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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매트리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양미래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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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독자: 기상천외하고 웃기고 통쾌한 여성 노인 주연의 이야기들을 읽고 싶은 분

📌 특히 좋았던 단편: <죽은 손의 사랑>, <스톤 매트리스>

처음 읽어 보는 마거릿 애트우드. 솔직히 글 자체가 내 취향은 아니라 초반부에는 조금 지루했는데, 다 읽고 나니 이 작가는 천재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포인트들을 소개해본다.

먼저, 스타일이 확실하다. 전통적인 여성혐오적 전개와 묘사를 이용해 일견 뻔해 보이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어느 순간 통쾌하게 한 방 먹이는 것이 이 단편집의 전체적인 특징이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교묘하게 섞이는 구조도 무척 매력적이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스타일에 익숙해질수록 이 단편집을 더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두 번째로, 나도 모르게 낄낄 웃으며 읽게 될 정도로 이야기가 창의적이다. 읽는 내내 남자 캐릭터들이 얼마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골탕먹을지 기대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그들은 판타지 소설 속의 통조림에 오래오래 봉인되기도 하고, 동결 건조되기도 하고(오타가 아니다), 심지어는 본인을 불행하게 만들었던 여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뻔한 복수 같은 건 끼어들 틈이 없다.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가 너무 현실적이고 사실적시 그 자체라 참 잔인하고 웃기다… (만약 캐릭터들이 실제 인물이라면 자기에 대한 묘사를 읽고 수치심에 자살할 듯)

마지막으로, 소설 외적인 부분이지만 책의 내지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도비라의 배경이 암석의 단면 사진이라 책 자체가 청록색 조류가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스톤 매트리스처럼 느껴진다. 책을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사소한 디테일!

▪️ 누군가를 안쓰럽게 여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며,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상대방의 고통은 그가 내게 의도적으로 가하는 악의적인 행위로 느껴지는 법이다.

▪️ 자기만의 방이 그것도 꼭대기 층에 있었던 덕에 잭은 사랑스럽고, 피로에 찌들고, 염세적이고, 세련되고, 검은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린 여자들을 신문이 너저분히 깔린 침실로 꾀어낸 다음 글쓰기 기술, 창작의 고통과 고뇌, 진실성이라는 자질의 필요성, 글을 팔아 버리고 싶은 유혹, 그런 유혹을 거부하는 고귀함 따위에 대한 예술적인 대화를 약속하며 인도풍 침대보가 깔린 침대에서 일시적인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었다. 자기를 오만하고 우쭐거리고 자의식이 충만한 남자로 보는 여자들에게는 일부러 자조적인 태도도 내비쳤다. 사실 잭은 그 여자들이 생각한 그런 사람이었다.

▪️ 요즘 같으면 밥은 어떤 거짓말을 늘어놓든 감옥에 갈 것이다. 버나가 미성년자였으니까.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행위를 지칭할 적절한 표현이 없었다. 강간은 어떤 미치광이가 수풀에 숨어 있다가 덮쳤을 때 벌어지는 일이지, 무도회 공식 파트너가 벌목이 두 번 이루어져 황량한 숲이 펼쳐진 어느 초라한 광산 도시 인근의 결길로 데려가서는 얌전히 주는 대로 받아 마시라고 겁박하다가 버나를 한 겹 한 겹 찢어발겼을 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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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 - 정재율 김선오 성다영 김리윤 조해주 김연덕 김복희
박참새 지음 / 세미콜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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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독자: 요즘 젊은 시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어떻게 시를 쓰고 있나 궁금한 분

인터뷰어부터 핫하다. 김수영문학상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박참새 시인이 ‘다음이 궁금해지는’ 시인 7인을 인터뷰했다.

사심 가득 담긴 라인업인 만큼,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인터뷰가 무척 매끄럽다. 게다가 시인들의 말투나 인터뷰의 분위기를 글로 잘 옮겨서, 다 읽고 나니 시인들의 이름과 캐릭터 하나하나가 뚜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인터뷰이들의 개성이 무척 뚜렷한데, 박참새 시인의 몇몇 공통된 질문(시는 가르칠 수 있는 것일까요? 시인은 왜 시인일까요? 어떤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나요?)에 대해서는 다들 어느 정도 비슷한 대답을 한다는 점이 특히 재미있었다.

