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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제1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채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평점 :
소설이 문학상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작품의 완성도를 인정받는 것을 넘어, 작가가 전하고자 한 문제의식과 감정이 심사위원들에게 닿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매년 한국 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집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간다. 최근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되는 만큼 신선한 시선과 실험적인 서사를 만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독자의 취향과 다소 거리가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2026 제1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기대와 낯섦이 공존하는 독서 경험이었다.
이번 작품집에는 김채원의 「별 세 개가 떨어지다」, 길란의 「추도」, 남의현의 「나는 야구를 사랑해」, 서장원의 「히데오」, 위수정의 「귀신이 없는 집」, 이미상의 「일일야성」, 함윤이의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등 일곱 편의 작품이 실려 있으며, 그중 김채원의 「별 세 개가 떨어지다」가 대상을 수상했다.
가장 먼저 읽은 대상작 「별 세 개가 떨어지다」는 연락이 끊긴 할아버지를 찾아 나선 사촌 자매의 여정을 따라가며 가족 안에 쌓여 있던 상처와 애도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애도를 다루는 소설이라고 하면 강렬한 슬픔이나 감정의 폭발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절제된 문장과 침묵 속에서 감정을 전달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식물과 흙의 이미지는 상실을 위로하는 상징처럼 작용하며,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가족 간의 신뢰와 애정은 행간을 통해 독자에게 전해진다. 사건보다 정서에 집중하는 서사 방식은 인상적이었지만, 동시에 내게는 가장 어렵게 다가온 작품이기도 했다.
서장원의 「히데오」 역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 히데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반복되는지를 탐색한다. 히데오는 자신의 과거를 인터뷰마다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데, 그 과정은 마치 하나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수행하는 행위처럼 보인다. 작품을 읽으며 이름과 기억, 정체성과 상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설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길란의 「추도」는 개인적 애도와 시대적 상실감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한때 다큐멘터리 감독이었지만 지금은 백모의 유튜브 채널을 촬영하고 편집하며 살아가는 해주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삶의 시간을 보여준다. 제목 그대로 죽음을 기리는 행위를 다루고 있지만, 작품이 건드리는 영역은 단순한 개인의 슬픔을 넘어선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사라져가는 가치와 신념,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함께 담아내고 있다. 신예 작가다운 대담함과 분명한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세 작품을 함께 놓고 바라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보인다. 「별 세 개가 떨어지다」가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안에서 애도를 이야기한다면, 「추도」는 애도가 일상과 노동 속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보여주고, 「히데오」는 정체성의 형성과 상실이라는 문제를 통해 또 다른 형태의 결핍과 재구성을 그려낸다. 작품의 소재와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거창한 사건보다 인물의 내면과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한다는 점에서 같은 결을 공유한다.
『2026 제1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단순히 유망한 신인 작가들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한국 문학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다음 세대의 작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지도에 가깝다. 읽는 내내 쉽지만은 않았고 때로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바로 그런 낯섦이 현재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일지도 모르겠다. 매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찾게 되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이다. 익숙한 이야기 너머에서 오늘의 문학이 향하는 방향을 가장 생생하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