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을 추억하는 공감 에세이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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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넘치는 감성을 주체하지 못하던 중학생 소녀 시절, 저녁이면 텔레비전을 볼 수 없어 이불 속 들어가 몰래 혼자 라디오라도 듣던 때가 있었다. 카세트에 공테이프를 집어넣고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잽싸게 녹음 버튼을 누르다가도, 소녀의 감성을 울리는 디제이의 목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눈물 흘리던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내 사춘기였으리라. 그리고 질풍노도의 시기가 되었을지도 모를 사춘기를 참 조용하게 보내게 해 준 것이 바로 한밤에 듣던 라디오였으리라. 어느새 서른이 된 나는 한밤 중 작업을 하다가 사위가 조용해서 쓸쓸하다고 느낄 때면 이따금 라디오를 듣는다. 지금은 현란한 화면과 자막으로 정신을 쏙 빼는 텔레비전보다는 디제이의 말을 들으며 내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있는 라디오가 좋다.

 

청춘의 밤을 위로하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던 김성원 작가의 두 번째 책이 나왔다. <이적의 별이 빛나는 밤에>, <윤도현의 두 시의 데이트>, <김C의 음악 살롱>,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 등 좋은 글과 좋은 음악 선정으로 이름 높았던 이 프로그램들이 모두 김성원 작가가 담당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낸 청춘들에게 진한 공감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 썼다는 책. 그녀의 감수성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을 때면 마치 한밤에 라디오를 들을 때처럼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어찌 보면 친구가 전해준 편지 한 장을 읽는 듯하다. 글씨체나 문체까지도 잘 아는 내 친구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 써 준 편지. ‘세상살이 별 것 아니야.’라며 툭툭 던지는 한 마디로도 크게 위로가 되는 그런 친구. 그래서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두근거리고 편안해진다.

 

즐거운 파티는 다 지나고 난 후에도 생생하죠.

그래서 좋은 시절이 가고 나면 상실감을 느끼게 되고 아프기 마련입니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린 사람은

좋은 시절을 다시 만나게 되면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려고 합니다.

이것을 잃게 되면 자신을 또 잃게 되니까.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아니까요.

모두 조금은 마음 아픈 사람들,

비가 내릴 때는 어떻게 할까요.

 

이 책이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큰 이유는 디지털 시대에 반한다고 할 수 있는 라디오를 사랑하는 작가의 글뿐만 아니라 아날로그적인 사진으로 유명한 밤삼킨별 김효정 님의 사진도 한 몫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별 것 아닌 것들을 별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 신호에 걸려 줄줄이 늘어선 자동차 뒤꽁무니, 주방 조리대 위에 쌓아 놓은 채소, 돌담 아래 세워진 낡은 자전거, 빗방울 맺힌 창문까지. 왠지 그녀가 어떤 감성으로 이 사진들을 찍었을지 알 것 같다. 그리고 그 재주와 감성을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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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당근의 비밀 - 롤리와 폴리의 신나는 모험여행 논리의 자유 (자유로운 아이 책읽기 레벨 3) 1
마티아스 조트케 글.그림, 이병서 옮김 / 도미노주니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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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비밀노트, 수수께끼만큼 아이들의 흥미를 끌만한 소재가 또 어디 있을까. 이번에는 숨겨진 보물, 황금 당근을 찾아 떠난 롤리와 폴리의 여행 이야기이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올해 여덟 살이 된 아이와 함께 읽어 보았다. 롤리와 폴리라는 이름에 친근해하며 재미있어 하는 것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 괜찮은 듯 보였다.

 

마치 어른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만화에 나오는 내레이션처럼 문장 끝을 “~했어요. ~할까요? 쉿.”과 같이 처리해서 아이에게 편안하게 접근하는 방식이다. 일단 금세 읽고 치울 수 있는 동화책은 아니다. 책 전체 페이지 수가 100페이지를 훌쩍 넘는 만큼 아이가 혼자서 한꺼번에 읽어 내릴 수 있는 분량은 아니다. 다만 문장 간 간격을 넓게 하여 그 양이 많아서 질릴 염려는 하지 않도록 하였고, 포인트가 될 문장은 색과 글자체를 달리해서 눈에 띄도록 해 놓았다.

 

우선 아이 책을 고를 때 책 내용이나 그림만큼이나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번역이다. 외국 작가가 쓴 책을 우리 아이들 정서에 맞게, 쉽게, 우리말로 잘 표현한 책을 찾기란 솔직히 쉽지 않다. 그런데 마치 우리 아이가 했을 법한 말투에 한자어를 최소화하면서 동화에 딱 맞는 말을 적절하게 찾아낸 점에서 이 책을 번역한 이병서 님에게 엄마로서 감히 합격점을 드리고 싶다.

