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그림자놀이 도감
블랙 핑거스 지음, 박유형 옮김 / 북스토리아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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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은 부모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시절. 늦은 밤 좁은 방에서 손전등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었던 그림자놀이 기억하시나요? 그림자놀이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마법의 그림자놀이 도감>을 소개합니다. 세계 최고의 그림자놀이 아티스트인 블랙 핑거스의 그림자놀이 비법이 최초로 공개된 책입니다. 블랙 핑거스는 프랑스 출신 남녀로 구성된 그림자 아트 듀오입니다. 이 책은 그들의 퍼포먼스에 사용된 테크닉을 재구성해 만들었습니다. 난이도 따라 다양한 형상을 만들고 무대 연출 배경까지 첨부되어 그림자극을 할 수 있는 그림자놀이 바이블입니다

첫째 아이가 어릴 때 책을 읽고 난 후 주인공을 만들어 인형 놀이를 자주 했습니다. 아이에게 책은 정말 재밌는 놀이라는 생각을 전해주고 싶었는데 효과 만점이었죠. 그런데 매번 같은 놀이를 하니 좀 시들해졌어요. 함께 인형극 놀이를 해볼까 생각했는데 인형을 만드는 일도 준비하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그림자놀이는 특별한 준비물 없이 할 수 있어 좋아요. 손전등 하나 있으면 ok~ 간혹 도구가 필요하기도 한데 책 속에 무대연출 양식과 종이모형 도구가 첨부되어 있느니 그대로 본떠서 사용하면 됩니다.

첫날은 동물 모양 만들기를 했는데 꼭! 워밍업 동작 8가지 연습하고 시작하세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아직 어린 둘째 아이는 모양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울어서 난감했어요;;;

다음 날은 종이모형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빈 프로젝트를 이용해 무대연출을 하고 싶었지만 적당한 동화를 선택해 아이들과 충분히 연습한 뒤에 무대연출은 사용하기로 합의(?) 했습니다. 열심히 종이모형을 따라 그려 가위로 오려서 멋진 그림자를 만들어봐요.

 

 

아이들과 그림자극 만들어 보려고 그림자극 영상도 함께 찾아봤어요. 가족과 함께 한 편 만들어 보면 기억에 남는 놀이가 될 것 같아요  무대 꾸미는 법도 자세히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고 무엇보다 페이지마다 손동작 QR 코드가 있어서 그림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동작 익히기 좋습니다. 스크린에 바짝 붙어서 움직이면 선명한 그림자가 생기지만 멀어지면 그림자가 커지는 만큼 흐려진다는 것도 감안해서 놀이해 보세요~ 여름에는 캠핑도 가고 바깥놀이 많이 하는데 특별한 준비물 없이도 즐겁게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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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독서 수업 - 부모가 알아야 할 초등 저학년 독서의 모든 것
한미화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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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독자가 되는 독서 십년지계 기본서”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도 열 살 즈음이면 달라진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복잡한 상황에 맞닥뜨리며 다채로운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열 살이 되기 전 아홉 살은 중요하다. '아홉 살 독서수업(한미화 지음, 어크로스 펴냄)'은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마지노선을 아홉 살이라 정하고 저학년 책 읽기에 대한 모든 궁금증과 해결책을 이야기한다.

독서에 관한 지침서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저자의 경험에 근거한 궁금증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책으로 책 목록을 제시하는 유형이다. 또 다른 하나는 문제가 되는 실제 사례를 싣고 1:1 맞춤 해답을 제시하는 유형이다. '독서수업'이라는 제목에서 후자의 방법으로 기술한 책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기본에 충실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재확인해 주는 책이다.

부모는 아이들이 글을 잘 읽지 못해서 걱정, 만화책만 읽어서 걱정, 끝까지 읽지 않아서 걱정, 책 읽기에 관심이 없어서 걱정... 걱정 또 걱정이다. 비슷한 또래인데 지식책의 정보를 술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심각해진다. 전문가를 찾아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부모에게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무엇을 시작해야 하고 무엇을 끝내야 하는지 결정할 힘이 생긴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다. 부모가 원칙이 없으면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부모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항목별로 분류해 목차를 보고 원하는 부분만 읽어도 무방하다. 아이에게 맞는 기준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을 잊지 말자.

