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주공안 - 청조 지방관의 재판기록 이산의 책 49
남정원 지음, 차혜원 옮김, 미야자키 이치사다 해석 / 이산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송나라의 포청천, 청나라의 남정현!

 

이 책 <녹주공안>은 남정현(1680 ~ 1733)이라는 청나라의 관리가, 옹정제 연간의 광동성 보령현과 조양현이라는 지역의 지현(우리 말로 하면 고을 사또에 해당)으로 근무하면서 담당했던 민사, 형사 재판에 대하여 기술한 기록(공안)이다. 녹주(鹿洲)는 그의 호!

 

이 책은 순전히 ‘미야자키 이치사다’라는 이름 때문에 구입한 책인데,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다. 일본의 중국 중세사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이 책 곳곳에 평설을 덧붙여 독자들이 이 책을 더욱 생생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 책은 남정현이 직접 경험한 재판내용을 기술한 책인데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저자 자신이 겪은 내용을 시종 차분하게 기술하면서도 중간 중간 당사자들과의 대화내용을 생생하게 그대로 삽입하고 있어 흡사 흥미진진한 재판 관련 사극을 보는 듯하다.

 

이 책을 통해 18세기 초 중국의 가장 밑바닥 민초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그 당시에도 선량한 사람들을 상대로 소송사기꾼들이 얼마나 극성스럽게 송사를 벌이고 있었는지 알게된다. 지금의 악덕 소송 브로커라고 할 수 있겠다.

 

남정현은 송나라 시대의 유명한 판관인 포청천 못지않은 통찰력과 혜안으로 사악하고 간특하기 그지없는 악한들에게 준엄하지만 또한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은 법의 심판을 가하고 있어서 독자들은 상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고 권선징악을 내세우는 여타의 책과 다르다. 남정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거물 악당들이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가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움과 21세기 지금의 현실을 보는 듯해서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된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남정현은 옹정제에 의해 지현에서 광동성 광주부 지부로 전격 발탁되지만 부임 한 달만에 아깝게 병사하고 만다. 그의 나이 향년54세 였다.

 

추기 :

전체 중국전도와 이 책의 주요 장소를 알 수 있는 상세지도를 함께 부록으로 실었으면 더욱 생동감이 있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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