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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항재 옮김 / 에디터 / 2012년 2월
평점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그의 삶 자체도 한 편의 장편소설 같을 만큼 파란만장했다고 한다.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할 줄 아는 작가가 읽고 엮은 잠언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간소한 생활을 표방하고 무저항주의와 자기완성을 신조로 삼은 작가가 음미하는 명언은 어떤 것들일까. 그가 '일용할 정신의 양식'으로 삼은 글귀가 궁금하다.
이 책은 톨스토이가 매일 읽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사상가의 글에서 좋은 구절을 발췌하여 편집한 것이다. 에픽테토스, 디오게네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소크라테스, 공자, 부처, 노자,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아우구스티누스, 파스칼, 루소, 스피노자, 루터, 보브나르그, 칸트, 실러, 벤담, 쇼펜하우어, 볼테르, 클링거, 새커리, 도스토예프스키, 빌멘, 러스킨의 사상이 실려 있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일의 읽을거리가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선에서 소개되고 있다. 톨스토이가 삶의 지침으로 삼으며 실천하려 노력했다는 글들을 한 편 한 편 읽으며 내 삶의 지침을 삼을 만한 글을 찾는 즐거움이 있었다. 같은 글을 읽으며 톨스토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동을 느꼈을까 상상해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잡초는 논밭에 뿌린 씨앗을 죽이고, 증오는 사람을 지치고 쇠약하게 만든다. 오직 온유하고 부드러운 능력을 지닌 사람만이 큰 상을 받는다. 잡초는 논밭에 뿌린 씨앗을 죽이고, 허영은 사람을 갉아먹는다. 오직 겸손하고 부드러운 능력을 지닌 사람만이 큰 상을 받는다. 잡초는 밭을 망치고 음욕은 사람을 망친다. 오직 순결하고 무구하고 친절한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행복한 최후를 맞는다.”
- 부처의 가르침 (3월 20일)
1년 동안 일용할 정신의 양식을 며칠 만에 전부 받아들이고 말았다. 그래도 탈이 나진 않았지만 어쩐지 아쉬움이 남는다. 천천히 음미할 맛있는 글을 너무 급하게 다 해치운 것 같아서. 이제 3월이 시작된 지금 2012년, 올 한 해의 계획으로 이 책 한 권을 매일매일 들춰보기로 결심해본다. 톨스토이처럼 후대에까지 회자되고 존경받는 위인이 될 엄두는 감히 내지 못하겠지만 그와 닮은 취미 한 가지는 만들 수 있을 테고, 최소한 작심삼일을 넘길 수 있을 계획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톨스토이가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던 바로 이 책, 소장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권하고 싶다. 화장실에, 머리맡에, 책장 한 켠에 탈무드를 두고 좋은 글귀를 가까이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