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홉 살 독서 수업 - 부모가 알아야 할 초등 저학년 독서의 모든 것
한미화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7월
평점 :
“평생독자가 되는 독서 십년지계 기본서”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도 열 살 즈음이면 달라진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복잡한 상황에 맞닥뜨리며 다채로운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열 살이 되기 전 아홉 살은 중요하다. '아홉 살
독서수업(한미화 지음, 어크로스 펴냄)'은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마지노선을 아홉 살이라 정하고 저학년 책 읽기에 대한 모든 궁금증과 해결책을
이야기한다.
독서에 관한 지침서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저자의 경험에 근거한 궁금증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책으로 책 목록을 제시하는 유형이다. 또 다른 하나는 문제가 되는 실제 사례를 싣고 1:1 맞춤 해답을 제시하는 유형이다.
'독서수업'이라는 제목에서 후자의 방법으로 기술한 책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기본에 충실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재확인해 주는 책이다.
부모는 아이들이 글을 잘 읽지 못해서 걱정, 만화책만 읽어서 걱정, 끝까지 읽지 않아서
걱정, 책 읽기에 관심이 없어서 걱정... 걱정 또 걱정이다. 비슷한 또래인데 지식책의 정보를 술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심각해진다.
전문가를 찾아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부모에게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무엇을 시작해야 하고 무엇을 끝내야 하는지 결정할 힘이 생긴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다. 부모가 원칙이 없으면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부모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항목별로 분류해 목차를 보고 원하는 부분만 읽어도 무방하다. 아이에게 맞는 기준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을 잊지 말자.
한국은 실질 문맹률이 빠르게 높아지는 중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해가 동반되지 않는 읽기를
반복하다 보니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야기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이 원할 때는 언제든 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저자는 읽기는
본능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능력이라 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책이 즐거워지는 경험과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책을 읽어준
사람의 마음을 느끼고, 함께 책을 읽으며 즐거웠던 경험이 쌓여 평생독자를 만든다.
저자는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과 충족되지 않아 채우고 싶은 결핍이 책을 읽고
싶은 욕구를 만든다고 말한다. 아이도 어른도 바쁜 세상에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부모는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즐기며 책과 벗하며 살기를 바란다. 함께 있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치우고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책 읽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을 즐기는 부모 밑에 책을 즐기는 아이가 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추천 책 목록은 참고용으로 훑고 지나가는 편인데 어린이책 평론가의 서평은 남달랐다. 책에서
무엇을 눈여겨보아야 하는지 세심하게 짚어 준다. 어린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기본을 내세운 책을 만나 어른인데도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간결하고 쉬운 문체로 쓴 책이지만 책 읽기가
부담이라면, 장이 끝날 때마다 첨부된 책의 서평만이라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목록만 원하는 부모를 위해 책 뒤에는 별도로 목록만 정리해 두었으니 참고하면 된다.
아이들을 쉼 없이 만나는 선생님, 독서 운동가, 사서 선생님의 추천사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신뢰감을 준다. 여전히 학습도구로 여기는 부모들이 많기에 기본서와 같은 책이 나온 것일 테다. 특별한 비법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부모들의 조바심을 이용해 그럴듯한 청사진을 그려 줄 것이란 기대는 금물이다. 부모는 청사진으로 일단 안심되겠지만 좋아하는
마음 없이 평생 독자는 될 수 없다.
마지막 4장은 저학년 부모라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학년 아이들이 국어책에서 무엇을
배우고 왜 중요한지 소개한다. 책은 타자와 만나는 가장 쉬운 통로다. 그 만남 속에는 타자뿐 아니라 잊었던 나의 어린 시절도 포함되어 있다.
지금 아이들이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은 어른들도 겪었던 일이다. 책을 읽으며 어릴 적 내 모습을 만나면 진심으로 아이를 이해하게 된다. 이해는
공감이 따르며 부모와 공감하는 시간은 타인에게 믿음을 쌓는 기초가 된다. 기초 공사가 튼튼한 아이들은 스스로 답을 찾는 어른이 된다.
‘독서 수업’이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책 내용은 책 읽기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저
아이와 함께 책으로 재밌는 시간을 보내면 된다. 책 읽기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아이들의 고민 속에 숨어 있다. 책을 읽고 목록에 나온
책을 모두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리자. 영화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원작을 슬쩍 보여주는 세심함이면 족하다. 질문은 제각각이지만 저자의 대답은
한 가지다. 부모가 힘을 빼야 아이도 편하게 책을 읽는다는 것! 부모가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더할 나위 없다. 이것저것 해도 책 읽기가
되지 않는다는 부모에게 기본서로 읽으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