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말 - 사회를 깨우고 사람을 응원하는
루쉰 지음, 허유영 옮김 / 예담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한 중국인 친구에게 물어본 결과 루쉰만큼 자국에서 후대의 평가가 갈리는 인물도 드물다고 한다. 그 친구는 루쉰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물론 한 친구의 의견이라서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최근 몇 년 상이 중국 중학교 교과서에서 루쉰의 작품이 퇴출되고 베이징에 있는 루쉰의 고택에 대한 철거 계획이 발표되었다고 하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자명해 보였다.

 

 하지만 싫고 좋고를 떠나 루쉰이 중국 근대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의과대학을 중퇴하고 중국인의 정신을 고치기 위해 글을 선택했다.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에 글만큼 좋은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문학시간에 배운 ‘아Q정전’의 영향 때문인지 소설가로 알고 있었지만 소설은 많이 쓰지 않았고 잡문 등을 많이 남겼다고 한다. 이 『루쉰의 말』도 루쉰이 남긴 잡문, 서간 등에서 발췌한 글을 모은 것이다.

 

 의학도를 꿈꾸던 루쉰답게 그의 글에는 시퍼런 날이 서 있는 것 같았다. <무덤>이라는 잡문집에서 발췌한 글에서는,

중국인들은 다양한 분야를

감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숨김과 기만으로

교모하게 도망칠 방도를 생각해 내면서

그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자부한다.

이 길 위에서

겁 많고 나약하며

나태하고 교활한 국민성이 증명된다.

날마다 만족하고

날마다 타락하면서

마다 영광스러움을 느낀다. (p. 145) 며 자국민에게도 서슴지 않고 독이 서린 말을 내 뱉는다. 어쩌면 요즘 유행하는 힐링이나 삶을 보듬어주는 글보다도 이런 직설적이 글이 혼란스러운 당시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길지 않은 글들의 모음이지만 여운은 길게 남는 글들이 많았다. 루쉰이 살던 당시나 지금의 현실이나 위기라는 점에서 비슷해서 그런 것 같았다. 특히 잡문집 <무덤>에 실린 글들이 특히 그러 했는데, 

자유는 물론 돈으로 살 수 없다.

하지만 돈에 팔릴 수는 있다. (p. 20) 는 단 두 줄에 불과하지만 한동안 멍하게 만들었었다.

 

 2009년 1월 US Airways 항공이 허드슨 강에 불시착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때 기존 언론의 속도를 넘어서는 위력을 보임으로써 유명세를 탄 것이 있으니 바로 트위터이다. 실시간으로 멘션을 전송할 수 있지만 글자수가 제한되어 있기에 트위터는 글을 잘 압축(?)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처럼 짧은 글로써 이처럼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루쉰은 한 세기를 먼저 살다간 최고의 트위터리안같았다. 아니 중국인이니 웨이보리안이라고 해야 하나?^^

 

 단숨에 읽기보다 나태해지거나 따끔한 가르침이 필요할 때마다 가끔씩 꺼내 호되게 혼날 요량으로 보면 딱 좋은 『루쉰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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