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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의사의 사계절
문푸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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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도 내륙 지방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바다와 맞닿은 도시에 산다는 것은 은근한 동경이었다. 대학에 진학하며 인천에 자리 잡게 되어 매우 설레긴 했지만 인천 앞바다는 동해나 남해의 아름다운 바다 뷰에 비하면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든다. 이쪽 지역에 자리잡은 지도 벌써 햇수로 8년 차, 그래도 여전히 자유공원 뱃머리에서 바라보는 인천대교는 아주 좋아하는 풍경이다. 


 부산이나 남해 쪽 혹은 제주도 여행을 갈 때마다 되새기는 소망은 언젠가는 꼭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집에서 한 달살이를 해보는 것이다. 한 달이 너무 길다면 2주라도... 아님 1주라도.... 이건 지리산 산골소녀 출신인 우리 엄마의 소망이기도 해서 엄마랑 같이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륙인으로서 바다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에서 산다는 것은 너무 로맨틱한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섬에 거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섬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거칠고, 폐쇄적이다. 연고가 없는 섬에서 거주하게 된다고 생각해 보면 조금 무섭기도 하다. 


 이런 막연하게 부정적인 이미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구체화됐다.


 이 책의 초반에는 저자가 섬에 들어가기 전에 여자친구와 처음 만나고, 썸을 타고, 사귀게 되는 과정이 나온다. 드라마처럼 달달하고 간질거린다.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읽게 된다. 남편과 썸을 타고, 사귀며 서로를 조심스럽게 알아가던 때를 자꾸 떠올리게 됐다. 


 하지만 연애 초반의 달콤함은 잠깐, 저자는 곧 공보의 근무를 위하여 섬으로 들어가게 된다. 섬에서 일 년을 보내면서 있었던 일, 느꼈던 감정을 저자는 밝은 면도 어두운 면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사람에 의해 상처받지만 사람에 의해 위로받는다. 자연 앞에 무력해지지만 자연을 느끼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기운을 얻는다.


 가볍게 읽으며 힐링하기 좋은 책이었다. BUT 저자 지인도 아닌데 결말은 내가 다 속상해지는..... ㅋㅋㅋ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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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처블 러브 스토리
김수연 지음 / 엘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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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서 읽기만 하고 미뤄둔 서평들을 오늘 한 번에 후루룩 작성해본다 ㅎㅎ


 오늘 서평을 쓴 다른 책인 '누군가 이 마을에서'와 다르게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는 책 제목도, 표지 디자인도, 책 두께부터 가볍다. 심적으로도 편안하다. 단편 모음집이기 때문에 쉽게 잘 읽힌다. 같은 두께의 책이어도 장편보다는 단편 모음집이 훨씬 쉽고, 빠르게 잘 읽히는 것 같다. 짧은 이야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내용을 담기는 어렵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깊이 없고 유치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너무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여서 별것 아닌 거에도 설레기도 하고, 아릿하기도 한 이야기였다. 처녀 귀신이 나오고, AI 로봇 남자친구가 나오는데 이렇게 현실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 책의 단편들은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져온 것들이 많다. 단편 중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몸이 바뀌는 이야기이다. 이들은 헤어진 지 222일이 지났고, 헤어진 후에도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교통사고나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자고 일어났는데 몸이 바뀌어 있었다. 72시간을 몸이 바뀐 채 지내다가 다시 자기 몸으로 돌아갈 때도 불현듯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거나, 화해의 입맞춤을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자고 일어났더니 자기 몸으로 돌아가 있을 뿐이었고, 메시지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서로 조금 주고받았고, 출근했을 뿐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요란하고 화려하게 행복한 결말을 맞은 연인들은 그 이후의 단조로운 연애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정민과 기주는 이 이야기가 끝난 이후에 평범하고 행복한 연애를 오래 이어갈 것만 같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이름을 따와서 더 좋은 이야기였다.


