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열린책들 세계문학 17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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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디스토피아, 우리들의 현재와 미래

 

1.

놀라운 책이다.

섬뜩하고 암울한 책이다.

어릴적 읽다 말다를 반복하다 끝내 완독하지 못했었는데, 50대에 들어서 놀랍도록 현실과 유사한 점에 공포심마저 느끼며 한 줄 한 줄 감탄과 탄식을 하며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이 저술된 70여년 전 작가가 느끼고 상상했던 것들은 2022년 현재 더욱 암울해졌고 빅 부라더는 이 책에 기술된 것 이상으로 각 개인의 실시간 동선은 물론, 취향이 어떠한지, 무엇을 검색했는지, 무엇을 구매했는지, 누구와 어떠한 대화, 문자를 주고받았는지 모르는 것이 없게 되었다.

 

이 책의 결말과 같이 우리에겐 더 이상의 희망이 없는 것일까?

 

2.

소설의 시작은  텔레스크린이라는 화면이 어디서나 사람들을 감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빅 브라더가 당신을 보고 있다(Big brother is watching you!)”란 문구와 함께.

 

소설 <1984>이 묘사하고 있는 오세아니아는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사람을 통제하고 있는 절대권력자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독재국가이다.

과거 통제를 통해 오세아니아 주민들을 통제하는 것이 핵심적인 통치수단이고 과거 통제는 <이중사고>에 의해 가능하다.

 

빅브라더는 사람들의 뇌(기억력)를 조작하고 지배한다.

또한 신어를 만들어서 말의 뜻을 왜곡하고 사람들의 사고능력을 제한한다.

신어의 목적은 사고의 영역을 좁히는 것이다(64).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46, 288)

 

이중사고는 한 사람의 마음속에 두 개의 서로 모순된 신념을 동시에 지니며 두 개 모두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거짓말을 진실로 믿으면서 의도적인 거짓말을 하고, 불필요한 사실을 잊어버렸다가 그것이 다시 필요할 때 꼭 필요한 기간 동안만 망각으로부터 다시 기억해 내고, 객관적 현실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동시에 부정한 현실을 고려하는 것 등 모든 것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다”(247)

 

3.

주인공 윈스턴은 이에 대한 반발로 과거의 기억 찾기와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이는 발각되면 사형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다.

개인이 절대권력자의 기억(과거) 통제에 반하는 것이므로....

 

주인공이 줄리아를 만나 짧은 사랑을 나누고 긴 고통의 터널 끝에서 종말을 맞게 되는 암울한 이 소설과 현재의 우리들의 현실을 대비해 볼 때 우리는 소설보다 나은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암담한 마음이다.

 

소설 속 상황은 칠흑같은 어둠 속이다.

 

국가에서는 매달 시행되는 교수형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그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 언행 등을 감시하는 스파이 노릇을 하는 어린 악마들로 키워진다. “결과적으로 가족은 사상경찰의 연장이 되었다. 이런 장치에 의해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밀고자들에게 둘러싸여 밤낮으로 감시를 받게 된다."(158)

 

윈스턴과 줄리아의 사랑의 행각은 사상경찰에 의해 발각되고 둘은 격리된 채 극심한 고문을 받게 된다. 단순히 육체적인 고문에 그치지 않고 인간성자체를 말살하고 정신을 개조하는 극한의 고통이 계속된다. (278 ~ 303)

 

자네는 빅 브라더를 사랑해야만 해. 그분에게 복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그 분을 사랑해야 해”(329)

 

윈스턴과 줄리아 모두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고 배신하고 모든 것이 끝났을 때 텔레스크린에서는 선정적인 곡이 흘러 나온다.

 

울창한 밤나무 그늘 아래

난 너를 팔았고 넌 나를 팔았네” (343)

 

마지막으로 윈스턴이 공개재판에서 모든 것을 자백하고 모든 사람들을 연루시킨 후 하얀 타일을 깐 복도를 걸어가고 있을 때 무장 간수가 뒤에 나타나 그가 그토록 기다려 왔던 총알을 그의 머리에 관통시킨다.

모든 것이 끝난다.

윈스턴도, 소설도, 희망도 모두 끝난다.

 

4.

윈스턴이 고문당하는 부분을 읽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다.

 

고통에 대해 바랄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그 고통이 멈추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육체적 고통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이다. 고통 앞에서는 영웅이 없다”(279)

 

대한민국의 중앙정보부, 안기부 및 남영동의 대공분실에서 저질러졌던 고문의 모습과 겹쳐지며 가슴이 답답해 온다.

 

다음 책 참조 !

우리들의 딸 권양, 고문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편, 민중사(1987)

이제 다시 일어나 김근태 고문 및 옥중기록 - 민주화청년연합 편, 중원문화(1987)

 

5.

그렇다면 빅브라더 혹은 당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에게 답변한다.

 

당은 당 자체를 위해 권력을 추구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권력에만 관심을 갖지. 재산이나 사치나 장수나 행복도 아니야. 오직 권력, 순수한 권력이지. 자네도 곧 순수한 권력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될 거네. ..... 권력은 수단이 아니야. 하나의 목적이야. 우리는 혁명을 보호하기 위해 독재 정권을 수립한 것이 아니고 독재 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혁명을 일으킨 거야. 박해의 목적은 박해야. 문의 목적도 고문이고, 권력의 목적 역시 권력이지. 이제 이해하겠나?” (306 ~ 307)

 

둘째로 깨달아야 할 것은 권력은 인간 위에 군림하는 것이라는 점이네. 육신을 지배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을 지배해야 해.” (308)

 

너무도 섬찟하고 현실 정치에 대한 날카롭고도 적확(的確)한 분석이 아닐까 한다.

 

 

6.

이 책에는 통찰력이 빛나는 명문장들이 여럿 등장한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46, 288)

(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당이 프롤(우리로 치면 빈민, 서민 대중)를 통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더 긴 노동시간과 줄어든 배급량을 묵묵히 받아들이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이용할 수 있는 원시적인 애국심뿐이었다. 간혹 불만이 터져 나올 때조차도 그들은 일반적인 사상이 없어 사소한 불평 거리를 늘어놓은 데 그칠 뿐이며, 더 큰 죄악은 항상 알아차리지 못했다”(86)

 

2022년 한국의 현실을 보더라도 이 얼마나 무서울 정도로 냉철하고 적확한 통찰력인가!

 

매주 엄청난 상금이 걸려있는 복권은 프롤들에게 큰 관심을 기울이는 공공 행사였다. 복권이 프롤들에게 삶을 살아 나가게 하는 유일한 이유까진 아니더라도 복권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프롤들이 줄잡아 수백만 명은 될 것이었다. 복권은 그들의 기쁨이고 그들을 어리석게 만드는 것이며 고통을 잠재우는 진통제이고 지적 흥분제였다.”(101)

 

전쟁은 각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국민들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며, 전쟁의 목적은 상대 국토를 정복하거나 자신의 영토가 정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이란 용어는 오도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전쟁은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231)

 

7.

70여년 전에 쓰여진 이 소설속 상황과 2022년 현재를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 모습을 대비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소설을 읽었다.


진정 우리에게는 희망은 없는 것일까?

역시 희망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정신, 힘없는 개인들이지만 각자의 굳건한 연대의 손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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