같은 사람들도 누구나 느꼈을 그런 공감대가 존재하고 있었다.

  요즘처럼 남을 이기기 위해 자신에게 실망을 줄 수 있는 일도 서슴치 않고 하는 무서운 사회에서 어른의 책임감은 의무 그 이상의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어른이 되고 싶어서 어른이 된 것이 아닌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되어버린 청춘들에게 강세형 작가의 글들은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에세이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자의 지인들이 아닌 우리의 지인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익숙하고 정겹다. 저자와 저자의 지인들도 우리처럼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각자의 성장통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아준다. 조금 느려도, 조금 흔들려도, 조금 망설여도 그걸로 또 괜찮다는 저자의 말에는 진심이라는 것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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