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소설 1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결혼이라는 소설』은 과작하는 소설가로 유명한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최신작이다. 많은 작품을 쓰지는 않았지만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현대 영문학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작가로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영미문학은 많이 접하지 못한 문학적 편식(?) 때문인지 나에게는 유제니디스의 첫 소설이 되었다.

 

  1980년대의 브라운 대학 영문과의 매들린 해나, 이공대생인 레너드 뱅크헤드, 종교학을 전공하는 미첼 그라마티쿠스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매들린의 졸업식 날 아침으로부터 시작한다. 전날 과음으로 숙취로 시달리는 매들린을 부모님의 초인종소리가 깨우는 좋지 못한 하루의 시작을 보내게 된다. 그것도 졸업식 날에…… 부모님과 아침을 먹으러 가는 길에 미첼을 만나고 그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진 부모님의 성화로 그와 함께 아침을 먹게 된다. 졸업식의 아침사건을 시작으로 미첼과의 만남이나 어느 기호학 강의에서 레너드를 만난 일 등 매들린에게 있었던 사건들이 하나둘 풀어내기 시작한다.

 

 ‘이제까지 없었던, 젊은 여성을 위한 성장소설’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매들린을 중심적으로 그녀가 레너드에게 빠지게 되는 과정과 그와 동시에 미첼이 그녀를 원하게 되는 과정이 그려지고 그녀의 선택을 받지 못한 미첼이 유렵과 인도로 여행을 떠나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특히 레너드는 매력적으로 그려지지만 어릴 적 알코올 중독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어 사람들과의 관계 특히 매들린과의 관계까지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매들린이 연애과정도 흥미롭기는 하지만 특히 재미있는 것은 유제니디스의 표현인데, 매들린의 전공 영문학에 대해서는 “과학을 전공하기에는 좌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거나, 역사는 너무 무미건조하고 철학은 너무 어렵고 지질학은 지나치게 석유에만 편향되고 수학은 지나치게 수리적이기 때문이거나, 음악적이지도 미술에 소질이 있지도 재정적으로 동기를 부여받지도 실제로 그렇게까지 똑똑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1학년 대 자기들이 했던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일, 그러니까 이야기를 읽는 일을 하면서 학사 학위를 받으려 애쓰고 있다. 영문학은 무엇을 전공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전공하는 학과였다. (p. 60)"라고 하고 있다. 작가 자신도 영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음에도 말이다. 게다가 레너드와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때에 등장하는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에 대해서는 완벽한 상사병 치료제라며 그것은 심장수리설명서였고 뇌를 위한 일종을 공구라고 칭한다. 이러한 신선한 표현들이 자칫 밋밋하게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를 신선하게 해주었다.

 

  졸업 후 친구인 래리와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는 미첼이 그리스에서 래리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홀로서기를 선언하고 혼자 인도로 향하면서 1권이 끝난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크게 매들린이 레너드와 가까워지는 과정과 미첼이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음 권에는 졸업 후의 레너드와 매들린, 미첼의 이야기가 이어질 것인데 사뭇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동시에 부적격자인 양 느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유치원에서 그들은 기키는 대로 알파벳순으로 줄을 서야 했다. 4학년 현장학습때는 짝꿍의 손을 잡고 사향소나 증기터빈을 지나쳐 갔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줄서기의 연속이었던 학교교육의 이 마지막 행렬도 끝이 나려했다. (p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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