 

한국은 실질 문맹률이 빠르게 높아지는 중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해가 동반되지 않는 읽기를 반복하다 보니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야기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이 원할 때는 언제든 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저자는 읽기는 본능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능력이라 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책이 즐거워지는 경험과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책을 읽어준 사람의 마음을 느끼고, 함께 책을 읽으며 즐거웠던 경험이 쌓여 평생독자를 만든다.

저자는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과 충족되지 않아 채우고 싶은 결핍이 책을 읽고 싶은 욕구를 만든다고 말한다. 아이도 어른도 바쁜 세상에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부모는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즐기며 책과 벗하며 살기를 바란다. 함께 있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치우고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책 읽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을 즐기는 부모 밑에 책을 즐기는 아이가 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추천 책 목록은 참고용으로 훑고 지나가는 편인데 어린이책 평론가의 서평은 남달랐다. 책에서 무엇을 눈여겨보아야 하는지 세심하게 짚어 준다. 어린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기본을 내세운 책을 만나 어른인데도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간결하고 쉬운 문체로 쓴 책이지만 책 읽기가 부담이라면, 장이 끝날 때마다 첨부된 책의 서평만이라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목록만 원하는 부모를 위해 책 뒤에는 별도로 목록만 정리해 두었으니 참고하면 된다.

 아이들을 쉼 없이 만나는 선생님, 독서 운동가, 사서 선생님의 추천사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신뢰감을 준다. 여전히 학습도구로 여기는 부모들이 많기에 기본서와 같은 책이 나온 것일 테다. 특별한 비법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부모들의 조바심을 이용해 그럴듯한 청사진을 그려 줄 것이란 기대는 금물이다. 부모는 청사진으로 일단 안심되겠지만 좋아하는 마음 없이 평생 독자는 될 수 없다.

마지막 4장은 저학년 부모라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학년 아이들이 국어책에서 무엇을 배우고 왜 중요한지 소개한다. 책은 타자와 만나는 가장 쉬운 통로다. 그 만남 속에는 타자뿐 아니라 잊었던 나의 어린 시절도 포함되어 있다. 지금 아이들이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은 어른들도 겪었던 일이다. 책을 읽으며 어릴 적 내 모습을 만나면 진심으로 아이를 이해하게 된다. 이해는 공감이 따르며 부모와 공감하는 시간은 타인에게 믿음을 쌓는 기초가 된다. 기초 공사가 튼튼한 아이들은 스스로 답을 찾는 어른이 된다.

‘독서 수업’이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책 내용은 책 읽기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저 아이와 함께 책으로 재밌는 시간을 보내면 된다. 책 읽기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아이들의 고민 속에 숨어 있다. 책을 읽고 목록에 나온 책을 모두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리자. 영화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원작을 슬쩍 보여주는 세심함이면 족하다. 질문은 제각각이지만 저자의 대답은 한 가지다. 부모가 힘을 빼야 아이도 편하게 책을 읽는다는 것! 부모가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더할 나위 없다. 이것저것 해도 책 읽기가 되지 않는다는 부모에게 기본서로 읽으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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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식탁 - 2019 칼데콧 아너상 수상 스콜라 창작 그림책 76
오게 모라 지음, 김영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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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수록 행복해지는 오무 할머니의 마법"

'할머니의 식탁(오게 모라 글. 그림, 김영선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은 오무 할머니가 끓인 걸쭉한 토마토 스튜로 연결되는 마을 사람들을 통해 함께 하는 즐거움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할머니는 커다란 냄비에 스튜를 끓이며 최고의 저녁을 먹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튜 냄새는 곧 온 동네로 퍼져 차례로 사람들이 찾아오지요. 처음에는 혼자 먹기에 많은 양이라 조금만 나눠주기로 했지만, 온 동네 사람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스튜는 점점 바닥을 드러냅니다. 할머니가 저녁을 먹기 위해 냄비를 열었을 때는 이미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리지요. 그러나 스튜를 먹었던 사람들이 각자 음식을 가져오고 할머니는 최고의 저녁을 먹게 됩니다.

