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로 / 사유이미지 발터 벤야민 선집 1
발터 벤야민 지음, 최성만 외 옮김 / 길(도서출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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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이 꿈 얘기를 많이 하는 것은 꿈을 많이 꾸어서라기 보다는 꿈은 상상의 특권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도 만드는 꿈이야말로 정신의 인식을 살찌우게 하며 인식이 활자로 다 표현될 수 없을 지라도 그 한계를 넓혀준다.

 

벤야민의 상상에 근거한 문장들은 그래서 일방 통행적이다. 일방통행성은 도도해서 돌아감이 아예 없다. 고도의 사유로 녹아든 통행은 우울하지만 섬세해서 돌아갈 줄을 모른다. 그의 상상은 현실과 맞물려 스스로 결 맞지 않은 상태로 무심결에 지나치는 온갖 사물을 사유로 만들어버린다. 그 사유가 그를 지탱한 굳건한 힘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 사유에는 개체의 고민, 불행, 행복, 격정 등이 있을지언정 사회의 부조리에 뇌가 강요당하여 개체가 겪는 혼란과 불합리는 한쪽에 저장될 뿐 그 쪽 뇌의 내장에서 튀어 나올 법한 격한 감정은 다른 쪽에 사뿐히 내려 앉아버린 사물의 깊은 사유가 만들어 버린 필연에 통행로는 일방적이다.

 

도무지 이 도로는 굳건한 성이 되어 우울하지만 행복한 감성으로 우리에게 차분히 내려앉는다. 도로가 있어 온갖 사물이 있어 고개를 3도 정도 위로 치켜들게 하며 사물이 있어 도로가 만들어지매 목적지가 아닌 그 과정의 여로로서의 길은 나에게도 행복이 되었다. 설령 사회가 강압으로 역행을 시도한다 치더라도 그 도로는 일방통행이어서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한 쪽 뇌의 온갖 썩은 음식물은 저장이 되어 버렸지만 다른 쪽 뇌의 우울하지만 온갖 역동적인 사유가 생산되어 문장으로 쌓이매 이제 곧 저장된 음식물이 빠져 나올 운명에 처해 있어 행복이다. 뇌 속의 방이 유한함에 나는 찬사를 보내니 닫혀 있던 방은 비록 우울하지만 복된 감성으로 채워지나니 망각은 생산적이다. 이 찬사를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에게 기증한다.

 

과거가 미래에 낙인 되어 현재로 결정되어버린 그의 문장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물리법칙을 거스른다. 그것이 인식하는 정신이고 정신은 사유가 되고 감성이 문장으로 쏟아 내려졌다.

 

아 나는 차라리 우울한 행복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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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울고싶은지 2023-07-14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