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와 무임승차 - 성공전략은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마야 보발레 지음, 권지현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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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했던 게임을 꼽으라면 수도 없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했던 게임은 KOEI사의 삼국지 시리즈이다. 삼국지를 워낙 좋아했던 탓도 있겠지만 끝임 없이 출시되는 그 게임을 하려고 부모님과 많이 투닥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유비의 정치력은 얼마이고 무력은 얼마이다’는 식으로 등장인물의 능력치가 수치화 되어있다는 것이다. 수치화된 자료만큼 비교하기 쉬운 것은 없기에 어떤 인물이 낫다라고 평가하기가 용이하였다.

 

 기업에서도 이렇게 지표를 사용하여 평가한다고 한다. 주로 사용되는 것이 KPI(Key Performence Indicator)지표 흔히들 주요성과지표라고 부르는 것인데, 공공경제학 전문가인 저자는 이러한 지표위주의 평가가 정작 성과의 향상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헌혈을 할 때 금전적인 보상을 할 경우의 헌혈자의 수나, 피겨스케이팅의 심사에서 주위보다 튀지 않으려는 심리, 출산률과 제왕절개 사이의 관계 등을 예로 들면서 개인 성과지표나 집단 성과지표만 맹신하는 것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성과지표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라 우리의 경제와 사회 체계가 워낙 상호의존성이 높다 보니 변수 하나만 바꿔도 체계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 성과지표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효율적 상승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입을 부수적 피해를 예측하고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p. 82)

 

 결국 성공 전략의 기본은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내재적 동기를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데, 이는 예전에 들었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구글이라는 신의 직장을 나와 트위터 등의 신생기업으로 이직한다는 이야기와 비슷한 것 같았다.

 

 기업의 입장에서 성과지표의 부작용 등에 대한 주제이기에 일반 경우와는 조금 괴리감이 있을 수 있으나 헌혈과 관련된 대목에서 인상적인 부분이다.

 

 기부, 이타심, 자원봉사 혹은 사회규범의 준수 등 무상의 관계는 복잡하고 미묘한 내재적 동기에 바탕을 둔 나름의 논리가 있다는 것이다. 돈으로 굴러가지 않는 생태계에 돈을 끌어들이는 것은 중립적이지 않은 것을 넘어서서 해약을 끼친다. 다시 말하면 오로지 돈을 위해서 일한다면 많은 돈을 받아야 그 일을 할 것이라는 소리다. 결국 돈을 주겠다고 하면 헌혈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아예 돈을 많이 주어야 한다. (p.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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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A670986125 약관의 젊은(?) 문학동네답게 화끈한 이벤트네요^^ 예전에는 그냥 재미있는 책을 본다는 기분으로 책을 모으곤 했었는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을 알고 부터는 왠지 모르게 소유욕이 생겨 자꾸자꾸 모으고 있습니다. 아직 열댓권정도 이가빠져 있는 책장을 보면 늘 허전했는데, 문학동네 물류창고가 제 책장을 완전하게 만들어 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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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일기가 아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이택광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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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도 무슨 생각거리를 던져 줄까 궁금해지는 지그문트 바우만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일기를 쓰고도 이것은 일기가 아니라고하니 더더욱 궁금해집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에서 보여진 바우만의 서늘한 통찰을 다시금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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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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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는 백발의 앨리스 먼로의 사진을 보았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 할머니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였다. 어렸을 때 할머니 무릎을 베고는 옛날이야기를 듣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할머니의 모습도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도 심지어는 할머니의 목소리도 흐릿하지만 여름날 할머니가 부쳐주던 부채바람이나 까슬까슬하던 할머니 옷 같은 기억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런 기억들이 더 오래가는 법이니까. 꼬꼬마 시절의 이야기를 기대했기 때문인지 앨리스 먼로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죄. 그녀는 다른 것에 관심을 기울였었다. 결연하고 탐닉적인 관심을 아이가 아닌 다른 것에 기울였었다. 죄. (p. 39, 일본에 가 닿기를)”로 표현하듯이 기차에서 사랑을 나누느라 아이를 잠시 잃어버린 엄마의 이야기였으니까.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는 이유로 노벨상을 받은 그녀의 소설집답게 열편의 단편소설과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이기 때문에 쓰는 글에 트롤과 같은 그에 대해 더 써넣을 자리는 없고 밝힌 <디어 라이프>를 포함한 자전적 이야기 네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편이라는 특성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가졌었지만 의외로 쉽게 읽히지 않았다. 실린 작품이 모두 1940~1950년대의 배경이고 등장인물들도 비슷한 인물들이 많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담히 써 내려가고 있어서 그런지 비숫한 내용이 많다고 느껴졌었음에도 말이다.

 

 요양원에서 교사 일을 하다가 의사와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아문센>, 대부분의 작품이 여자가 주인공이지만 언청이지만 남자가 주인공인 <자존심>, 열 네살 소녀의 불면증을 그린 <밤> 등 각기 다른 주인공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곳에서 나는 왠지 모를 비슷한 느낌을 말이다. 아마도 먼로의 작품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절제된 언어로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시인의 시에 대해 시인에게 완벽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너무 과하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게. 딱 적당히. (p. 330)”란 말이 먼로의 작품과 딱 맞아 떨어지는 구절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모자라기 때문에 적당히 그녀의 단편을 딱 적당히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안식처>에서 이야기를 했듯이, “여자들은 무엇에 헌신하든 그것 때문에 바보 취급을 받는다.(p. 166)”는 세월을 살아온 그녀였기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구절도 많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던 구절이다.

 

 “중요한 건 행복해지는 거야.” 그가 말했다. “뭐가 어떻든 간에. 그냥 그러려고 해봐. 넌 할 수 있어. 하다보면 점점 쉬워질 거야. 주변 상황과는 아무 상관없어. 그게 얼마나 좋은 건지 넌 모를 거야. 모든 걸 받아들이면 비극은 사라져. 혹은 가벼워지지. 어쨌든 그러면 그저 그 자리에서 편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돼.” (p. 142, 자갈)

 

 그때 나는 생각했다. 오래 살다보면 많은 문제들이 그냥 해결된다고. 선택된 사람들만 들어가는 모임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어떤 장애를 가지고 살았건 그 시기에 이르면 많은 문제들이 상당수 해결된다. 모두의 얼굴이 고통을 경험했다. 당신의 얼굴만이 아니라. (p. 197, 자존심)

 

 오랫동안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그래서 앨리스 먼로가 했기에 더욱더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짧은 이야기 속에 많은 삶을 담아내고 있어 받아들일 역량이 크지 않기에 개인적으로는 어렵다고밖에 표현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장편소설이라면 작가들이 나름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기도 하건만, 단편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어 그 깊이를 깨우치지 못한 눈이 한스럽기만 하였다. 장편 소설 못지않게 며칠을 공들여 읽었건만 마지막 장을 덮으니 첫 장이 흐릿해진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디어 라이프』고, 앨리스 먼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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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자주 우리 바깥에 존재한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고통은 우리 안에만 존재한다. 우리가 그걸 공처럼 가지고 노는 일은, 그러므로 절대로 불가능하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중에서 예쁘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김연수 작가의 글은 감수성을 건드리는 글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고통에 대해 세밀하게 표현한 위 글이 더 오래 기억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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