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쇼크 - 값싼 식량의 시대는 끝났다
김화년 지음 / 씨앤아이북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배고픔의 시대는 과연 다시 올 것인가?

 나를 포함한 많은 한국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국가대표 라면 신라면이 작년 11730원에서 78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식량 폭등 사태가 심각했던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가격을 인상한 농심은 미국의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가뭄으로 인해서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말을 소비자들에게 남겼다. 농심과 같은 라면제조업체뿐만이 아니라 2011년 많은 식품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들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천 원 한 장이면 맛있는 빵 하나, 과자 하나를 담을 수 있는 장바구니가 이제는 뭐 하나 담기도 겁나는 돈 바구니가 되었다. 주부들은 다가오는 명절이 겁난다면서도 무능한 정부를 탓하고 있고, 정부는 뚜렷한 대책 없이 그저 해외 시장 변동 상황만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TV 뉴스에서 아무리 떠들어대도 남의 일처럼 느껴졌던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위기가 드디어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원인 저자가 쓴 이 책은 바로 그런 오늘날의 식량쇼크 위기를 조명하며, 앞으로 한국이 식량쇼크에 대응하기 위해서 해야 할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먹거리 가격이 몇 개월째 치솟고 있어서 '애그플레이션' 발생 우려를 높여주고 있지만 2008년과 같은 극심한 식량쇼크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2010년 월스트리트저널의 전망이 무색할 정도로 2011년 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식량 쇼크를 극심하게 겪었다. 저자는 20112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가격지수가 2008년에 기록한 최고 수준을 넘어섰다고 책에서 밝히고 있다. 특히 주요 곡물 품목인 밀, 옥수수, 쌀의 가격이 2008년 식량쇼크 때보다 각각 2.2, 1.9, 3.6배 상승하며 그 어느 때보다 큰 변동성을 보여주었다. 식량 가격이 최고조에 올랐다는 사실보다 더 심각한 점은 바로 가격의 변동과 급등락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부나 국제기구가 식량 가격의 급등락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 또한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불과 십 여 년 전만 넘쳐나는 재고량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까지 나서야 했던 한국 국민들에게 이런 상황은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 틀림없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이런 식량 가격 상승이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닌 인류의 생존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의식주(衣食住)중에서도 식()은 인간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며,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음식을 구해서 먹지를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계속될 식량 위기 상황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식량 과잉의 시대에서 식량 부족의 시대로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과 같다는 의미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는 오늘날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식량 위기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인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 식량 시장은 충분히 안정적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농업 기술의 발전으로 농업 생산량이 크게 향상되었고, 이로 인해 높은 재고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기술적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던 선진국들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인도와 같은 신흥국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났다. 물론 광범위한 토지 개발과 삼림 파괴로 인해서 생태계 오염이라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적어도 식량 확보 면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풍요로운 시기도 포화 상태에 다다른 재고 식량들 때문에 마감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식량 창고들에 채워 진 재고 식량을 처리하기 위해서 EU 각국 정부가 나서서 지원을 해주었고, 덕분에 유럽의 농업 생산자들은 거의 헐값에 재고 식량을 시장에 내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EU의 처사에 미국이 제동을 걸었고, 유럽의 식량 생산은 급속하게 줄어들어 결국 식량 위기 사태가 벌어졌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결국 농업 기술의 발전이 농산물 생산 과잉으로 이어졌고, 이 남아도는 농산물을 처분하기 위해 내려진 욕심이 부메랑처럼 인간들에게 돌아온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식량 위기 시대에 대처하는 우리의 현명한 자세

 

  이런 상황 속에서 곡물 자급률 26.7%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하루 빨리 식량 쇼크 사태를 대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OECD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며,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 자급률 4~5% 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쌀 다음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많이 소비하는 곡물은 밀의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인의 식습관이 점점 서구화되면서 밀로 만든 빵이나 과자에 대한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밀을 자생산해서 자급해야 한다는 인식은 아직까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우리 밀 수매 자금을 100억 원 가량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또 여러 가지 지원 정책을 펼쳐서 2015년에는 10%, 2020년에는 15% 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렇게 나선다고 해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우리 밀 생산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입 밀보다 높은 우리 밀의 가격이 경쟁 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우리밀로 만든 생산품을 소비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내부적인 요인과 함께 최근 정부에서 나오는 소리가 바로 해외식량기지 건설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2018년까지 해외 식량기지 138와 물량 38t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며, 이미 작년까지 85개 기업이 20개국에 진출하여 42와 물량 171t을 확보한 실정이다. 해외식량기지 계획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곡물을 수입을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일 것이다.

 하지만 자본과 기술만 가지고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농토를 이용해서 작물을 재배 생산 그리고 수입해온다는 이런 과정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07년과 2008년에 무려 30여 국가들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 사태는 식량 확보를 위한 투기 자본에 의해 자국 식자재 값이 대폭 상승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해외식량기지 건설은 분명히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자본을 통해서 그 나라에서 재배된 식량을 가져간다는 의미 자체는 변함이 없다. 이런 상황을 그 나라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인지에 대한 명분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해외 식량 기지 확보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농민들이 다양하고 경쟁력 높은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교육 지원, 그리고 지원금 확대에도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이렇게 자구책을 마련했으면 그 다음으로 생각해 볼 문제가 바로 세계 곡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곡물 메이저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 전체 곡물 수출량의 무려 85%를 미국계 곡물상사인 카길, 컨티넨탈, 프랑스의 루이드레퓌스, 남미의 분게, 스위스의 앙드레 등 5개 상사가 차지하고 있다. 이런 곡물메이저에게 우리나라는 무려 74% 정도의 곡물 수입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끌려 다니는 입장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곡물 수입 루트를 더 다양하게 확대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일괄 현물구매 방식을 줄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국내 많은 연구원들이 올 연말에 식량 위기가 또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위기가 찾아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저자도 이미 생겨난 위기를 부정하기보다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찾아보자는 목적에서 이 책을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 먹는 것이 곧 생명의 연장이며 생존 방식인 인류에게 있어서 앞으로 계속해서 찾아올 식량 위기는 절대 절명의 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개별 국가가 이 문제를 떠안기 보다는 전 세계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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