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처블 러브 스토리
김수연 지음 / 엘리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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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서 읽기만 하고 미뤄둔 서평들을 오늘 한 번에 후루룩 작성해본다 ㅎㅎ


 오늘 서평을 쓴 다른 책인 '누군가 이 마을에서'와 다르게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는 책 제목도, 표지 디자인도, 책 두께부터 가볍다. 심적으로도 편안하다. 단편 모음집이기 때문에 쉽게 잘 읽힌다. 같은 두께의 책이어도 장편보다는 단편 모음집이 훨씬 쉽고, 빠르게 잘 읽히는 것 같다. 짧은 이야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내용을 담기는 어렵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깊이 없고 유치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너무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여서 별것 아닌 거에도 설레기도 하고, 아릿하기도 한 이야기였다. 처녀 귀신이 나오고, AI 로봇 남자친구가 나오는데 이렇게 현실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 책의 단편들은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져온 것들이 많다. 단편 중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몸이 바뀌는 이야기이다. 이들은 헤어진 지 222일이 지났고, 헤어진 후에도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교통사고나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자고 일어났는데 몸이 바뀌어 있었다. 72시간을 몸이 바뀐 채 지내다가 다시 자기 몸으로 돌아갈 때도 불현듯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거나, 화해의 입맞춤을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자고 일어났더니 자기 몸으로 돌아가 있을 뿐이었고, 메시지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서로 조금 주고받았고, 출근했을 뿐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요란하고 화려하게 행복한 결말을 맞은 연인들은 그 이후의 단조로운 연애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정민과 기주는 이 이야기가 끝난 이후에 평범하고 행복한 연애를 오래 이어갈 것만 같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이름을 따와서 더 좋은 이야기였다.


 사실 이 책의 단편 중에 제일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블라인드, 데이트>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선배로부터 소개팅을 받는다. 외모, 매너, 대화 등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와 만남을 주고받아 결국 사귀게 된 후에 그 남자가 사람이 아닌 AI 로봇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교양 예능들을 보면서 AI에 대한 주제가 나올 때마다 해봤던 고민을 다시 하게 된다. 인간과 같이 행동하고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언젠가는 인간과 구별이 되지 않게 똑같이 생긴 로봇이 있다면 어떻게 인간과 구분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과 다르다고 할 수 있나? 연인으로 인간이 아닌 AI를 택하는 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바라는 게 있어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 배우자 혹은 연인에게 바라는 것은 공감, 위로, 격려 같은 감정적인 것이 있을 수도 있고, 단순히 그 사람의 외모에서 오는 만족감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의 성격, 태도, 눈빛에서 오는 분위기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AI가 채워줄 수 있다면, 오히려 바람이라던가 변심으로 나에게 상처 줄지 모를 리스크가 있는 인간보다 AI를 고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가? AI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면 AI도 바람을 피울 수도 있는 건가? 그래도 아무래도 아직까지의 관념으로는 AI와 연인이 된다는 것은 조금 거북하지 않나?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주렁주렁해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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