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출간 된지 꽤 된 책이지만 우연히 헌책방에서 구입하여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2007년 경 그의 첫 책으로 <나쁜 사마리아인>을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의 실력과 필력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이 책도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고 끝날 때까지 알찬 정보와 풍부한 내용으로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2.

이 책은 한마디로 왜 우리가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경제학은 왜 과학이 아닌지, 우리는 왜 경제를 전문가에 맡겨 두면 안 되는지, 왜 전문가연 하는 자들의 말에 주눅 들 필요가 없는지 명쾌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골치 아프고 누구 말이 맞는지 도무지 미로 속 같은 경제학 이야기를 이처럼 간명하고 내실 있게 하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경제 이야기를 하며 친숙하게 우리나라 속담도 인용하며 해설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 예를 들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307),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332) 등인데 이해가 쏙쏙 머리에 들어온다 ^^

 

3.

책 내용 곳곳에 주옥 같은 문장이 무수히 나오는데, 책 내용의 요약에 대신해서 몇 구절을 옮겨본다.

 

“15세기 초부터 서유럽 국가들은 세력을 바깥으로 급속하게 확장했다. 이 과정은 발견의 시대라는 미사여구로 포장되었으나, 식민주의를 통해 다른 나라의 땅과 자원을 무단 점거하고 점령 지역 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에 불과했다” (60)

 

대처 정부의 가장 상징적인 정책은 민영화(privatization)였다. 국영 기업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매각한 이 민영화 정책으로 가스, 수도, 전기, 철강, 항공, 자동차, 그리고 저소득층을 위한 공영 주택의 일부가 개인에게 팔려나갔다” (95)

 

세계은행과 IMF 그리고 이와 유사한 다자간 금융 기관은 대출을 해주는 나라에 특정 경제 정책을 채택할 것을 요구한다...... 세계은행과 IMF는 대출을 받는 나라를 진정으로 돕기보다는 부자 나라가 좋다고 생각하는 조건을 부과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주식의 과반수를 부자 나라가 보유한 탓에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부자 나라들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국이 세계은행과 IMF에서 사실상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결정에는 8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미국이 18%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191)

 

(사회계약설은) “실제 역사가 아닌 허구의 역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인간은 한 번도 자유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자연 상태로 존재한 적이 없고, 항상 일종의 사회의 일원으로 살았다.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개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자본주의의 산물인데,자본주의는 국가보다 훨씬 나중에 등장했다. 따라서 허구의 역사에 기초를 둠으로써 사회 계약론자들은 사회로부터 개인이 갖는 독립성을 크게 부풀리고, (특히) 국가를 비롯한 집단 공동체의 정당성을 과소평가했다” (370)

 

(이전 가격 조종이라는 오래된 속임수) “초국적 기업은 세율이 다른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자회사들이 서로 가격을 너무 높게 혹은 낮게 매기도록 한 뒤 법인세율이 가장 낮은 나라에서 활동하는 자회사가 가장 이윤을 많이 내도록 만든다. 이렇게 이전 가격 조정을 통해 회사 전체의 세후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413)

 

초국적 회사들이 이전 가격을 조정해 세금을 포탈하는 것은 영업하는 나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사회 기반 시설, 교육, 연구개발 등의 사회적 생산 투입 요소는 이용하면서도 대가는 지불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는 투자 대상국이 초국적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414)

 

장기적으로 볼 때 외국인 직접 투자의 부정적 영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대상국이 생산 능력을 향상시키기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일단 초국적 기업들이 투자 대상국 안에 자리를 잡은 후에는 자국 기업들이 생존하기가 어려워진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현재의 부자 나라 중 많은 나라(특히 일본, 한국, 대만, 핀란드)가 자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 외국인 직접 투자를 엄격하게 제한했던 것이다” (416)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에는 정치적,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확립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Cui bono(누가 이득을 보는가)?’ 로마의 정치인이자 유명한 웅변가였던 키케로의 말이다” (435)

 

가치판단을 배제한 과학적 분석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는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436)

 

누구나 전문 경제학자들의 말에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경제는 전문 경제학자들에게 맡겨 두기에는 너무 중요한 문제이다.... 생각해보라. 우리 모두가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면 민주주의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 .......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더 이상 경제를 전문 경제학자와 기술관료에게 맡겨 둘 수 없다는 사실을 처참하게 깨닫게 해 주었다. 이제 우리 모두는 능동적인 경제 시민이 되어 경제의 운영에 참여해야 한다” (441~444)

 

사족

장하준의 주장에 한 가지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대체 에너지원으로 완전 이전하기전의 과도기적 조치로서 핵에너지 사용을 계속하거나 더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 부문이 그렇다. (265)


2011년 일본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10년이 지났음에도 복구는 고사하고 원자로 노심 근처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카기 진자부로의 <원자력신화로부터의 해방>,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히로세 다카시의 <원전을 멈춰라>, 고이데 히로아키의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 <원자력의 거짓말> 등을 통해 그가 좀 더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곧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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