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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和! 일본 - 응집하는 일본인의 의식구조 해부
성호철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7월
평점 :
사람들이 뱀이나 도마뱀 등의 파충류를 보면 대게 징그럽고 섬뜩하다고 느끼는 것은 예전 파충류인 소형 공룡들이 초기 포유류를 주식으로 잡아먹으면서 생긴 형모감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와 비슷하게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읽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보면서도 정작 재미있게 보면서도 정작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거리감을 가지고 지내는 것은 일제 강점기를 직접 겪은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이유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딱히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는 그러한 거리감을 그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 한 감정이라며 위안을 삼으며 ‘일본’, ‘일본인’에 대하여 그간 무관심 속에서 갈아 왔다고 해야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일본의 방문연구원으로 1년 동안 체류하면서 일본과 일본인을 알아가는 과정을 보물찾기가 아니라 퍼즐맞추기임을 깨달았다고 하는 저자와는 달리 『와! 일본』은 일본에 대한 보물찾기와 같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현대 일본은 전쟁을 경험한 세대와 고도성장기 세대 및 장기 불황기세대 등이 공존해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일본인이라는 뿌리가 같으므로 공통되는 큰 범주로 묶을 수 있는 데, 저자는 일본인의 특징을 다른 이들과 조화롭게 사는 삶의 방식인 ‘와(わ)’와 그 구성원들의 시선의 합(合)으로 집단의 입장에 서서 세계를 보는 자세인 '메센(目線)'을 일본의 특징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장학적인 근거로 섬나라라는 특징을 들고 있는데 같은 섬나라인 영국과는 달리 일본은 집단에서 배제되면 섬 밖으로 밀려나 죽음을 맞이할 수 없는 인식이 크므로 자신보다 집단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와’와 그 결과인 ‘메센’이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집단의 눈(目) 때문에 개인적인 불편 및 불만을 참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다른 문화권 특히 서양인인 느끼는 친절하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살기는 불편한 일본의 공기인 것이다.
특히 무엇보다 아베 총리의 뉴스만 보면 치솟던 불편함이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인들의 다수는 태평양전쟁을 자신들의 집단이 침략당한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동양 문화권을 서양 열강들로부터 해방시키려다 미국에 패한 전쟁으로 말이다. 그래서 같은 패전국인 독일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종종 자신들이 2차 세계대전의 피해자인양 그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조정래 작가의 소설 ‘정글만리’를 읽을 때 일본 천황의 항복문을 처음 접했었는데, 주인공격인 송재형 뿐만 아니라 그 글을 보고 울분을 토하던 중국인들을 보고는 같은 생각을 하였었는데, 이번에 일본인들의 와와 메센 등을 조금 알고 나서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일본인들의 생각을 조금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소득이 있었던 『와! 일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