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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평점 :
오늘날 고민이라는 것은 그저 스트레스를 불러 일으키는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저자인 강상중 도쿄대 교수는 오히려 고민하지 않는 요즘 시대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고민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고민의 힘이 바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책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저자가 고민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출생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책 서문에서 고백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그 어느 쪽에도 속해있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저자는 부모님의 넘치는 애정과 관심 속에서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시달린다. 그 우울한 청춘의
시기에 그의 옆에서 늘 속삭이듯 말을 걸어준 인물이 바로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였다. 그들이 문학과
학문이라는 분야를 통해서 세상에 던지는 물음, 그것은 '근대'라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작품과
사상, 업적 등을 인용하며 9가지 고민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그의 이런 도발적인 생각은 이미 일본의 수 많은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고민하는 힘에 대한 열광을
불러 일으켰다. 여러가지 가치관이 충돌하고, 사회 집단의 갈등 속에서 고민하는 것이 비단 일본이라는
국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일 것이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동의 혹은 또 다른
나만의 반론을 생각하게 되는 행복한 시간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제일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은
바로 6번째 질문인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라는 부분이었다. 요즘 같이 어려운 취업난 속에서 우리는 개인의
적성이나 취향과는 무관한 일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그냥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얻으려면 일을 해야한다.
저자는 이런 일에 관한 고민을 나쓰메 소세끼의 [그 후]라는 작품 속 주인공의 인생을 예를 들어서 풀어나가고 있다.
주인공인 다이스케는 부르주아 사업가의 아들로 최고의 교육을 받았으며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른 살이 다 되도록 부모에게 의지하며 살고 있다. 그는 '생활을 위한 노동'은 천한 것이라고 여기며 '생활 이상의 무엇'을 위한 것이 되어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그가 친구의 아내인 미치요를 사랑하게 되면서 아버지의 분노를 사게 되고, 결국 집에서 쫓겨나고 만다. 여유있는 상류층 백수의 생활을 하다 쫓겨난 다이스케는 미치요를 부양하기 위해 그때 처음으로 '생활을 위한 노동'을 하게 되고 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저자는 이 작품을 '꿈의 세계를 떠다니던 청년이 이 세계의 중력과 같은 것에 이끌려 지상으로 떨어진 이야기'
라고 해석한다. 이와 함께 예를 든 NHK 다큐 프로그램에서 일을 하게 된 노숙자가 보통 사람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어서 좋다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통해서 노동이라는 것이 사람을 아이에서 어른으로, 또 사회 속에서
자기 존재를 인정받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사람은 왜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타자로부터의 배려'그리고 '타자에 대한
배려'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이 없다면 일하는 의미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노동을 통해서 지위나 명예,
돈도 얻을 수 있지만 사회 속에 있는 자기를 재확인할 수 있고 자신감도 생긴다는 것이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인간이라는 것은 '자기가 자기로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합니다.
'자기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서 좋다'는 실감을 얻기 위해서는
역시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고민하는 힘 p.123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으로서, 또 인생 선배로서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우리 인생에 있어서 뼈와 살이 되는 것들이었다. 진정 치열한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그 권리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 존재들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고민하는 힘은 오늘의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준다고 할 수 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또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들은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