맨 먼저 할머니 집 문을 두드렸던 꼬마는 음식 대신 편지를 가지고 옵니다. 편지 속에는 '고마워요, 오무 할머니'라는 글이 들어 있습니다. 할머니는 빨간색 봉투에 담긴 글을 가슴으로 가져갑니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빨간색 편지가 할머니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 식사를 하는 듯 마을 사람들은 가져온 음식으로 차려진 식탁 앞에서 모두 눈을 감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냄비는 비었지만 스튜가 사라진 빈 공간은 사랑과 행복으로 채워집니다. 베풀면 언젠가 돌아온다는 생각도 들고, 얻기만 하지 않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함께 나누어 행복한 이야기는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2019년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책의 면지에 <‘오무'는 나이지리아의 언어 이보어로 '여왕'이라는 뜻입니다>라고 독자에게 보내는 작가의 글이 있습니다. 할머니의 이름을 통해 책의 배경이 나이지리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부분이지요. 나이지리아에는 언어별로 분류하여 약 250개에 달하는 부족이 있고, 250여 개의 부족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거꾸로 오려 붙인 영자 신문이나 지도는 나이지리아의 특수한 배경을 보여줍니다. 각자의 언어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작가의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할머니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문을 두드릴 때마다 보이는 '똑똑'이라는 글씨는 모두 다른 색깔입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인데 다른 색으로 표현한 점이 재미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전부 찾아와 함께 어우러지는 '똑똑'이라는 글씨는 다채로운 사람들이 만드는 어울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오무 할머니가 만든 스튜를 표현한 꽃무늬에도 다양한 무늬가 있지요. 최고의 음식은 한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이 아니라 다양한 재료들이 잘 섞여 어우러진 맛이 아닐까요. 건물 속에는 앙상한 철근만 남아있지만 사람에게는 따뜻한 마음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나누어 주셨던 스튜의 맛은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이 나눔과 감사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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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책 - 제11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99
서지연 지음, 제딧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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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책의 마녀'를 찾아서"

고개를 들어 문득문득 보고 싶어지는 책이 있나요? 힘들 때 책을 펼치면 책 속 주인공들이 위로도 해주고, 눈물도 닦아주는 그런 책 말입니다. 제게는 <소공녀>가 그런 책이었어요. 둘째로 태어나 유난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제게 주인공 세라는 현실에서 살아남는 상상을 하게 해 주었답니다. 때때로 상상은 놀이가 아닌 살아가는 생존 자체 일 때가 있습니다. 세라가 나중에 아버지 친구를 만나 다시 행복을 찾았듯 내게도 그런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품었습니다. <잃어버린 책> 속에는 그런 책과 만난 주인공이 나옵니다.

'잃어버리다'라는 뜻을 찾아보니 첫째, 가졌던 물건이 자신도 모르게 없어진다는 뜻과 둘째,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아주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되는 것, 셋째 몸의 일부분이 잘려나가 본래의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 나옵니다. <잃어버린 책>은 '잃어버리다'라는 뜻을 모두 가진, 요즘 시대 책의 운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초등학교 중학년만 넘어서도 스마트폰과 게임에 밀려 책의 자리는 점점 밀려나 골동품처럼 취급됩니다.

이 책의 주인공 용미는 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클로디아의 모험>에서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모험을 떠났던 주인공처럼 자신만의 모험을 떠납니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고속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5-3번 마을버스가 급정거합니다. 용미는 가방에서 쏟아진 물건을 담느라 읽고 있던 책을 두고 내립니다. 그 책은 <샬롯의 거미줄>이었습니다. 무녀리라서 제구실을 못해 죽을뻔한 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의 아름다운 우정에 관한 이야기책입니다. 용미는 학원을 가지 않고 자신과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한 한나와 책을 찾기 위해 분실된 책을 보관하는 곳으로 향합니다.