 사실 이 책의 단편 중에 제일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블라인드, 데이트>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선배로부터 소개팅을 받는다. 외모, 매너, 대화 등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와 만남을 주고받아 결국 사귀게 된 후에 그 남자가 사람이 아닌 AI 로봇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교양 예능들을 보면서 AI에 대한 주제가 나올 때마다 해봤던 고민을 다시 하게 된다. 인간과 같이 행동하고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언젠가는 인간과 구별이 되지 않게 똑같이 생긴 로봇이 있다면 어떻게 인간과 구분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과 다르다고 할 수 있나? 연인으로 인간이 아닌 AI를 택하는 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바라는 게 있어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 배우자 혹은 연인에게 바라는 것은 공감, 위로, 격려 같은 감정적인 것이 있을 수도 있고, 단순히 그 사람의 외모에서 오는 만족감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의 성격, 태도, 눈빛에서 오는 분위기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AI가 채워줄 수 있다면, 오히려 바람이라던가 변심으로 나에게 상처 줄지 모를 리스크가 있는 인간보다 AI를 고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가? AI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면 AI도 바람을 피울 수도 있는 건가? 그래도 아무래도 아직까지의 관념으로는 AI와 연인이 된다는 것은 조금 거북하지 않나?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주렁주렁해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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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 마을에서
사노 히로미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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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이번 책의 서평은 정말 스포를 작정하고 작성하는 서평이다.


 그러니 스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제발 이 글을 읽지 마시길 바랍니당...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결말을 알고도 재밌는 책이 사실 가장 좋지 않니'


 나는 책도, 영화도 결말을 알고 보는 것을 좋아한다.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참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성격이 급해서 그런걸지도... 그리고 결말을 알고 책을 읽으면 결말을 모르고 읽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눈치챌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또, 역시 재밌게 잘 쓰인 책은 결말을 알고 읽어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추리소설은 반전에 놀라는 맛도 있기 때문에 굳이 결말을 미리 찾아보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도 책을 읽는 중에 너무너무 결말이 궁금하면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검색해서 찾아보곤 한다. 

 

  '누군가 이 마을에서'도 그런 케이스였다. 출퇴근길의 전철에서 잠깐잠깐, 자기 전에 일이십 분 읽는 거로는 속도가 잘 나지 않았는데 책의 중반쯤 들어서니까 결말이 너무너무 궁금했다. 어느 밤, 시간은 한시를 넘어가고 있고, 내일 출근해야 하는 나는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책은 이제 겨우 중간을 지나고 있어 결말까지 보려면 밤을 꼴딱새게 생긴 그날, 폰을 들어 슬그머니 결말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이 책이 출판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서평 글이 거의 없는 것이 아닌가 ㅜㅜ 결국 스포는 찾지 못하고, 궁금한 마음을 꾹 참으며 잠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잠들며 다짐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꼭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스포글을 쓰리라....


 이 책은 초반에 두 개의 사건이 번갈아 가면서 서술된다. 두 사건의 화자인 인물도 다르다. A 시점에서는 나는 변호사 사무소에서 잔심부름하는 직원이고, B 시점의 나는 어떠한 범죄로 아들을 잃은 엄마이다. 초반에는 이 A 상황과 B 상황이 어떤 연관이 있는 건지가 매우 궁금하다. 이 책을 어느 정도 읽은 사람들이 이 글을 찾아본다는 전제하에 결말부터 얘기하자면 실종된 일가족은 아들을 잃은 B 시점의 '나'의 옆집 사람, 그리고 마키는 그 일가족의 일원이 맞다. 즉, 변호사 친구의 딸이 맞다. 그리고 실종된 일가족은... 이미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이 정도면 궁금증을 푸는 데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풀려나갈지는 직접 읽으면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랜만에 읽은 추리소설이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정말 시간 가는지 모르고 푹 빠져서 읽은 책이기도 했다. 이게 바로 추리소설의 매력이 아닐까ㅎㅎ 단순 범죄 이야기가 아닌 사회 문제를 담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을 해볼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나도 마을 사람들같이 행동했었던 적을 떠올리며 부끄럽기도 했고, 료코씨같이 행동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부럽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요즘 사회의 모습이 이 하토하 마을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걱정도 들었고, 그 안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모로 재미와 깊이를 두루 담아낸 소설이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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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태도 사이
유정임 지음 / 토네이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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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명절이나 제사 때면 작은엄마가 동그랑땡의 모양을 동글동글하게 만들며 부치시면서

"어떻게 부쳐야 예쁘게 잘 부쳤다고 소문이 날까~"

하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러면 나는 옆에서

"아무리 예쁘게 잘 부쳐도 소문은 안 날 거 같은데..."

