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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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신문에는 언제 터질지 모를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말이 종종 등장하고 있다. 졸업하자마자 사회인으로서의 장밋빛 미래 대신 학자금대출의 이란 빚에 허덕이는 20대부터 하우스푸어란 말로 불리는 30, 40대에 이르기까지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제목만으로도 느낌이 확 오는 『청춘 파산』의 주인공 백인주도 이런 빚의 늪에 빠져 살아가고 있는 이시대의 젊은이다. 다른 점이라면 자신의 빚이 아닌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난 엄마의 빚에 살짝 이름만 얹혔을 뿐인데 그것이 족쇄가 되어 수십년 동안 그녀의 인생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었다.

 

 ‘지나고 나니 청룡열파는 탄 듯이 순식간이지만 당시에는 하품을 수도 없이 하고 하릴없이 낙서도 많이 했다. 가장 시간이 안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길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길 위에 내려놓아 주긴 했지만 아무도 지도를 던져 주진 않았다. (p. 179)’고 회상할 만큼 20대를 빚쟁이에게 쫓겨 숨어살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내버린 인주는 동사무소 직원의 실수로 주인 주(主)자 대신에 버틸 주(拄)를 써버린 탓인지 하루하루를 주인으로 살기보다는 버티면서 살아왔다며 자신의 빚도 아니지만 빚 때문에 일도 사랑도 인생도 잃어버리고 오늘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내는 프리터이다.

 

 특이하게도 사당동, 청담동, 대림동 등 서울의 동이름으로 제목이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인주가 하는 단기알바 상가수첩 돌리는 일을 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상가수첩을 비닐에 넣는 일을 하면 남자알바들이 그것을 동네마다 돌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사당동, 청담동, 신당동 등 상가수첩을 돌리기 위해 찾아간 곳 마다 반평생 아르바이트로 이루어진 인주의 인생을 스쳐간 곳이었다. 그곳에서 그동안 해 왔던 아르바이트나 아픈 기억을 회상하곤 한다. CCTV 대신으로 높은 의자에 앉아 손님을 감시하는 일부터 재수시절의 인형탈을 쓰고 호객행위를 하는 아르바이트, 고시원 총무 등 찾아오는 빚쟁이들 때문에 혹은 일하던 곳에서의 트러블 때문에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로 이루어진 인주의 인생과 추억을 풀어 놓는다. 세월이 흘러 길도 동네도 조금씩 바뀌었지만 그곳에 스며든 그녀의 추억은 바래지지 않은 것 처럼말이다.

 

 책 소개 문구대로 20대에 신용 불량자, 30대에 개인 파산자가 된 인주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끝이 보이지 않은 삶이건만 그래도 <청춘파산>은 빚이 아닌 희망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내일의 일은 모르기 때문에 더 좋게 만들려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빚이라는 거대한 늪에 빠져 하루하루가 힘든 인주도 자신의 길을 찾고 꿋꿋이 만들어 가니 말이다. 인생의 황금기에 우울하게만 보내고 있는 이 시대의 청춘의 자화상을 날것으로 보여주는 듯한 『청춘 파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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