덕분에 좋은 시인도, 좋은 사람도 많이 발견한 느낌이다. 언급된 시집을 적어도 한 권씩은 모두 읽어봐야겠다.

▪️ 정재율: 물론 다 다르게 느끼시겠지만, 시라는 것은 비교적 짧은 순간에 그 사람의 세계나 메시지를 아주 단박에 알아봐야 하는데, 그 자체가 어려우면서도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시를 읽다가, 그 시를 쓴 시인의 세계가 전면에 드러나는 걸 느끼는 순간 너무 재밌고, 시인에게 되묻게 되는 순간도 있고요.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게 맞을까? 내가 잘 읽은 게 맞을까?

▪️ 김선오: 아까 이승훈 시인을 예로 든 것처럼, 시인은 쓰는 것과 사는 것이 어느 순간 같은 게 되어버리면서 시인지 뭔지도 모를 글쓰기를 계속해나갔잖아요. 그런 것처럼 생의 마지막에 이것을 시라고 부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쓰고 있을 것 같긴 해요. 하지만 그게 반드시 시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게 되었어요.

▪️ 김연덕: 생활인으로서의 자아가 시를 쓸 때도 도움이 많이 돼요. 아무리 허구의 무언가를 쓴다고 해도, 현실의 자아가 늘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실감이라고 해야 더 맞을까요? 미세한 결이 가지고 있는 힘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만약 어느 마음이 아주 넉넉하고 선하신 분이 제게 다달이 돈을 줄 테니 시만 쓰라는 선택지를 주고 제가 그 삶을 선택한다 한다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닐 것 같아요. 현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징그러울 정도로 다채로운 감정들이 글을 쓸 때 정말 좋은 토대가 되어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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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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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독자: 같은 책을 여러 번 다시 읽는 걸 좋아하는 분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사나운 애착> - 비비언 고닉

💬 스무 살에 읽었던 책을 여든이 되어 다시 읽으면 어떨까? 아니, 여든까지 가지 않고 마흔에만 읽어도 감회가 새롭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본 적 있다면 비비언 고닉을 통해 대리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여든넷의 나이에 발표한 <끝나지 않은 일>에서 비비언 고닉은 절대 한 번으로 읽기를 끝내지 말 것, ‘다시 읽기’를 통해 자기발견과 자기확장을 경험할 것을 권한다.

비비언 고닉은 ‘책을 다시 읽고 싶어서 더 오래 살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준비와 함께 다시 읽을 수 있는 책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책을 읽어야겠다!

▪️ 이따금, 책 읽기만이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 ‘다시 읽기‘를 시작한 건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 후론 내밀한 벗이 된 책들로 계속 돌아가고 또 돌아가곤 했다. 나를 저 멀리 다른 세계로 훌쩍 데리고 가주는 이야기의 쾌감만으로도 마냥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헤쳐나가고 있는 이 삶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어떤 의미를 끌어내야 할지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 나는 여전히 대문자 L로 적힌 Life, 삶의 압력을 느끼려고 읽는다. 여전히 제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기운들에 얽매이고 휘둘리는 주인공을 보려고 읽는다.

#끝나지않는일 #비비언고딕 #글항아리 #티저북 #북스타그램 #다시읽기 #재독 #도서제공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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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양장본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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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독자: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고민해 본 적 있는 분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화염> - 와즈디 무아와드

💬 친족 성폭행 피해자,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에이즈 환자, 내전 중 학살과 강간을 당한 콩고의 여자들, 거리의 노숙자… 어디서도 좀처럼 들어주지 않는 고통을 불러내어 증언한다. 그들의 슬픔을 껴안고 춤을 추자고 말하는 책이다.

