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날마다 축제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주순애 옮김 / 이숲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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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2011년 말 헤밍웨이의 저작권 만료로 한창 그의 작품 재출간 붐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노인과 바다를 읽어보았다. 쉬운 듯 하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을 쓸 줄 아는 작가를 좋아하는데 그에 딱 걸 맞는 작가가 헤밍웨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알만한 유명 작가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보낸 시간을 기록한 책이라니 흥미가 일었다.

 

처음 예상했던 것처럼 파리의 단상이 펼쳐지는 대신 파리 속에서 펼쳐지는 ‘헤밍웨이의 일상’을 따라가는 책이다. 글을 쓰는 헤밍웨이는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글이 풀리지 않을 때 혹은 슬럼프라 할 만한 시기가 왔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는지, 그리고 그의 가족들을 낱낱이 보여준다. 그는 의외로 규칙적인 삶을 사는 작가였다. 정해진 분량만큼의 글을 쓰고,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잠을 잔다. 그는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이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을 만큼 친절하고 예의바른 사람이었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헤밍웨이는 지독히도 가난하여 끼니를 거를 때도 많았다. 훗날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이 대부분 식욕이 강하거나 미식가이거나 식탐이 있거나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이와 같이 여태까지 보았던 그의 작품들과는 달리 헤밍웨이의 글이 어떤가 보다는 헤밍웨이가 어떤 사람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작가 헤밍웨이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동안 좋아했던 헤밍웨이 작품의 간결함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글에 대한 그의 신념이었다. 일상에서 지인들과 대화할 때에도 그는 구구절절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일일이 반박하지 않고 그저 내버려 둔다. 그러면서도 그의 마음 안에는 확고한 자기 주장이 있다.

 

“글을 쓰는 데에도 역시 여러 가지 비결이 있다. 글을 쓰다가 어떤 부분을 생략할 때, 그 순간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생략해서 잃어버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생략된 부분은 언제나 남아 있는 부분을 더욱 강력하게 해준다. 요즘은 글을 잘 쓰는 작가보다는 글로 설명하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글을 읽으면서 헤밍웨이의 일상에 등장하는 뤽상브르 공원이라든지, 시테 섬이라든지, 개선문에서부터 콩코드 광장까지 길게 뻗어 있는 대로라든지 하는 파리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파리에 가 본지도 십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건만 내가 보았던 파리의 모습이 지금도 그리 달라지진 않았을 것 같다. 구십 년 전 헤밍웨이가 보았던 파라의 모습 또한 십 년 전 내가 보았던 파리의 모습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 같다. 언젠가는 꼭 다시 한 번 파리에 가고 싶다. 내 기대처럼 변치 않은 모습 그대로 있을 파리를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 그때는 이 책을 들고 헤밍웨이가 걸었던 산책로, 그가 좋아했던 셰익스피어 & 컴퍼니 서점, 창가에 앉아 글을 쓰던 카페에 가고 싶다. 마치 그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그와 친구가 된 것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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