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책 - 제11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99
서지연 지음, 제딧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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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책의 마녀'를 찾아서"

고개를 들어 문득문득 보고 싶어지는 책이 있나요? 힘들 때 책을 펼치면 책 속 주인공들이 위로도 해주고, 눈물도 닦아주는 그런 책 말입니다. 제게는 <소공녀>가 그런 책이었어요. 둘째로 태어나 유난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제게 주인공 세라는 현실에서 살아남는 상상을 하게 해 주었답니다. 때때로 상상은 놀이가 아닌 살아가는 생존 자체 일 때가 있습니다. 세라가 나중에 아버지 친구를 만나 다시 행복을 찾았듯 내게도 그런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품었습니다. <잃어버린 책> 속에는 그런 책과 만난 주인공이 나옵니다.

'잃어버리다'라는 뜻을 찾아보니 첫째, 가졌던 물건이 자신도 모르게 없어진다는 뜻과 둘째,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아주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되는 것, 셋째 몸의 일부분이 잘려나가 본래의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 나옵니다. <잃어버린 책>은 '잃어버리다'라는 뜻을 모두 가진, 요즘 시대 책의 운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초등학교 중학년만 넘어서도 스마트폰과 게임에 밀려 책의 자리는 점점 밀려나 골동품처럼 취급됩니다.

이 책의 주인공 용미는 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클로디아의 모험>에서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모험을 떠났던 주인공처럼 자신만의 모험을 떠납니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고속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5-3번 마을버스가 급정거합니다. 용미는 가방에서 쏟아진 물건을 담느라 읽고 있던 책을 두고 내립니다. 그 책은 <샬롯의 거미줄>이었습니다. 무녀리라서 제구실을 못해 죽을뻔한 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의 아름다운 우정에 관한 이야기책입니다. 용미는 학원을 가지 않고 자신과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한 한나와 책을 찾기 위해 분실된 책을 보관하는 곳으로 향합니다.

 

예상대로 분실된 책을 보관하는 곳은 먼지 쌓인 인적이 드문 곳이었습니다. 책을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으니 잃어버려도 굳이 찾으려 하지 않겠지요. 종이값으로도 쳐주지 않고 이사할 때마다 가장 골칫거리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책이니까요. (나는 아님) 우연히 아저씨들의 대화에서 복합문화센터가 들어서면 이곳에 있는 책들은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용미와 한나는 그곳에 있는 책을 살리는 모험을 떠납니다. 용미는 잃어버린 책을 찾고 그곳의 책을 살릴 수 있을까요?

책을 살릴 수 있는 비밀은 책 읽기에 있었습니다. 두꺼운 책을 읽을 때는 잠깐 쉬어가기도 하고, 그림 없는 책에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그림을 그려 채워 넣기도 합니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하는 모든 것이 모험을 풀어나갈 열쇠가 됩니다. 용미는 모험을 하는 동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 <샬롯의 거미줄>에서 거미 샬롯이 윌버에게 늘 하던 말로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습니다. '기다려, 조금도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도 염려하지 마.'

어쩌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잃어버린 책을 찾는 시작일 지도 모릅니다. 일단 읽으면 점점 알고 싶고 도서관이나 서점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되는 '책의 마녀'의 마법에 걸려드는 것이지요. 책 속 주인공을 현실에 데려와 난관을 함께 건너갈 수 있을 때 숨겨진 마법은 시작됩니다. <잃어버린 책> 은 잃어버린 책 읽는 힘을 되살리게 해줍니다. 아이를 키우며 책의 마녀의 마법이 되살아난 살아있는 증인이 여기 있습니다.

"사람과 주인공이 서로 교감한다면, 주인공들은 사람의 마음속에 숨어 있다가 때로는 용기로, 때로는 사랑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단다. 평생 친구란 그런 것이지. 꼭 곁에 있지 않아도 언제나 힘이 되어 준단다. "122

 

덧붙임... 윌버는 이 책에서도 멋진 말을 하네요. "와닿는다는 건, 서로 가까이 다가가 만난다는 뜻이에요. 아이들이 마음을 다해 읽으면, 주인공이 살아나 주인의 마음속으로 서서히 다가가지요. 마음 깊숙이 가닿으면 그다음부터는 함께 살아가게 돼요." p.44 용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책 <샬롯의 거미줄>속에서 윌버는 참 대단한 돼지였습니다. 누군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말하면 윌버처럼 얘기해 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윌버를 마음속에 그리고 말풍선을 매달아 지금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만도 못하다는 게 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아닌 것만도 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 정말도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그건 가장 밑바닥을 말하는 거지. 한계선의 끝이라고. 어떻게 무언가가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못할 수가 있지? 만일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못한 무언가가 있다면, 그럼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야. 그건 무언가 있다는 거야. 아주 조금일지라도 말이야.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잖니." <샬롯의 거미줄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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