그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성큼 다가온다.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다. 우리에게는 단절을 끝내고 현실을 마주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에세이 같기도, 시 같기도, 저널리즘 같기도 하다. 이브 엔슬러만이 쓸 수 있는 강력한 글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그가 왜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투쟁에 임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여러분에게 이렇게 부탁한다. 내가 먼 부카부 판지 병원에서 그랬듯 당신도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기를, 마음을 열어주기를, 함께 분노하고 구역질해 주기를.

▪️ 누공이 있는 환자들로 붐비는 판지 병원에는 소변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 누공은 질과 방광 사이 조직에 난 구멍이다. 강간 혹은 질 내 거친 도구의 삽입으로 인해 생긴 구멍. 그녀의 몸에 뻥 뚫린 구멍. 영혼에 새겨진 구멍. 그녀의 자부심과 자신감, 정신과 빛과 소변이 새는 구멍.

▪️ 나는 이 같은 글을 20년째 쓰고 있다. 그동안 자료, 거리두기, 열정, 호소, 절망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았다. 고통에 찬 이들의 울부짖음을 가볍게 무시해 버리는 지금, 우리에게 과연 시대에 걸맞은 언어가 있기는 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하지만 저는 투쟁하지 않는 제가 어떻게 변할지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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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체중 - 크고 뚱뚱한 몸을 둘러싼 사람들의 헛소리
케이트 맨 지음, 이초희 옮김 / 현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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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독자: 한 번이라도 다이어트를 해 본 적 있는 분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과식의 심리학> - 키마 카길

💬 우선, 충격으로 시작한다. 노골적인 비만혐오 패턴도,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고용과 승진에 불리하다는 통계 결과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책 속 내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뚱뚱한 사람들의 진료 시간은 가장 짧다. (그러니까, 뚱뚱해서 죽는 게 아니라 의사들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대충 진료를 보기 때문에 죽는다.) 유죄 판결 받을 확률은 높다. 특히 여성이라면 이 확률은 더 높아진다. 뚱뚱한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제출하기만 해도 합격 확률이 낮아질 정도로 사회적 편견이 심각한 수준이다.

놀랍게도 이런 비만혐오는 인종 차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비만혐오는 인종, 계급 차별을 합리화할 수단으로 쓰인다. (‘흑인은 게으르다’고 말하는 대신 흑인을 보며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다’고 말하는 식이다.) 비만을 특정 집단의 특성으로 보고 그들을 비인간화하는 데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더 놀랍게도 ‘다이어트는 불가능하다’. 체중을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은 허상이다. 저자도 이러한 통념을 뒤집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데이터와 근거를 통해 우리를 설득한다. 내용이 궁금하다면 꼭 책을 읽어 보길 바란다.

다만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부분도 많았다. 데이터 해석 및 인용에 의문이 드는 부분이 꽤 있었고(특히 비만 대사 수술을 받는 사람들의 자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와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건강한 음식을 선택한다는 연구 결과), 현대인의 식습관을 망치는 식품 산업에 대한 문제점을 전혀 짚지 않은 것이 의아했다. 따라서 키마 카길의 <과식의 심리학>과 함께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 2019년 하버드 연구원들이 보고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인종, 피부색, 성적 지향, 나이, 장애, 체중 등과 관련된 여섯 개 형태의 암묵적 편견 중 그들이 연구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유일하게 비만에 대한 편견만이 악화됐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연구를 종료한 2016년 조사 대상의 다수가 여전히 비만에 대해 노골적인 편견을 보였다.

▪️ 뚱뚱함은 강력한 계급 및 인종의 기표로 작용한다. 그러니 뚱뚱함을 걱정하거나 조롱할 때 우리는 무언으로 자신도 모르게 계급 차별과 인종 차별을 표현하는 것일 때가 많다.

▪️ 뚱뚱함은 대체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뚱뚱하면 안 된다는 도덕적 의무는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다.

▪️ 다이어트 문화에서 아이들에게,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자신의 배와 본능을 믿지 말고 몸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는 것은 아주 나쁜 메시지입니다. 그렇게 되면 본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다른 방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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