 

예상대로 분실된 책을 보관하는 곳은 먼지 쌓인 인적이 드문 곳이었습니다. 책을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으니 잃어버려도 굳이 찾으려 하지 않겠지요. 종이값으로도 쳐주지 않고 이사할 때마다 가장 골칫거리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책이니까요. (나는 아님) 우연히 아저씨들의 대화에서 복합문화센터가 들어서면 이곳에 있는 책들은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용미와 한나는 그곳에 있는 책을 살리는 모험을 떠납니다. 용미는 잃어버린 책을 찾고 그곳의 책을 살릴 수 있을까요?

책을 살릴 수 있는 비밀은 책 읽기에 있었습니다. 두꺼운 책을 읽을 때는 잠깐 쉬어가기도 하고, 그림 없는 책에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그림을 그려 채워 넣기도 합니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하는 모든 것이 모험을 풀어나갈 열쇠가 됩니다. 용미는 모험을 하는 동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 <샬롯의 거미줄>에서 거미 샬롯이 윌버에게 늘 하던 말로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습니다. '기다려, 조금도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도 염려하지 마.'

어쩌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잃어버린 책을 찾는 시작일 지도 모릅니다. 일단 읽으면 점점 알고 싶고 도서관이나 서점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되는 '책의 마녀'의 마법에 걸려드는 것이지요. 책 속 주인공을 현실에 데려와 난관을 함께 건너갈 수 있을 때 숨겨진 마법은 시작됩니다. <잃어버린 책> 은 잃어버린 책 읽는 힘을 되살리게 해줍니다. 아이를 키우며 책의 마녀의 마법이 되살아난 살아있는 증인이 여기 있습니다.

"사람과 주인공이 서로 교감한다면, 주인공들은 사람의 마음속에 숨어 있다가 때로는 용기로, 때로는 사랑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단다. 평생 친구란 그런 것이지. 꼭 곁에 있지 않아도 언제나 힘이 되어 준단다. "122

 

덧붙임... 윌버는 이 책에서도 멋진 말을 하네요. "와닿는다는 건, 서로 가까이 다가가 만난다는 뜻이에요. 아이들이 마음을 다해 읽으면, 주인공이 살아나 주인의 마음속으로 서서히 다가가지요. 마음 깊숙이 가닿으면 그다음부터는 함께 살아가게 돼요." p.44 용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책 <샬롯의 거미줄>속에서 윌버는 참 대단한 돼지였습니다. 누군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말하면 윌버처럼 얘기해 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윌버를 마음속에 그리고 말풍선을 매달아 지금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만도 못하다는 게 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아닌 것만도 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 정말도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그건 가장 밑바닥을 말하는 거지. 한계선의 끝이라고. 어떻게 무언가가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못할 수가 있지? 만일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못한 무언가가 있다면, 그럼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야. 그건 무언가 있다는 거야. 아주 조금일지라도 말이야.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잖니." <샬롯의 거미줄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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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애나 비룡소 클래식 45
엘리너 포터 지음, 스톡턴 멀포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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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기쁨이 내 기쁨이 될 때

기쁨 놀이의 마지막 퍼즐은 완성된다

비룡소 클래식 45권 <폴리애나>는 부모님을 모두 잃고 이모인 해링턴 양 집에서 살게 되는 열한 살의 여자아이 이야기다. 도입부의 설정은 ‘빨강 머리 앤 아류작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구김살 없고 쉴 새 없이 재잘거리던 앤의 모습이 폴리애나와 묘하게 겹쳐졌다. 의무감 때문에 폴리애나를 맡기로 한 해링턴 이모는 무뚝뚝하고 검소한 마릴라의 모습과 닮았다. 하지만 앤이 공상의 세계에서 단단해졌다면, 폴리애나는 기쁨 놀이를 하며 스스로의 성장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성장시킨다. 앤이 마릴라의 철옹성 같았던 마음의 벽을 허물었던 것처럼 폴리애나는 어제와 같은 삶을 살고 있던 해링턴 양에게 문을 쾅 닫고 싶을 만큼 기뻐하는 마음을 알게 한다.