하고 배시시 웃곤 했는데 초등학생의 생각으로는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집에서 전을 예쁘게 잘 부치는 거로 소문이 나기는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졌었다.

이제 어른이 된 나는 또 다른 고민을 해본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도대체 말을 얼마나 잘해야 천 냥이나 되는 빚을 갚을 수 있을까?

어려서부터 말을 잘하는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많이 들어왔다. 또, 어느 때부턴가는 경청이 미덕이라고하여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해서 최대한 말을 아끼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으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센스있게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말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말을 잘하는 것은 누군가에겐 아주 쉬운 일일 수도 있다. 나도 한때는 쉽게 말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말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냥 유창하게 입 밖으로 내뱉기만 하면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상처받을 만한 말은 가리고, 상대방이 지루해하지 않게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요즘 같은 때 오랜 시간 방송계에 몸을 담으셨던 유정임 작가님의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작가님의 수필 같은 느낌으로 경험담이 많이 나온다. 작가님이 방송일을 하시면서 겪어본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창의적이고 유머러스한 말솜씨의 이경규 님이나 순발력 있고 부드럽게 재치 있는 이문세 님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내 마음을 가장 이끄는 건 해운대로 가야 하는 사람을 광안리에 내려줘도 허허 웃으며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 드림웍스의 감독 전용덕 님이다.

긍정적인 말은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한동안은 그걸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어제도 그제도 주변에 찌푸린 얼굴로 부정적인 말을 내뱉었던 일들을 떠올려 본다. 짜증 나는 소리를 하니까, 그 상황에서는 당연히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지라고 변명해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긍정적으로 얘기했다면 상대방의 반응은 무엇이 달라졌을지도 생각해 본다. 오늘은, 내일은 한 번이라도 더 긍정적으로 말해보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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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는 CEO - 일상에 행복을 입히는 브랜드 리슬의 성장 철학
황이슬 지음 / 가디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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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에 모던 한복에 관심이 많이 가서 알아본 적이 있다. 학생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가격이라서 구매하진 않았지만, 그때 처음으로 리슬이라는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 모던 한복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 중에는 리슬이 제일 큰 규모인 것 같았다. 그 후로도 가끔 리슬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리슬이 스파오랑 콜라보했을 때는 (나는 아니고 남친이) 구매하기도 했었다.


 리슬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CEO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인지 몰랐기 때문에 이 책의 표지를 보고 CEO분의 이름이 황이슬인 것이 첫 번째로 흥미로운 점이었고, 책 띠지에 있는 황이슬님의 사진을 보니 젊으신 분이어서 그게 두 번째로 흥미로운 점이었다. 왠지 한복 관련 사업이기 때문에 CEO도 나이가 조금 있는 분이실지 알았는데 생각보다 젊은 분이셔서 이분은 어떻게 한복 사업을 하게 되신 건지, CEO로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져서 책을 읽어보았다.


 책 앞부분에서부터 점점 더 이슬님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갔는데 그건 바로 이슬님이 한복 관련 전공을 하지 않으셨기 때문이었다. 물론 부모님이 이불집을 하시긴 했지만 자기 전공 분야도 아닌데 오로지 열정과 애정만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서 유명 브랜드의 CEO가 되셨다는 점이 신기했다. 그리고 이슬님께서 리슬을 지금까지 성장시키기까지 고군분투한 내용들을 알 수 있었고, 이슬님의 사업에 대한 철학, 한복을 대하는 태도를 알게 되어 리슬이란 브랜드에 대해 더 큰 호기심과 애정이 생겼다. 


 안 그래도 다음 달 신혼여행 때 입을 한복을 찾아보는 중인데 그 전에 리슬의 홍대 매장을 한 번 다녀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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