 

롤리와 폴리의 대화를 통해, 둘의 상황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마치 숨은그림찾기 같은 수수께끼 문제가 이따금 등장해서 책을 읽는 동안 아이가 지루해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다만 힌트를 알아채지 못해서 함께 읽어주며 조금 도움을 주어야 했지만, 옆에서 도움을 주는 어른들도 같이 즐긴다고 생각하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이 책은 쌍방향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중요한 부분을 알려줄 때는 “상자에 맞는 열쇠를 찾아보세요.”, “노트 겉장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여러분도 읽어 보세요.”, “여러분도 자기 집의 집안지도를 스스로 그려 보세요.” 등등의 문장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이쯤 되면 지루해할 틈이 아니라, 이 책 한 권으로 하루를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이러한 것들은 이맘 때 아이들이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이다. 글을 왜 배워야 하는지, 집안 가계도, 오른쪽 왼쪽 개념, 수학 문제 등 한마디로 어린이 종합 참고서 또는 놀이학습 책이라 하겠다. 자기 전에 읽어주면 그날 밤 아이와 함께 밤을 샐지도 모르니, 꼭 주말 아침 읽기 시작하라고 권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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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처럼 - 제2판
원경 지음 / 도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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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혼자여서 자유롭고 함께여서 충만한 삶을 살고자 하신다는 스님을 뵈니, 오랜만에 이 겨울 원경스님의 시를 읽으며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고등학생 시절, 시 한 편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시 한 편을 외우려 종알종알 하던 때가 아득하다. 아름다운 한 줄의 시로도 감동 받던 여고생은 어느새 서른의 여자로 자라 시 한 편 즐기지 못하고 있다. 따뜻한 차 한 잔 놓고 뜨끈한 아랫목에 앉아 십여 년 전 감수성을 되살려 보고자 <그대, 꽃처럼>을 펼쳐 들었다.

 

도종환 시인처럼 멋들어진 서평을 남길 능력도 못되면서 어떻게든 이 감동을 서평으로 옮기고 싶다. 밤새 눈 내린 산사 앞마당에 첫 걸음을 내딛을 때의 벅참, 코끝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 온몸을 감싸주는 따뜻한 햇살이 들어있다. 원경스님의 시집을 한 구절로 나타내는 시가 있다.

 

달 뜨는 밤엔

꽃 보단 꽃 그림자가

달 보단 달빛 물그림자가

더더욱 환희롭게 하나니.

                                                     -「꿈 빛」중에서

고요한 달 뜨는 밤 꽃 그림자 같은, 달빛 물그림자 같은, 그래서 더더욱 환희로운 시가 담긴 시집이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고 달빛이 비추는 시와 달팽이처럼 느긋하면서 꽃처럼 환희로운 그림이 만났다. 스치듯 부는 바람이 달빛에 잔잔히 가라앉는 듯, 느린 달팽이를 보면서 편안해지고 꽃을 보면서 미소 짓는 듯, 그렇게 시에 동화된다.

 

시 한 편마다 그 주제를 알 수 있는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시와 마찬가지로 복잡함이나 화려함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김영세 화가의 깔끔한 선과 색을 이용한 그림이 마음을 정결히 해주는 것 같다. 이 한 권의 시집을 모두 읽고 난 후, 책을 한 장씩 넘기며 그림만 다시 살펴보았다. 시를 읽을 때의 마음, 공감, 사색 등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그림 안에 담긴 의미가 그대로 전해져온다.

 

사람에 지치고 삶에 지칠 때면, 이 악물고 독기를 품고 살았다. 지지 말아야지, 약해지지 말아야지, 무릎 꿇지 말아야지. 원경스님의 시를 읽다보면 참 부질없단 생각이 든다. 자신이 참 가여워진다. 가여워진 나를 위로해준다. 책을 덮고 또 이러저러 바쁜 삶을 살다가 이런 기분 잊어버리면 어쩌나 쓸데없는 걱정이 잠깐 들었다. 아직도 멀었구나, 난. 지친 어깨 지친 마음 위로하고 싶을 때, 혼자만의 위로가 버거울 땐 꼭 한 번 찾아가고 싶다. 심곡암을. 꼭 한 번 뵙고 싶다. 원경스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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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사라진 여인
아스트리트 로젠펠트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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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다락방에서 발견된 일기를 매개로 어느 유대인 집안 두 청년의 일대기를 그렸다는 책소개를 보자마자 <사라의 열쇠>란 작품이 떠올랐다. 세대를 넘나드는 역사적 희비극의 연결고리를 쫓는다는 점, 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의 참혹함을 그렸다는 점, 역사적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사라의 열쇠>과 많이 닮았다고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사라의 열쇠>에서의 두 주인공은 여자인 반면 <아담의 사라진 여인>의 두 주인공은 남자라는 사실이다. 둘 다 여성 작가가 그려낸 작품이지만 주인공의 성에 따라 어떻게 다른 전개를 보여주는지를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을 듯하다.

