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꽃처럼 - 제2판
원경 지음 / 도반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혼자여서 자유롭고 함께여서 충만한 삶을 살고자 하신다는 스님을 뵈니, 오랜만에 이 겨울 원경스님의 시를 읽으며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고등학생 시절, 시 한 편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시 한 편을 외우려 종알종알 하던 때가 아득하다. 아름다운 한 줄의 시로도 감동 받던 여고생은 어느새 서른의 여자로 자라 시 한 편 즐기지 못하고 있다. 따뜻한 차 한 잔 놓고 뜨끈한 아랫목에 앉아 십여 년 전 감수성을 되살려 보고자 <그대, 꽃처럼>을 펼쳐 들었다.

 

도종환 시인처럼 멋들어진 서평을 남길 능력도 못되면서 어떻게든 이 감동을 서평으로 옮기고 싶다. 밤새 눈 내린 산사 앞마당에 첫 걸음을 내딛을 때의 벅참, 코끝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 온몸을 감싸주는 따뜻한 햇살이 들어있다. 원경스님의 시집을 한 구절로 나타내는 시가 있다.

 

달 뜨는 밤엔

꽃 보단 꽃 그림자가

달 보단 달빛 물그림자가

더더욱 환희롭게 하나니.

                                                     -「꿈 빛」중에서

고요한 달 뜨는 밤 꽃 그림자 같은, 달빛 물그림자 같은, 그래서 더더욱 환희로운 시가 담긴 시집이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고 달빛이 비추는 시와 달팽이처럼 느긋하면서 꽃처럼 환희로운 그림이 만났다. 스치듯 부는 바람이 달빛에 잔잔히 가라앉는 듯, 느린 달팽이를 보면서 편안해지고 꽃을 보면서 미소 짓는 듯, 그렇게 시에 동화된다.

 

시 한 편마다 그 주제를 알 수 있는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시와 마찬가지로 복잡함이나 화려함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김영세 화가의 깔끔한 선과 색을 이용한 그림이 마음을 정결히 해주는 것 같다. 이 한 권의 시집을 모두 읽고 난 후, 책을 한 장씩 넘기며 그림만 다시 살펴보았다. 시를 읽을 때의 마음, 공감, 사색 등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그림 안에 담긴 의미가 그대로 전해져온다.

 

사람에 지치고 삶에 지칠 때면, 이 악물고 독기를 품고 살았다. 지지 말아야지, 약해지지 말아야지, 무릎 꿇지 말아야지. 원경스님의 시를 읽다보면 참 부질없단 생각이 든다. 자신이 참 가여워진다. 가여워진 나를 위로해준다. 책을 덮고 또 이러저러 바쁜 삶을 살다가 이런 기분 잊어버리면 어쩌나 쓸데없는 걱정이 잠깐 들었다. 아직도 멀었구나, 난. 지친 어깨 지친 마음 위로하고 싶을 때, 혼자만의 위로가 버거울 땐 꼭 한 번 찾아가고 싶다. 심곡암을. 꼭 한 번 뵙고 싶다. 원경스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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