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냉전의 과학 - 원자 무기에서 달 탐험까지, 미국은 왜 과학기술에 열광했는가?
오드라 J. 울프 지음, 김명진.이종민 옮김 / 궁리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냉전 시대라 함은 2차 대전 종전 후부터 소련의 붕괴가 일어났던 1991년까지의 약 45년간을 의미한다. 이 시기가 역사상 처음으로 과학기술과 국가 권력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심원하게 연계되었던 때가 아닌가 한다. 이 시기 중에 과학 기술의 기본 중심축이 서구 유럽에서 미국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니까 냉전 시대의 과학기술은 미국의 과학기술의 변혁을 의미한다. 물론 이렇게 된 것은 과학 발전의 역사적 필연성에 기인한다. 즉, 과학 기술이 정부의 통제 하에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수하려는 시도가 성사되기 위해 필요한 과학의 혁명적 발전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이루어졌다.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는데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그것이다.
2차 대전 후 본격적으로 전쟁 없는 전쟁의 시대를 소련과 미국이라는 레짐 중심 체제 국가들이 열었다. 냉전의 시대에는 국가 체제의 유지와 홍보로서 과학기술이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과학의 전문성과 정치권력의 적절한 관계가 설정됨으로써 체제의 우월성의 선봉에 과학 기술이 나서게 되었다. 경쟁은 물론 핵무기 개발로 시작되었다. 1945년 미국에 의해 원자폭탄이 개발된 이래 1954년 수소폭탄이 엄청난 파괴력과 함께 방사능 오염의 심각성을 일찌감치 알려주었다. 소련이 핵 개발에 성공한 것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기 때문에 이 둘 간의 군비 경쟁은 가속화되었다. 개방 체제인 미국은 전시에 이미 물리학 생화학 및 화학의 기초적 발견을 바탕으로 원자폭탄과 레이더, 항생제 등을 이미 만든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과학자들과 정부의 긴밀한 관계는 이미 설정되었기 때문에 군수산업의 발달이 군산 협력체를 낳았다. 이 책 ‘냉전의 과학’은 전후 세계의 과학 기술의 조망이라 할 만큼 많은 양을 커버하고 이들과 미국이라는 국가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을 매우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세계가 곧 미국이라 할 만큼 그들의 과학 기술은 최선봉이었다. 원폭 개발 다음에 등장하는 미국의 우주 개발은 순전히 1957년 스푸트니크 사건 때문에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며 마침내는 달 착륙에 성공한다. 이를 위해 NASA가 창설되었는데 이런 거대과학기술 조직은 미국에서 이미 노하우가 쌓여 있던 때였다. 원폭 개발이라든지 이와 비슷한 시기에 가속기 개발 또는 레이더 시스템 등이 이루어져 이른바 거대과학(Big Science)이 이미 전쟁 직후에 등장하였다. 대규모 고비용 장치가 강조되고 연구소가 기업적 구조를 가지게 됨으로 홀로 일하던 과학자가 거대 장치에 붙어 협력하는 연구팀으로 대체되었다. 이들 연구는 물리, 화학 및 엔지니어 및 생물학자들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가능하게 되어 과에서 그룹 단위로의 전환으로 학제간 연구 분야가 탄생하였다.
이러한 정부 후원의 거대 프로젝트들이 생겨난 것은 비록 군사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냉전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군비 경쟁으로 인한 군사 연구에 대한 반감으로 반대 운동도 일어났고 개발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흑백 논리에 의한 사회의 혼란도 일어나기도 한다. 더구나 베트남 전쟁과 맞물려 이에 대한 거대한 반대론은 미국 과학 팽창 생성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결과 또한 자초했다. 1980년부터의 2차 냉전 기간은 군수 산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어 전후에 융성했던 군산 협력체가 다시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군비 경쟁으로 소련은 결국 파산 상태가 되어 1991년 해체된다.
결국 냉전이라는 산물은 과학 기술 연구가 정부에 의해 강력 지원되는 결과를 낳았다. 대학, 산업체 및 군정부 업체는 냉전 기간 동안 정부라는 공동의 후원자와 국가의 국제적 우위 다툼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며 발전하게 되었다. 냉전이 없어진 오늘날은 과학 기술이 냉전 시대의 국가 주도의 조직적 지원 등이 느슨해진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 당시만큼 정부와 군, 과학계 및 산업계 등의 조직화로 인한 거대 개발 체제는 향후 다시없을 수도 있을 만큼 시대는 많이 변해 있다.
분명한 것은 지식이 팽창된 지 많은 시간이 지난 현재는 지식의 급팽창이 시작되고 진행될 때의 기간인 냉전시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과학에 관하여 써진 책이기는 하나 사회과학 냄새가 난다. 군데군데 매우 딱딱한 서술형으로서 둔탁한 면이 없지는 않으나 냉전이라는 정치적 주제와 과학기술이라는 전혀 다른 주제가 혼합되어 일어난 일이 여간 흥미롭지가 않다. 20세기 후반의 과학 기술의 핵심과 정책에 알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