 

“그게요, 아빠랑 제가 그 놀이를 하게 된 건 선교사 지원품으로 목발이 왔을 때였어요.... (중략) 그 놀이는 그냥 언제 어디서나, 무슨 일에서든 기쁜 점을 찾아내는 놀이거든요. 아빠랑 저는 바로 그때부터, 목발을 받았을 때부터 그 놀이를 했어요...... (중략) 기쁜 점을 생각해 내는 게 어려울수록 더 재미있어요.”

인형 대신 목발을 받고 시작된 폴리애나의 기쁨 놀이. 삶에서 기쁨을 찾는다는 것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감흥 없는 얘기다. 매사 감사하다는 말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지만 현실에 감사하기는 쉽지 않다. 폴리애나의 기쁨 놀이를 처음 보았을 때 풋- 하고 소리 내어 웃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런 식으로 기쁨을 찾는 일이 자기 합리화나 자기 위안이라 말한다 해도 반박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도대체 내 것이 아닌 기쁨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폴리애나는 지병으로 줄곧 침대에서 생활해야 하는 스노 부인에게 나머지 사람들이 건강하다는 사실이 기쁘다는 말을 한다. 언뜻 들으면 황당한 얘기인데 이모집에서 일하는 낸시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읽으면 진짜 기쁨 놀이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기쁨은 부정이 아닌 긍정의 모습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진짜 기쁨은 나를 위할 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할 때에도 맛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고로 다리를 다쳐 누워있는 폴리에나를 위해 마을 사람들은 기쁨 놀이를 열심히 한다. 기쁨의 주체가 내가 되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네 기쁨이 내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 기쁨 놀이의 절정이었다.

내게 행복을 보여주는 온도계가 있다면 매일 눈을 뜨자마자 내 행복을 가늠하러 온도계의 눈금부터 살필 것이다. 온도계의 붉은 막대가 보여주는 높이에 따라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순식간에 삶의 희비가 교차한다면, 삶의 온도는 오롯이 온도계의 몫이 되고 말 것이다. 온도계를 햇살 가득한 창가에 걸면 온종일 비스듬한 가장자리에서 비추는 무지개를 볼 수 있다는 폴리애나. 그냥 숨만 쉬는 건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이 가슴에 콕콕 박히며 심장을 쿵쾅쿵쾅 두드린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아무 기쁨 없이 홀로 살아가는 어른들께 강추.

"살아있는 시간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언제는 죽어 있기라도 한단 말이니?"

"아, 당연히 숨이야 늘 쉬겠죠. 그런 걸 배우는 시간에도요. 하지만 살아 있지는 않을 거예요. 잠잘 때도 숨은 끊임없이 쉬지만, 그건 살아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말하는 살아 있는 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예요. 밖에서 놀고, 책을 읽고...... 물론 혼자서 읽고요. 또 언덕을 오르고, 정원에서 톰 할아버지랑 얘기하고, 낸시 언니랑도 얘기하고, 어제 지나온 무지 멋진 길거리를 구석구석 다니면서 어떤 집이 있고 어떤 사람들이 살고 그런 걸 모두 알아보는 거라고요. 저는 그런 게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모. 그냥 숨만 쉬는 건 사는 게 아니라고요!"

<폴리애나> p.74

 

선교사 지원품은 도무지 뭐가 올지 알 수가 없다는 거예요. 확실한 건, 오겠지 싶은 물건은 절대 안 온다는 것뿐이에요. 그렇다고 안 오겠지 생각한다고 해서 오는 것도 아니고요. 69

- 이건 인생의 비밀인데 참 쉽게 알게 되었구나... 선교사 지원품을 받으러 가야 인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것일까?

그런데 해야지 생각해서 한 건 아니에요. 그냥 이렇게 저절로 될 때가 많아요. 뭔가 기쁜 점을 찾다 보면 몸에 배거든요. 그리고 무슨 일이든 계속 찾아보기만 하면 거의 언제나 기뻐할 만한 점을 찾을 수 있어요. 80

-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이유를 찾아내기 마련이지. 그 이유가 기뻐할 만한 이유라면 더 좋겠지?!

아무렴 어때요. 누가 온도 같은 걸 신경 쓰겠어요. 언제나 무지개 속에서 살 수 있는데! 218

- 당신을 삶의 구도자로 모시겠습니다. 제 무지개는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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