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의 리허설 - 무대 뒤 현장에서 본 음악의 탄생
톰 서비스 지음, 장호연 옮김 / 아트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하루 열두 시간 리허설하는 것과 사흘에 걸쳐 네 시간씩 리허설하는 것은 달라요. 음악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음악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만 내보이게 되는데, 이래서는 작품의 분위기에 빠져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음악과 함께 휴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죠. 그러면서 매일매일 곡에 대해 계속 생각해야 합니다. (p. 104)

 

 로열 콘세트르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의 인터뷰 중의 한 구절이다. 매일 곡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열정이 하루하루 허투루 살아온 많은 날을 반성하게 하면서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힘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말인 것 같았다.

 

 『마에스트로의 리허설』에는 현 음악계를 대표하는 총 여섯 명의 지휘자가 나온다. 클래식 음악 평론가인 저자는 지휘자들을 인터뷰하는 것과 동시에 음악회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리허설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카라얀이나 카를로스 클라이버, 부르노 발터 등 한 세대 전의 음반을 자주 듣고 있어서인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트르허바우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오케스트라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발레리 게르기예프나 조너선 노트, 사이먼 래틀 등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지휘자들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이 많았다.

 

 100여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베를린 필하모닉에 새로운 시도를 시도한 사이먼 래틀이나 최고의 연주자들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모여 음악회를 연다는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 각각의 오케스트라마다 고유의 색이 진하고 모두 훌륭한 연주를 하고 있어 그들의 음악이 아닌 뒷이야기를 글로 읽는 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했으나, 아마추어의 귀를 가지고 있어 뭐가 좋은 음악인지 어떻게 연주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야 알 수 있는터라 이렇게 글로 읽어도 나름의 감동이 전해지는 듯 했다.

 

 언젠가 금난새 지휘자가 시향을 그만두고 일종의 벤처 오케스트라인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인상적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그와 성격이 비슷한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이반 피셔 편이 인상적이었다. 독립적인 오케스트라여서 그런지 여러 제약에 자유로움이 있지만 특히 재정적으로 꾸려나가는 일이 쉽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조금만 변화를 주면 상투성을 피할 수 있는 방법들이 참 많습니다. 타성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입니다. 타성에 젖으면 무감각해지고 싫증을 내게 되니까요. (p. 247)”라며 상투성을 피하려는 그의 열정이 놀라웠다.

 

 내게 음악은 머리로 이해하는 경험이 아니라 몸속을 파고드는, 본능적인 경험이었다.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음악을 들을 때면 시간이 독특하게 흘러갔다. (p. 10) 저자의 경험을 조금이나마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멋진 음악을 들을 때면 소름이 돋음과 동시에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경험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나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들을 때 그런 것 같았다.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벅차오르는 그런 느낌말이다. 그런 음악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와 수많은 이들을 이끄는 지휘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그들이 만들어내는 본능적인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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