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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의 논리 수업 - 행복을 이끄는 논리적 사고의 비밀
무천강 지음, 이지은 옮김 / 미래지식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의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 물어보는 질문에 과반수의 사람들이 후보들의 토론을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대답했다. 꼭두각시처럼 남이 써주는 글을 읽는 사람이 아닌 자신만의 철학과 논리를 가진 사람에 대한 열망이 토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만의 철학과 논리를 기를 수 있을까.
철학이나 논리는 단시간에 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지낼 수는 없는 법.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을 기억하며 논리를 가져야 한다는 일념에 뽑아든 책이다. 하버드라는 이름이 가진 가치는 이 책만으로도 금방 논리에 대해 섭렵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지를 불태우기 충분하다. 이 책은 논리의 개념, 판단, 추리, 논증, 규칙을 아우르는 이론 편과 논리를 삶에 적용시키는 응용 편으로 나누어 논리가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행복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역설하고 있다.
처음에는 행복을 이끄는 논리의 비밀이 궁금해 이론 편은 건너뛰고 응용 편부터 읽었다. 하나같이 도움이 되고 좋은 내용들이었지만 흔한 자기개발서와 다름없는 내용들이었기에 적잖이 실망했다. 매 장이 끝나는 페이지에 '하버드 논리 핵심'이라고 요약된 부분을 제외하고 기대했던 제목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미 자기개발서에 폭넓게 노출된 탓에 다른 관점에서 책 읽기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책 읽기 속도가 점점 늦어지기 시작하더니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편리한 점은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새로운 지식은 쉽게 잊힌다는 것이다.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기본 편부터 차근차근 읽기 시작하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논리'는 사람들이 사물을 인식하는 중요한 사상적 도구이자 표현과 논증을 구현하는 사유의 도구를 말한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사물을 인식하며 표현하고 논증하는지에 따라 행복 지수가 변화한다는 뜻에서 '행복을 이끄는 논리적 사고의 비밀'이라는 부 제목을 붙였던 듯하다. 변론은 논쟁을 펼치는 양측이 자신의 관점을 내세우고, 상대의 사유 과정을 반박하는 행위를 말하며 효과적인 변론의 수위를 만족시키기 위해 논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궤변은 의도적으로 논리 규칙을 저버리고 그럴듯한 말로 자신의 잘못을 교묘하게 가리는 것이며, 개념은 객관적 대상에 대한 사유의 반응으로서 사유를 형성하는 구성요소다. 개념은 반드시 언어를 통해 구체화되기 때문이 용어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개념의 내포와 외연 모두 명확해야 한다. 그밖에 호환 관계, 동일 관계, 모순 관계, 반대 관계 등의 논리에 적용되는 개념과 관계들을 기본 편에서 두루 정리했다. 가끔 인터넷 기사를 읽다 보면 기사의 논리와 인과관계에 대해 비판하는 날 선 댓글을 볼 때가 있는데 논리에 관한 개념들을 숙지하다 보니 앞으로 어떤 정보가 담긴 글을 맞닥뜨렸을 때 눈여겨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세 판의 승부를 모두 졌음에도 "첫 번째 판은 내가 이기지 못했고 두 번째 판은 상대가 지지 않았지. 그리고 세 번째 판은 무승부가 날 뻔했는데 상대가 그걸 원치 않더라고. "라고 표현했다. 각 문장이 내포하는 의미는 동일하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느낌과 생각의 차이는 어떤 현상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에서도 디테일이 필요하듯 삶에서도 이런 디테일이 필요한 것이다. 기본 편을 읽고 나서야 왜 논리와 행복이 연관이 있는 것인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응용 편의 '사고의 깊이가 운신의 폭을 결정한다'라는 말의 의미가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생물인 정치에서 논리가 중요하듯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변하는 삶의 문제들을 고정된 틀에 놓고 파악할 수는 없다. 새로운 삶을 꿈꾼다면 새로운 삶의 논리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기본 개념도 모르고서 어떻게 논리를 만들 수 있겠는가. 관점과 생각의 전환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사고의 실마리를 찾고 살아 숨 쉬는 새로운 논리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우연이 남발하는 맥락 없는 드라마가 재미없는 것처럼 즐겁고 행복한 인생의 맥락을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행복은 주머니 속에 있다는 자족감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 스스로 인생의 맥락을 만들어가기 위해 '논리'가 필요하다는 새로운 관점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