 

아무래도 이 책이 <사라의 열쇠>와 가장 다른 점은 사랑을 큰 줄기로 잡았다는 것이다. <사라의 열쇠>는 작품의 배경 자체를 말하고자 하지만, 이 책은 그 어려운 배경 안에서 펼쳐지는 사랑을 말하고자 한다. 외모와 말투 행동이 똑같으면서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정반대인 두 남자, 아담과 에드워드의 사랑을 통해.

 

“사람이 뭔가 쓰기 시작하는 이유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일까. 모든 것이 그냥 사라질 거라는 생각을 견딜 수 없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걸까.”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통해 어린 에드워드가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를 순진하면서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처음 책 소개를 통해 이 책을 알았을 때는 타티아네 드 로즈의 <사라의 열쇠>가 떠올랐지만, 책 속으로 들어갈수록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보였다. 좀 더 넓게 이야기하자면 아스트리트 로젠펠트에게서 무라카미 하루기를 보았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1인칭 시점에서 주변인들을 객관적으로 어찌 보면 냉소적인 시각으로까지 바라보면서 그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방식, 그러면서 은근히 비꼬는 듯 풍자하는 방식이 닮았다고나 할까. 서글픈 환경묘사나 암울한 시대 상황을 덤덤한 듯 무심하게, 때로는 유머를 섞어 표현한 점이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놀랍게도 이 작품은 지은이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이 작품 하나로도 지은이의 미래가 어떠할지 앞으로의 작품이 어떠할지 짐작이 간다고 한다면 섣부른 판단일까. 어쨌든 나는 그녀의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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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아와 새튼이 - 한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사건 현장 이야기
문국진 지음 / 알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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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처음 법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우연히 케이블 TV에서 방영한 미국드라마 <CSI> 시리즈를 보게 되면서부터이다. 재방송까지 모두 챙겨볼 정도로 이 드라마에 푹 빠져 지냈었다. 시일이 지나고 어느 순간 비슷비슷해져 버리는 스토리에 흥미를 잃을 무렵 <NCSI>라는 수사물을 챙겨보게 되었고 이 분야에 대한 흥미는 한국에서 방영한 법의학 드라마 <싸인>으로까지 이어졌었다. 잊힐 만하면, 혹은 지루해질 만하면 새롭게 흥미를 북돋우는 법의학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이번에는 책으로 돌려보았다.

 

1985년과 1986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새튼이》와 《지상아》(1, 2권)에서 법의학적으로 의미 있고, 그 당시 한국 사회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례들을 골라서 엮은 책이라 하니 읽기 전부터 기대치가 높았다. 법의학적으로 볼 때 단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제시하고 그에 대한 사례를 들어 어떻게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형식의 책이다. 작은 단서가 어떻게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지, 50~60년대에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었는지, 요즘에는 일반인에게조차 흔하게 의뢰할 수 있는 유전자감식이 없던 시절 어떻게 범인을 색출했는지를 보면서 현재 한국의 법의학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앞으로 한국의 법의학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너무나 유명한 이 말이 법의학자에게는 신념과도 같은 말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완전 범죄를 자신하는 범인들이 사소한 단서 혹은 누구도 단서라 생각지 못하고 지나치는 단서들로 인해 꼬리를 잡히는 사례들을 선보인다. 시종일관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채워진 책 한 권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지만 일반 소설의 열린 결말도 아닐진 데 사건의 결말을 끝까지 밝히지 않고 끝맺음을 한 몇몇 글에 아쉬움이 남는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알아보려 부검을 시도하다가 발생한 에피소드를 설명하고는 그것으로 끝. 독자가 혼자서 추리를 하라는 것이지, 단순히 법의학적 관점에서 이것만 알고 넘어가라고 하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물론 법의학적 관점에서만 사건을 바라보고 단서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책이지만, 독자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주기 위한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졌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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